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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III 171, 172 - 브리스번 2025/12/13-14
    Our Journey 2025. 12. 17. 13:35

    들국:

    아침 7시에 브리스번에 도착했다. 드디어 버스에서 내리니까 마음은 살 것 같았지만 몸은 좀 어지러웠다. 안트도 몸이 안 좋아서 벤치에 잠시 앉아 있다가 호텔을 향해 걸어갔다. 다행히도 안트가 호텔을 버스정류장 근처에 잡아놓아서 걸어갈 수 있었다. 

     

    호주에 온 후부터는 걷는 일이 즐거워졌다. 동남아와 달리 잘 설비된 인도도 있고, 길 건너는 신호등도 있고, 도로가 자동차로 가득차서 시끄럽거나 매연으로 공기가 탁하지도 않으니, 이런 환경에서 걷는 일이 마치 축복처럼 느껴졌다. 

     

    호텔에 가서 짐을 맡겨놓고 다시 나왔다. 호텔 체크인 시간은 오후 2시라서 그때까지 시내를 돌아보기로 했다. 시내의 보행자 전용도로는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연말 기분을 잔뜩 내고 있었다. 구시가지답게 아름다운 고전주의 건물들이 도로변에 줄 서 있고, 현대식 고층건물들은 조금 뒤쪽에서 스카이라인을 이루고 있었다. 

     

    특별히 요란하게 뻐기는 건물은 없는데 도시 전체에서 어딘지 모르게 부티가 났다. 졸부가 풍기는 부티가 아니라 깔끔하고 매력있는 부티였다. 스콧이 브리스번은 어떠냐고 웟츠앱으로 문자를 보냈는데 그때 내 머리에 딱 떠오르는 단어는 차밍이었다. 

     

    둘 다 컨디션도 안 좋고 속도 안 좋은 것 같아서 뭐 먹고 싶은 생각이 전혀 없었다. 안트가 우리 이럴 때 국물 있는 음식을 먹으면 좋을 것 같다고 했다. 쇼핑몰 푸드코트로 들어가 봤다가 재미있는 식당을 발견했다. 

     

    중국식 훠궈를 편리하게 먹을 수 있게 해놓은 스마트한 컨셉이었다. 진열대에서 먹고 싶은 재료를 골라서 커다란 바가지에 담아서 갖고 가면 무게를 달아 가격을 매기고 원하는 국물로 끓여주는 식당이었다.  우리는 그간 먹고 싶었던 야채를 종류대로 듬뿍 넣고, 생선과 오뎅을 조금 넣어 끓인 국수를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다 먹고 나니 갑자기 기운이 나고 기분이 좋아졌다. 우리가 속이 안 좋고 컨디션이 안 좋았던 게 아니라, 배가 고파 기운이 없었던 게야.

     

    기운이 난 김에 로마 스테이션 파크랜드를 들러서 호텔로 가기로 했다. 공원에 들어서니 크고 작은 수목들이 형형색색의 꽃을 화려하게 피우고 있었다. 동남아에선 계절상 너무 덥고 건조해서 그랬는지 꽃이 이렇게 화려하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런데 좀 더 적도에서 떨어져 있는 브리스번에 오니 꽃 색깔이 정말 강열하고 예뻤다. 내 입에선 쉴 새 없이 감탄사가 터져나왔다. 저절로 나오는 소리인데 내가 들어도 재밌었다. 그런데 어디서 많이 듣던 소리 같았다. 우리 피니가 낸 소리를 내가 나도 모르게 따라하는 것이었다. 피니가 지금보다 더 어렸을 때 지 아빠 신발을 보며 크다고 감탄하는 비디오를 내가 너무 많이 본 탓이다.  

     

    오후 2시 정각에 호텔로 들어와 씻고 달콤한 낮잠에 빠졌다. 저녁에는 몸보신하려고 소갈비를 푹 고운 태국식 카레를 먹었다. 맛은 있었지만 양이 너무 많았다. 

     

    다음날 아침에 안트가 늦잠을 잤다. 밤에 잘 못잤다고 했다. 호텔 옆 레스토랑에서 아침을 맛있게 먹고 미리 예약해 놓은 시청 시계탑을 방문했다. 그리고 강변을 따라 길게 조성해놓은 엑스포 공원을 즐겼다. 모래밭과 연결된 엄청 길고 얕은 수영장을 보며 우리 피니 생각을 했다. 여기 데려다 놓으면 너무 좋아서 안 나가려고 할 것 같았다. 

     

    퀸스랜드 미술관에 갔다. 좋은 작품들이 많아서 행복했다. 다민족 국가의 미술관답게 여러 문화에 뿌리를 둔 현대미술을 볼 수 있어서 기뻤다. 호주 원주민 아보리진의 미술도 다양했다. 단지 아보리진 현대미술과 다른 현대미술의 만남이나 상호간의 확장은 없는지 궁금했다. 

     

    안트는 여전히 부비동염으로 고생했다. 에어컨이 돌아가는 미술관 실내에 오래 있으면 머리가 아파서 카페 정원에 나와 차 한잔씩 마시고 미술관을 나왔다. 

     

    시내에 재두루미 같이 생긴 새들이 활보하는 모습이 자주 보여서 의아했다. 우포에선 철새들을 애지중지 여기며 너무 가까이 가지도 않고 큰 소리도 내지 않으며 멀리서 망원경으로 구경했다. 그런데 그런 새가 여기선 사람을 전혀 두려워하지 않고 도심에서 까마귀들과 먹이 가지고 싸우기도 하는 것이다. 알고 봤더니 철새 두루미는 아니고 호주에 상주하는 흰따오기라고 한다. 브리스번인지 호주의 심볼처럼 여겨지는지 공원에 조각상도 있고 키링도 있다. 원래 자연에 있어야 할 애들이 도시에서 길가에 고인 물을 마시려고 길고 뾰족한 부리로 곡예하는 모습이 귀엽다. 

     

    저녁은 슈퍼에서 사온 렌틸 샐러드를 에어컨 꺼놓은 호텔 방에서 먹었다. 맛도 있고 양도 적당하고 건강식 같아서 좋았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footprint/693e5c3aa85c10-1208297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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