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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에게 가는 길 23일 - 오르두 2025/7/18Our Journey 2025. 7. 17. 23:27
안트:
오늘은 오르두에 대한 첫인상만 몇 가지 남긴다. 터키의 흑해 연안은 터키인 관광객들에게 인기 있는 여행지이다. 외국인은 이곳을 별로 찾지 않는다. 호텔에서 해변까지 걸어가는 길에 우리는 인상적인 보행자·자전거 겸용 도로를 지나게 되었다. 그 길에는 중앙선까지 그어져 있었지만, 자전거 이용자는 거의 없었다. 자전거 도로 하나로는 도시 전체를 자전거 친화적으로 만들 수 없는 법이다. 오늘 아무도 자전거를 타지 않는 것은 어쩌면 이 더운 날씨 탓일지도 모른다.
흑해 연안을 따라 대형 국도가 이어져 있다. 해안선 바로 뒤에는 곧장 산악 지형이 이어지기 때문에, 도로는 바다 가까이에 직접 놓는 간단한 방식이 선택되었다. 그 결과, 도시와 바다 사이의 연결성이 단절되었다. 도심에서는 바다와 도로 사이에 공원을 조성해 놓았지만, 그 풍경이 아름답다고 보긴 어렵다.
시내에는 보행자 전용 쇼핑 구역이 있었고, 젊고 현대적인 상점들이 들어서 있었다. 그 중에는 세월의 흔적이 느껴지면서도 잘 보존된, 개성 있는 오래된 건물 몇 채도 눈에 띄었다. 그러나 대체로 터키 도시의 건물들은 오래되면 반쯤 무너져 있거나, 상업 용도로는 기능하지만 보기에는 흉물스럽거나, 혹은 세련미 없이 과시적인 현대식 건물들이거나, 획일적인 신축 아파트 단지들이다. 그저 도심을 거닐며 건축미를 즐긴다는 것은 터키에서는 어려운 일이다.
바다로 길게 뻗은 구조물은 항만이었다. 특이하게도, 정박해 있는 선박은 보이지 않았다.
들국:
오늘은 조지아로 가는 밤버스를 타는 날이다. 아침 일찍 체크아웃하고 짐을 호텔에 맡겨두고 오르두 관광을 했다.
안트가 좋아하는 케이블카를 타고 산꼭대기에 올라가 도시와 바다를 구경했다. 조망 좋은 카페 테라스에서 튀김 스낵으로 점심을 먹었다. 너무 더워서 둘 다 입맛이 없어서 반만 먹었다. 나머지는 버리기 죄스러워서 봉지에 싸왔는데 저녁에 버스에서 먹게될지 버릴지는 모르겠다.
오르두는 작고 예쁜 해안도시다. 바다에서 바람이 불어서 시원할 만도 하건만 도시 전체를 아스팔트, 시멘트로 코팅을 해서 후끈 달아 너무 더웠다. 군데군데 가로수라도 심었으면 사람도 덜 덥고 빗물도 지하수로 흡수되련만.
일찌감치 짐을 찾아 시외버스 터미널로 왔다. 택시를 탔는데도 너무 더워서 터미널 건물로 들어오니 냉방된 실내가 어찌나 반갑던지.
푹신한 소파에 앉아 여행기도 올리고 안트랑 번갈아 화장실에 가서 이도 닦고, 얼굴과 팔에 바른 썬크림도 지웠다. 잘 준비를 미리 했다. 여행 떠난지 좀 됐다고 대합실이 마치 집처럼 느껴지는 것 같아서 웃음이 나왔다. 노숙자 각 나옴꽈?
화장실에서 세수하면서 낮에 길에서 산 꼬마자두도 씻었다. 자두봉지에 물을 넣어 흔들다가 물을 살살 흘려보내고 있는데 터키 할머니가 옆에서 손 씻다가 내게 뭐라뭐라 하셨다. 화장실에서 이런 거 하면 안된다고 지적질하시나? 꼭 독일사람 같으셔. 나는 말도 못 알아들으면서 괜히 빈정이 상해서 터키어로 “나 못 알아들어” 무뚝뚝하게 대꾸했다.
그랬더니 이 할마시, 옆에 있는 다른 중년아짐에게 뭐라뭐라 내 얘기를 했다. 중년아짐, 뚜벅뚜벅 내게 오더니 손을 뻗어 날카로운 손톱으로 내 자두 봉지를 꼬집었다. 봉지에 구멍이 뽕 뚫리고 쪼로록 물이 금세 싹 빠져버렸다. 나는 고개 숙여 감사 인사를 드렸다. 할마시와 아짐은 매우 만족한 표정을 지으며 차례로 나가셨다.
나는 지금 이 글을 조지아 티빌리시로 가는 밤버스 안에서 쓴다. 버스는 한시간 반정도 늦게 오더니 떠나자마자 길이 꽉 막혀서 꼼짝달싹도 못한다.
원래는 국경도시 바투미까지 가서, 거기서 택시 타거나 걸어서 다른 터미널로 가서 티빌리시로 가는 버스를 탈 계획이었다. 그런데 타기 직전에 우리가 탈 버스의 종점이 티빌리시라는 걸 같이 타고 가는 조지아 아주머니에게서 알게 됐다. 이 아주머니가 적극적으로 도와줘서 버스 차장에게 나머지 차비를 영수증 없이 현찰로 내고 종점까지 갈 수 있게 됐다.
조지아 아주머니랑 차장, 그리고 나 이렇게 세 사람은 언어가 서로 한 마디도 안 통하면서 이렇게 위대한 사업을 뚝딱 성사시켰다. 인공지능 번역기가 바벨탑을 다시 쌓았도다.
미리 예약했던 바투미-티빌리시 버스티켓은 세 시간 전까지 취소 가능하다더니 막상 취소하려니 안 된단다. 낯선 곳에 다니면서 적당히 손해보는 연습을 하기로 했다. 인샬라.
아래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원문인 독어 버전을 올렸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이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trip/685d047694cb79-525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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