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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V - 무주
    Our Journey 2026. 5. 20. 20:11

    들국:

     

    무주 차산

    고등학교 1학년 때부터 친구인 현규가 무주 차산 시골집으로 우릴 초대했다. 할아버지 집을 고쳐지은 고옥답게 언뜻 보면 한옥인데 자세히 보면 단정한 현대식 건물이다. 천정엔 고옥의 옛 풍취를 살려두고, 창문은 건축주의 바램대로 앞뒤로 시원하게 뚫어 투명성을 강조했다. 이런 파격적인 구조에도 옛것과 새것이 서로 조화하는 이유는 아마도 불필요한 장식이나 멋부리려는 의도가 없어서인 것 같다. 구조역학을 거스르지 않는 겸손한 구조는 조화로운 비례로 나타나고, 조화로운 비례는 ‚왠지 아늑하고 편안함, 안온함’을 선사한다. 현규가 이 집을 ‚안온재’라고 이름지었다길래 나는 무릎을 쳤다. 참 어울리는 이름이다.  

     

    씨족마을 어른 집답게 산수가 훤히 내려다 보이는 좋은 위치의 집에서 안트와 나는 창밖의 풍광을 즐기면서 밥을 먹고 글을 썼다. 현규가 가볍게 내어놓은 방명록을 보니까 쓰고 싶은 말들이 마구 떠올라 맴돌았다. 

     

    „안온재는 이름을 참 잘 지었다. 왜냐면 위치가 안온하고, 건물이 안온하고, 가구가 안온하고, 주인이 안온한 집이기 때문이다. 

     

    안온재는 뻐기지 않는다. 햇살이 잘 들고 산이 잘 보이는 곳에 높이 위치했지만 주변 풍광과 조화로이 공존하여 없는 듯이 존재한다. 잘 보존된 한옥처럼 보이기도 하고, 비례가 매우 조화로운 클래식한 현대식 건물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파격적이면서 적절한 창문의 배치로 안온재는 어항 같은 느낌을 준다. 어렸을 때 들여다보며 동화를 꿈꾸던 빛나는 어항. 안온재에서 나는 금붕어가 되고 싶다. 그냥 여기 살고 싶다. 

     

    건축가의 철학과 건축주의 바램이 조화로이 반영된 건물의 예술적 가치는 과연 건축가의 영감에서 나오는 것인지, 디테일을 완벽하게 챙기는 성실함에서 나오는 것인지 궁금하다. 내 친구 현규가 살아보면서 알아내어 내게 말해주기를 기대해본다.“

     

     

    무주 구천동

    아름답기로 유명한 무주 구천동은 꼭 가보고 싶었는데 이번에 기회가 왔다. 우리는 구천동 계곡을 따라 올라가며 큰 바위와 맑은 물의 변화무쌍한 조화를 감탄했다. 옛날에는 아름다운 계곡마다 위락시설이 있었는데 요새는 그렇지 않은 것 같았다. 구천동 계곡은 자연 그대로 깨끗하게 관리되고 있었고, 산책로도 다양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점심 때가 되어 대통령들이 다녀갔다는 음식점으로 갔다. 벽에 유명인들의 싸인이 있는 액자들이 걸려 수없이 걸려 있었다. 거기서 우리는 송이버섯 전골을 먹었다. 송이버섯 요리가 유난히 비싸서 나는 망설였지만 현규는 내가 한번도 못 먹어봤다는 말을 듣고 주문했다. 송이버섯은 정말로 향이 강열했다. 내가 여태 먹어본 버섯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맛이었다. 맛은 기억나지 않지만 생긴 것은 절대 잊지 않을 버섯은 노루궁뎅이 버섯이다. 한국사람들은 이름을 참 재미있게 짓는다. 

     

     

    서울

    무주에서 이틀을 자고 현규 차로 서울로 올라와 현규네 아파트에서 이틀을 더 머물렀다. 현규가 저녁에 뭐가 먹고 싶냐고 묻길래 한강 라면이 먹고 싶다고 했다. 우리는 걸어서 한강으로 나갔다. 불광천을 따라 한강으로 가는 길이 예쁘게 정비되어 있었다. 곳곳에 꽃이 만발하고 많은 시민들이 조깅을 하거나 운동을 하고 있었다. 

     

    한강변 편의점에서 라면을 사서 즉석에서 끓였다. 편의점 이모님이 매우 친절하게 도와주셨다. 라면 끓이는 기계는 정말 편리했다. 하나 가지고 싶을 정도로 기특하게 제 임무를 수행했다. 우리가 라면을 만들 동안 안트는 밖에 벤치에 자리를 잡아놓았다. 강바람을 맞으며 먹는 라면 맛이 꿀맛이었다. 

     

    사실 나는 현규네 집에서 1박만 계획이었다. 현규가 허리를 다쳐서 손님 맞는다고 무리하다가 덧날까봐 걱정되어서였다. 하루도 자면 현규가 나중에 우리집에 온다고 할까봐 알리바이로 1박만 하려고 했었다. 그런데 무주에 오라는 말에 좋아서 시골에서 2, 같이 지내니 너무 좋아 떨어지기 싫어서 서울에서 2박을 해서 나흘이나 신세를 졌다. 이번 여행에서 나는 것을 하나 깨달았다. 신세 지면서 친해질 수도 있다는 것을. 

     

     

    안트:

    서울로 돌아왔을 때, 두 한국 여성은 특별한 부탁을 했다. 한강에서 라면을 한 번 먹어보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저녁 무렵 우리는 한강 방향으로 걸어갔다. 한강은 서울을 가로지르는 큰 강이다.

     

    나는 이미 서울의 다른 곳에서도 이런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여기서도 마찬가지였다. 한강으로 흘러드는 작은 하천과 개천이 많이 있다. 그중 일부는 예전에 아마도 복개되어 있었을 것이다. 지금은 그것들을 다시 열어 놓고, 물을 정화하며 양쪽에는 보행로와 자전거도로를 만들고 녹지를 조성하고 있다. 이런 하천들은 계곡처럼 낮은 곳에 자리 잡고 있어서 꽤 매력적인 공간을 만든다.

     

    그곳의 자전거도로에는 시내의 자전거도로와는 달리 실제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많다. 이런 개천들은 도시를 따라 수 킬로미터씩 이어지기 때문에 긴 거리 자전거 주행도 가능하다. 결국에는 항상 한강으로 이어지며, 한강에는 양쪽에 끊임없이 자전거도로가 조성되어 있다. 다만 양쪽에는 고속도로도 함께 지나간다. 하지만 강변에 어느 정도 공간을 남겨 둔 곳에는 공원이 조성되어 있다. 우리가 저녁 산책을 마친 곳도 바로 그런 곳이었다.

     

    이런 공원에는 곧 편의점이 나오는데, 당연히 한국식 즉석 라면을 판다. 또한 라면을 조리해 주는 기계도 있다. 이런 세심한 배려 덕분에 한국 사람들은 마음이 따뜻해지고 편안함을 느낀다.

     

    출발 하루 전날 우리는 여행 중에 사거나 받은 물건 중 바로 가져갈 필요가 없는 것들을 모두 모아 소포로 집에 보냈다. 일부 우체국에는 포장 서비스가 있다. 물건만 가져가면 직원이 전문적으로 포장을 해주고 서류 작성도 도와준다. 우리는 점심시간에 맞춰 가는 바람에 운이 좋지 않아 직원이 한 명뿐이었고 직접 상자에 담아야 했다. 하지만 그는 소포 준비를 도와주었고 마지막에는 직접 마무리도 해주었다. 사진에는 서류를 작성하는 책상이 나오는데, 그곳에는 이용자들을 위한 돋보기 안경도 비치되어 있다. 들국이 마지막에 정중하게 감사를 전했을 때 직원은 매우 놀라워했다. 그는 돈을 벌었기 때문이다.

     

    우체국 교차로에서 나는 보행자 신호등 위에 있는 햇빛 가리개 사진도 찍었다. 한국에는 이런 세심하게 배려된 것들이 정말 많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footprint/6a0c35d6bc23b5-99708984?s=5348bbf15ccbff01b6c38cd06e0539583340dcd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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