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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에게 가는 길 III 178 - 시드니 2025/12/20Our Journey 2026. 3. 20. 16:03
안트:
우리 호텔 바로 앞에서 서큘러 키까지 이어지는 보행자 겸 쇼핑 거리가 시작된다. 우리는 그 길을 한 번 쭉 걸어 보았다. 그곳에 있는 가장 오래된 건물들은 모두 3층 높이로 통일되어 있는데, 이는 시드니의 인구가 지금보다 훨씬 적던 시절의 흔적이다. 좀 더 현대적인 건물들에서는 그 위층을 살짝 뒤로 물려 지었다.
특히 눈에 띄는 건물은 퀸 빅토리아 빌딩, 줄여서 QVB였다. 원래는 시장 건물이었지만, 지금은 대형 쇼핑 공간으로 바뀌었고 고급스러운 상점들이 들어서 있으며 체인점은 없다. 지금은 크리스마스 장식이 한창이다. 중앙에 있는 커다란 트리 앞에는 사람들이 셀카를 찍느라고 북적이고 있다.
QVB 앞에서 갑자기 트램 선로 사이에 금속 띠가 땅에 깔려 있는 것이 눈에 들어왔다. 위를 올려다보니 트램에는 전차선이 없었다. 이 점이 나의 호기심을 자극했다. 전기를 전부 지면에서 공급한다는 건 너무 위험해 보였기 때문이다.
위키백과가 그 궁금증을 풀어 주었다. 이런 방식은 여러 트램 제조사들이 공통적으로 추구하는 목표인 듯했고, 회사마다 다양한 해결책이 있다고 한다. 시드니에서 사용하는 시스템은 실제로 지면에 있는 금속 띠를 통해 전기를 공급하지만, 항상 트램 바로 아래에 있는 구간만 전원이 들어온다. 아무튼 보기에는 전차선이 있는 것보다 훨씬 좋다. 하지만 아마도 비용이 더 들거나 다른 단점이 있어서, 보행자 거리 중에서도 가장 아름다운 짧은 구간에만 적용된 듯하다.
오후에는 시드니 박물관(Museum of Sydney)에도 들렀다. 이름만 보면 시드니 전체를 다루는 박물관 같았지만, 전시 내용은 사실상 초대 총독관저 유적발굴에 관한 것이었다. 대신 호주 정착 초기, 즉 시드니에서 시작된 식민지 시대를 다룬 긴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이 영화는 원주민인 애버리지니들과의 비극적인 관계에 초점을 맞추고 있었다. 총독들은 평화로운 관계를 유지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실제로 그렇게 하려 했다. 하지만 동시에 땅을 차지하려고도 했다. 그 두 가지 욕망은 함께 이루기에는 매우 어려운 조합이었다.
영화의 초반에는 천연두 유행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영국인들이 시드니에서 애버리지니들 사이에 퍼진 전염병을 관찰했고, 그것이 인구의 상당 부분을 휩쓸었다는 내용이었다. 나는 오래전부터 애버리지니들 역시 유럽인이 도착한 뒤의 아메리카처럼, 외부에서 유입된 질병으로 극심한 인구 감소를 겪었는지 궁금해하고 있었다. 다만 아메리카에서는 여러 질병이 동시에 작용했다. 이 천연두 유행의 경우에는, 당시 인도네시아 술라웨시의 마카사르에서 북호주로 정기적으로 오가던 상인들에 의해 진작에 병원균이 유입되었을 가능성이 크다고 요즘에는 추정하고 있다고 한다.
저녁에는 혼자 다시 나가서 오페라 하우스의 야경을 몇 장 찍었다. 기온도 매우 쾌적했고 분위기도 좋았다. 그리고 밖에는 사람들이 정말 많았다.
들국:
시드니 구시가지는 1788 백인들이 호주에 도착하기 전부터 원주민들이 사용하던 주요도로(현 조지 스트리트)를 중심으로 지어졌다. 도로변 건물들의 높이는 도로의 너비에 비례한다. 시드니의 경우 파리나 런던, 베를린에 비해 구시가지 주요도로가 좁고, 도로변 건물들이 애초부터 낮게 지어진 것을 관찰할 수 있었다.
1715년에 독일 작은 지방의 수도로 지어졌던 칼스루에와 비슷한 규모다. 당시에 영국에서 죄수를 귀양보내는 식민지의 수도로 생각했으니 그 정도 수준으로 계획했을 것이다. 유럽의 어떤 수도에 못지 않게 성장한 오늘의 시드니는 작고 아담한 옛건물들을 잘 보존해놓은 동시에, 도심 곳곳에 현대식 고층건물을 심어놓았다. 보통의 경우 구시가지 근처에 고층건물을 지양하는 정책을 펴는 독일에 사는 사람 눈에는 이 역시 신기하게 보인다.
중세시대부터 유럽에선 도시가 형성될 때는 중심가에 시청, 교회, 시장이 먼저 지어진다. 시드니도 그와 같은 패턴으로 지어지고 발전해온 것을 볼 수 있다. 19세기에는 중심가에 시티홀, 교회당, 빅토리아 상가건물이 웅장하고 화려하게 지어졌다. 이걸 보면 19세기에 들어오면서부터는 영국에서 호주대륙을 꽤 중요하게 여겼던 것 같은 느낌이 든다.
조지 스트리트를 계속 따라가면 부둣가가 나오기 직전에 아주 작은 옛 이층건물들이 드문드문 남아있는 층고가 나지막한 구역을 지나게 된다. 1788년에 도착한 (죄수 포함) 1000명의 최초 이주민들이 주거지를 형성한 곳이다. 박물관에서 보니 죄수들의 강제노역으로 도시를 건설했다고 한다. 지금은 벽돌로 지었지만 초기에는 널판지로 엉성하게 지었다. 그나마 겨울에 날씨가 온건하니 다행이었겠다.
궁금한 게 너무 많아서 하루종일 정신없이 걸어다니며 구경했다. 나중에 보니 이날 2만6천보나 걸었다. 며칠 전에 남쪽으로 내려올수록 날씨가 온화해진다고 적었는데, 웬걸 오늘도 몹시 더웠다. 관광을 너무 열심히 하느라 식사 때도 놓치고 너무 피곤하니까 둘 다 짜증이 절로 났다. 저녁 먹고 호텔에 도착하니 그냥 침대에 눕고만 싶었다. 그런데 안트는 잠시 쉬더니 야경을 사진 찍으러 다시 나간다고 했다. 강적이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footprint/6948e2e989c2a6-48203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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