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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III 168 - 타운스빌 2025/12/10
    Our Journey 2025. 12. 12. 12:16

    안트:

    “옥상에 있는 저희 수영장을 꼭 이용해보셔야 해요. 아주 특별하답니다. 저희가 이 도시에서 가장 높은 건물이에요.” 하고 리셉션의 남자가 말했다. 우리는 호텔을 아주 실용적으로 골랐다. 위치도 좋고 가격도 괜찮았다. 적어도 호주 기준에서는. 게다가 둥근 형태의 건물에 20층에는 수영장이 있고, 거기서 도시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멋진 전망도 즐길 수 있다.

     

    여기는 아침식사를 함께 예약할 수 없지만, 많은 호텔들이 아침식사를 제공하긴 한다. 대부분 컨티넨털 조식이라고 한다. 나는 처음엔 그게 뭔지 찾아봐야 했다. 영국이 아닌 유럽 대륙 사람들은 아침에 따뜻한 음식을 거의 먹지 않고 빵이나 크루아상, 그리고 달걀 정도를 먹는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이번 여행을 하면서 아침에는 오히려 따뜻한 음식을 고르게 되었다. 

     

    채소가 들어 있는 걸 먹고 싶었지만, 여기서는 그게 그리 많지 않았다. 구운 토마토 한 조각과 버섯 몇 개 정도. 빵은 여러 가지가 있지만, 독일 사람으로서 그 위에 올릴 뭔가가 좀 아쉽다. 버터, 잼은 포장으로 있고, 큰 누텔라 병 하나가 놓여 있다. 하지만 치즈는 없다. 대신 최근에는 비르허 뮈슬리를 여러 번 먹었다. 여기서는 따뜻한 음식이 더 풍부해서, 사실 그리 ‘컨티넨털’스럽지 않을지도 모른다. 그리고 우리 눈에 띈 건 포치드 에그 위에 올라간 홀랜다이즈 소스였다. 잘 어울렸다!

     

    타운스빌은 공업도시이지만, 그래도 살기 괜찮아 보이는 곳이다. 표지 사진에는 한 도시에서 필요한 것들이 다 담겨 있다. 메인 스트리트, 언덕에 자리한 빌라들, 일자리를 제공하는 조선소. 그리고 아래쪽에 교회처럼 보이는 건물이 사실은 지역 양조장이다. 언덕 뒤쪽에는 해변이 있다. 

     

    우리는 긴 이동 끝에 도착했으니 오늘은 그냥 쉬기로 했다. 아침엔 수영장에서 조금 놀다가, 점심 무렵 해변 쪽으로 슬슬 걸어 나갔다. 가는 길에 눈에 보이는 집들을 아무 생각 없이 찍어댔다.

     

    바다에서 수영하는 건 여기서는 조금 특별하다. 여름에는 ‘스팅어’라고 불리는 해파리가 있는데, 지구에서 가장 치명적인 독성 생물 중 하나라고 한다. 게다가 바다로 나오는 경우가 있는 바다 악어도 있다. 스팅어를 막기 위해 그물을 쳐 둔 구역이 있고, 전신을 감싸는 특수 수영복도 있다. 그물로 막힌 구역에서는 수영은 할 수 있지만 서핑은 못 한다. 그래서 그 구역 밖에서도 사람들이 움직이는 모습을 볼 수 있다.

     

     

    들국:

    어제 밤 11시쯤 호텔에 도착해서 오래간만에 씻고 자리에 들었다. 한창 꿀잠을 자고 있는데 예리한 알람소리가 크게 울렸다. 놀라서 잠에서 깨니 다시 한번 알람이 울리고 화재경보가 잘못 울렸다는 건지, 뭐라는 건지는 못 알아들었지만, 하여튼 신경쓰지 말라는 안내방송이 나왔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화재가 났으니 일단 방에서 대기하고 있으라는 방송이 나왔다. 우리는 작은 배낭만 꾸려서 등에 매고 기다렸다. 기다리면서 슬금슬금 큰 가방도 쌌다. 어제 밤에 왔으니 별로 풀어놓지 않아서 금방 쌌다. 

     

    불이 났다는데 아무런 소동도 없이 쥐죽은 듯 조용한 게 이상했다. 밖에서 무슨 소리가 나길래 나가봤더니 나이 지긋한 여성이 엘리베이터를 타고 있었다. 지금 무슨 일이 났는지 아느냐고 물어봤더니, 자기도 모른다며 어깨를 으쓱해 보이고는 내려갔다. 가벼운 실내복 차림으로 아무것도 안 가지고 내려가는 폼이 아무래도 아침식사를 하러 내려가는 것 같았다. 

     

    다시 방에 들어와서 프론트에 전화를 해볼까, 기다리랬으니 기다릴까 설왕설래 하고 있었다. 갑자기 안트가 단호한 목소리로 주장하기 시작했다. 가만 있으랜다고 가만 있냐, 세월호를 보지 않았냐, 당장 내려가야 한다, 화재시 엘리베이터는 타는 게 아니다, 우리 큰 가방을 배낭으로 만들어 메고 11층을 계단을 통해 내려가는 게 정석이다, 당장 나가자! 내가 다급하게 대답했다. 안돼, 그러면 사람들이 우리 독일에서 왔는 줄 다 알어!

     

    다시 밖에서 인기척이 났다. 내가 얼른 나가봤더니 기술자처럼 보이는 아저씨가 지나갔다. 불 난 거냐고 물었더니 아니라고 손을 저으며 웃었다. 아무리 다른 나라 다른 풍습이라지만, 고층건물에 화재경보가 울렸는데 사람들이 너무 느긋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첫 안내방송을 우리가 못 알아들어서 뭘 놓친 게 있는 것 같다. 

     

    잠이 다 깨어서 아침식사를 먼저 하고 올라와 나는 다시 잠이 들었다. 정오쯤 일어나 옥상 풀장에서 수영도 하고 좀 쉬었다. 오늘은 편안하게 거리 구경, 바닷가 구경을 하기로 했다. 해변이 아름다운데 사람이 많지 않으니 평온하기까지 했다. 인구밀도 낮은 나라 행복한 나라. 해수욕은 독성 있는 해파리 때문에 못하는 줄 알았는데, 군데군데 그물로 해파리를 막아놓은 해수용장이 보였다. 수영복을 가져오지 않은 게 아쉬웠다. 우리는 신발을 벗어들고 해변가를 산책하다 조망 좋은 음식점을 만나 맛있고 건강해보이는 점심을 사먹었다. 

     

    그리고는 2차대전 때 바다에 면한 언덕에 설치됐던 군사시설을 구경했다. 호주는 유럽이나 아시아와 달리 전쟁을 겪지 않은 행운의 대륙이라 생각했는데 여기서도 전쟁의 상흔이 남았다는 걸 처음 알았다. 일본군의 공습을 받았다고 했다. 

     

    그리고는 다시 호텔로 가서 풀에서 수영 한번 하고 쉬었다. 저녁은 가볍게 먹고 싶어서 슈퍼에서 샐러드를 사와서 호텔방에서 먹었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footprint/693a9c4cc56dd3-559977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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