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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V - 발리
    Our Journey 2026. 4. 20. 09:02

    들국:

    다윈에서 하룻밤을 자고 공항으로 가서 발리행 비행기를 탔다. 발리 공항에서 택시를 타고 먼저 수도 덴파자 시내에 들러서 자카르타 행 배표를 먼저 샀다. 이로서 이 일정이 확정되었으므로 안트는 이제부터 다음 교통편과 호텔 예약을 할 수 있게 되었다.  

     

    발리로 가는 내내 마음이 기뻤다. 거기에선 서프라이즈가 우릴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발리 해변 리조트에는 에바네 세 식구와 스콧 어머니가 먼저 가서 휴가를 즐기고 있었다. 우리는 중간에 합류해서 거기서 나흘을 함께 보냈다. 마치 꿈과 같았다. 

     

    사실 멜버른을 떠난 후, 우리는 피니를 많이 그리워하고 있었다. 멜버른에 살 때 피니는 아침에 일어나면 제일 먼저 우리 방으로 왔다. 아직 자고 있는 안트 옆에 누워서 같이 자는 척을 하다가 독일어로 „오파, 오파“ 하면서 안트를 깨우곤 했다. 피니와 함께 보낸 두 달은 말할 수 없이 행복했다. 그 사이에 피니는 독어가 많이 늘었다. 멜버른에서 헤어질 때, 피니는 제 엄마 품에 안겨서 엄마가 시키는 대로 우리에게 바이바이 손을 흔들다가 우리가 진짜 떠나는 것을 알고 앙앙 울어버렸다. 우리는 아이들과 작별하고 호주 대륙을 북상할 때, 발리에서 다시 만날 날을 고대하며 그리움을 달랬다.

     

    우리는 그때까지 리조트에서 휴가를 보낸 적이 한번도 없어서 그렇게 럭셔리한 생활이 참 신기하게 느껴졌다. 나는 그렇게 아름답게 잘 가꿔진 조경을 처음 보았다. 연못엔 앙증맞은 연꽃이 가득 떠있었고 그 사이를 커다란 물고기들이 돌아다녔다. 아침에 일어나 방문을 열면 난간을 온통 뒤덮은 초록빛이 아침인사를 했다. 눈을 어디로 돌려도 마른 잎 하나 볼 수 없는 싱싱한 초록빛이 여기저기서 각각 다른 형태로 빛을 발하고 있었다. 바닷가 고운 모래사장 옆에는 풀장도 용도에 따라 여러개나 있었다. 특히 이제 두돌이 되어가는 피니가 안전하게 놀기에 딱 적합한 풀장도 있어서 피니는 주로 여기서 시간을 보냈다. 

     

    아름다운 연못 위로 나있는 정자에서 우리는 함께 맛있는 아침을 먹었다. 리조트에서 제공하는 아침식사는 종류도 다양했고 훌륭했다. 피니는 마치 한국 아기처럼 흰 밥을 맛있게 먹었고 김치나 미역국도 잘 먹었다. 아침을 먹은 후에는 어린이 놀이방에 가서 동화책을 보거나, 발리춤을 배우기도 했다. 매우 자상하게 돌봐주며 놀아주는 누나 직원들이 있어서 조금 나이 먹은 아이들은 혼자 와서 놀기도 했다. 물고기 밥주는 어린이 행렬을 따라다니거나 놀이터에서 놀다가 풀장으로 갔다. 온 식구가 풀장에서 만나서 번갈아 피니를 보며 놀거나 쉬었다. 나는 스콧 어머니 조슬린을 다시 만난 것이 참 반가웠다. 

     

    점심 식사 때가 되면 직원들이 풀장에 메뉴판을 들고 돌아다니며 주문을 받고, 음식을 배달해 주었다. 우리는 대부분 간단하게 조금 주문해서 다 같이 나눠먹었다. 요리사 실력이 좋은지 어느 음식을 주문해도 다 맛이 있었다. 특히 피니가 잘 먹어서 아기 혼자서 일인분은 족히 먹었다. 나는 평소 습관대로 물만 마시고 음료수는 대부분 주문하지 않다가 남이 마시는 것을 보니 대체 맛이 어떨까 궁금해졌다. 그런데 갑자기 시키려니 모르는 이름들이 너무 많아서 그냥 스콧이 시키는 것을 따라 시켰다. 망고와 파인애플을 함께 넣어 짠 주스인데 정말 시원하고 맛있어서 다음에는 그것만 시켰다. 독일에 가면 비싸기도 하고 먼 데서 온 먹거리라 다시는 안 사먹을 텐데, 값도 싸고 현지에서 생산한 것이라 여기 있는 동안 자주 사먹기로 했다. 

     

    해변에 난 길을 따라 조금 걸으면 마을이 나왔다. 전부 관광객을 상대로 장사하는 듯했다. 우리는 마을로 가서 저녁을 사먹거나 아기 우유같은 생필품을 샀다. 호객행위를 하는 사람들이 더러 있었지만 다른 나라에 비해서 이 나라 사람들은 무척 얌전한 것 같다. 한번 사양하면 대부분 놓아주었다. 

     

    안트는 드디어 피니와 꼭 하고 싶었던 일을 했다. 자전거 타기. 피니를 자전거에 태우고 해변가 자전거길을 몇번이나 왔다 갔다 했다. 자전거 타고 가서 대형 거북이 밥 주는 것도 봤다. 피니는 아직도 비디오폰으로 안트를 만나면 정확한 독일어로 „파랏“이라고 말한다. 피니와 함께 보낸 시간은 참 진했다. 달리 집안일을 할 필요없이 오로지 피니와 놀기만 했으니 단 나흘이지만 뭔가 많이 하며 논 것 같이 느껴졌다. 

     

    어느덧 시간이 흘러 헤어지는 날이 왔다. 늘 하던 대로 연못 위 정자에서 만나서 아침을 함께 먹고 각자 짐을 쌌다. 우리가 먼저 택시를 타고 떠났다. 나는 에바와 스콧이 부러웠다. 이렇게 이쁜 아기의 무조건적인 사랑을 받으며 무조건적으로 아기를 사랑하는 젊은 엄마 아빠. 그들이 부모 역할을 참 잘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피니 친할머니 조슬린도 피니를 잘 봐주시고 피니도 그 분과 친하니 마음이 한결 놓였다. 헤어지는 건 슬펐지만 피니가 걱정이 되지는 않으니 그나마 위로가 되었다. 

     

    여행의 목적이었던 피니를 방문하고 떠나는 마음이 때와는 다르다는 느낀다. 기운이 빠졌다고나 할까? 때처럼 호기심도 줄었고 여행이 피곤하다는 생각이 많이 든다. 어쩜 정말 피곤할지도? 어떤 때는 빨리 독일 집에 돌아가고 싶기도 하고, 어떤 때는 독일 생활이 춥고 삭막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피니가 없어서 그런가 보다. 

     

     

     

    <팽귄을 찾아라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돼요.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footprint/69bbdd12775b84-025760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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