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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에게 가는 길 III 165 - 다윈 2025/12/7Our Journey 2025. 12. 9. 00:46
안트:
지금 다윈은 한여름이라 정말 끈적끈적하게 덥다. 그래서 요즘은 관광 시즌도 아니고, 관광객을 위한 여러 프로그램들도 운영하지 않는다. 늘 그렇듯이 우리는 여기서도 관광준비가 별로 안 되어 있고, 그냥 즉흥적으로 움직였다. 아침에 나는 일단 너무 더워지기 전에 식물원에 먼저 가고, 그 근처에 있는 노던 테리토리 박물관에 가는 계획을 세웠다. 거기에는 점심을 먹을 수 있는 카페도 있다.
다윈에는 버스망이 있고 이용은 무료다. 대략 한 시간에 두 번 정도 다닌다. 우리 호텔 근처에도, 식물원 근처에도 버스가 서는 노선이 있었는데, 식물원 근처에는 정류장이 두 개 있었다.
버스에서 나는 창가 쪽에 앉았는데, 버스 바깥 벽을 손으로 만지니 엄청 뜨거웠다. 화상 입기 직전 느낌. 에어컨이 더위와 열심히 싸우고 있었다. 그런데 버스가 우리의 계획을 망가뜨렸다. 한쪽 도로에 정거장이 있으면 맞은편에도 있을 거라고 나는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우리가 내리려던 곳에서는 버스가 그냥 서지 않았다. 다음 정류장은 박물관 바로 앞이었다.
그래서 계획 변경: 그냥 바로 박물관에 들어가기로 했다. 박물관에는 보통 여러 박물관에 흩어져 있을 법한 전시들이 한데 모여 있었다. 먼저 매년 새로 기획되는 원주민 예술 전시가 있었다. 심사위원단이 작품을 선정하고, 매년 시상도 한다고 한다. 나는 정말 인상 깊게 봤고, 작품들이 이렇게 다양할 줄은 몰랐다. 작품마다 설명문이 있었는데, 전반적으로 굉장히 애도하는 분위기였다. 유럽인의 정착으로 인한 원주민의 토지 상실은, 치료되어야 하는 지속적인 상처라는 내용이 많았다.
그다음엔 사이클론 트레이시 50주년 기념(1976)의 전시회를 봤다. 그때 나는 열네 살이었다. 기억을 더듬어 보려고 했지만, 독일 매체에도 나오긴 했겠지만 나에게는 너무 먼 일이라 별 감흥이 없었던 것 같다. 트레이시는 크리스마스 휴일에 왔다. 다윈 사람들은 사이클론에 익숙했고, 별로 심각하게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바람 좀 불고 비 좀 오겠지, 뭐 그 정도. 그러나 트레이시는 도시를 거의 완전히 파괴했다. 오스트레일리아 방송국(ABC)이 첫 며칠만에 다큐를 제작했는데, 그걸 이곳에서 상영하고 있었다.
건물들은 그런 강풍을 견디도록 지어지지 않았었고, 태풍은 건물들을 여러 단계에 걸쳐 해체하듯 파괴했다고 한다. 먼저 지붕이 날아가고, 그다음 벽이 무너지고, 마지막엔 바닥판까지 뜯겨나갔다. 전시회에는 사람들이 그때 들었다는 소리도 묘사되어 있었다. 건물 조각들이 엄청난 속도로 땅바닥을 긁으며 지나가면서 난 소리였다고. 몇몇 사람들은 보호 장비 하나 없이 땅바닥에 엎드린 채 6시간 동안 버텼다고 한다. 절대 머리를 들지 말자… 그 과정에서 66명이 목숨을 잃었다.
주민 중 상당수는 호주 남부로 대피했지만, 많은 이들이 결국 다시 돌아왔다고 한다. 다윈은 다시 재건되었다. 짧은 역사 동안 이번이 네 번째였다. 그전에도 두 차례의 다른 사이클론과 제2차 세계대전 중 일본군의 폭격으로 세 번이나 파괴된 바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다윈의 건물들은 대부분 약 50년 정도의 연식을 가지고 있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 있지만, 실제로는 훨씬 더 새로운 건물들이 대부분이다. 다윈 도심은 매우 현대적으로 보인다.
그리고 상설 전시가 세 개 더 있었다. 하나는 19세기 말부터 시작된 노던 테리토리의 역사 전시였다. 다윈이 그 수도다. 당시 유럽인과 원주민 외에도, 골드러시 때 이곳으로 온 많은 중국계 이민자들이 있었다. 경제 상황은 오랫동안 아주 어려웠고, 항공과 육상 교통이 개선되고 나서야 좋아졌다.
또 하나는 자연사 전시였다. 거기엔 ‘스위트하트’도 있었다. 한동안 특정 지역을 위험하게 만들었던 거대한 바다악어였다. 그리고 정말 인상적인 흰개미둑도 있었다.
마지막은 역사적인 배와 보트들의 컬렉션이었다.
중간에 카페에 가서 점심을 먹었다. 원래 우리는 많이 먹지 않으려고 감자튀김 한 접시(아이올리와 함께)를 나눠 먹기로 했다. 작은 것과 큰 것이 있었는데, 둘이서 작은 건 너무 적겠지 싶어서 큰 걸 시켰다. 그런데 네 명이 먹어도 될 양이었다. 뭔가 양념이 되어 있었는데 정말 맛있었다. 아니었으면 다 못 먹었을 거다.
밖이 너무 더워서 우리는 식물원에 가지 않고 호텔로 돌아왔다. 거기서 펭귄 관련 글을 좀 썼다. 이것도 해야 한다. 안 하면 밀린다.
어제도 썼지만, 이 도시는 참 외딴 곳이다. 비행기나 배로 올 수 있고, 육로로는 스튜어트 하이웨이가 다윈과 애들레이드를 연결한다. 애들레이드는 대륙 반대편에 있고 약 3000km 떨어져 있다. 그 사이에는 앨리스 스프링스 같은 아주 작은 마을들뿐이다. 그런데 이렇게 외딴 도시가 어떻게 공급을 받을까?
저녁에는 울워스에 장을 보러 갔다. 슈퍼마켓 체인이다. 다가올 버스 여행을 위해 이것저것 챙기려고 했다. 다른 나라의 슈퍼에 가면 상품 구성과 가격을 보는 게 늘 흥미롭다. 이 가격 수준에 익숙해져야 할 것 같다. 다윈의 외진 위치 때문에 특별히 비싸지 않을까 싶다. 예를 들어 내게 있어 요구르트는 원래 싼 음식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1인용 작은 요구르트 하나가 2.80달러, 1.75유로였다. 독일의 거의 세 배 가격이다.
들국:
드디어 우리 아이들이 사는 호주대륙에 도착했다. 호주대륙 반대편에 사는 스콧과 에바는 우리 비행을 멀리서 지켜보며 우리가 새로운 단계에 도달할 때마다 연락을 해왔다. 착륙했겠네. 환영해. 입국수속은 어땠어? 지금 어디야? 주로 스콧이 그랬다. 가족끼리 별로 사교적이지 못한 가풍이 있는 우리 집안에 어쩌다가 이렇게 다정한 사람이 들어왔는지. 복권 당첨된 것 같다.
건널목 신호등이 초록으로 바뀔 때 삐아 툭툭툭툭툭 하는 소리를 들으니까 내가 정말 호주에 도착했다는 것이 실감 났다. 피니가 막 보고 싶어서 빨리 멜버른으로 가고 싶어졌다. 1년 전에 딸아이 산후관리 해주러 와서 경험했던 호주 생활이 생각나고, 그리워지기까지 했다.
물가가 갑자기 비싸진 것에도 적응해야 하고, 음식 시키면 양이 많아진 것에도 적응해야 한다. 감자튀김이 먹고 싶어서 둘이서 라지 사이즈 하나 시켜봤는데 우리 둘이 먹기에 너무 많았다. 하지만 정말 맛있었다. 뮌헨에서 먹던 폼프릿이 아니었다. 뭘 어떻게 했길래 똑같은 음식이 이리 맛있는 것이야?
사람들도 달라졌다. 친절한 것은 다른 동남아 나라들과 비슷한데 어딘지 쿨하게 거리를 유지해주는 듯한 느낌. 동남아에서처럼 먼저 와서 도와주는 스타일이 아니라, 남의 일에 참견하지 않고 그냥 자기 일 하고 있다가, 누가 도와달라고 하면 활짝 웃으며 기꺼이 도와주는 스타일. 유럽풍이다. 다민족 국가라 주민들의 피부빛과 생김새가 매우 다양했다. 바다 하나 건넜다고, 우리가 방금 떠나온 동남아 사람들과 똑같이 생긴 사람들의 아우라가 이렇게 다르다는 게 참 신기했다.
처음 보는 사람들끼리 하는 상투적인 인사가 ‚친구야, 어떻게 지내?‘인 순박한 사람들이 사는 나라에 왔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footprint/693556275d5375-97756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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