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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에게 가는 길 V - 배 타고 중국 연태로Our Journey 2026. 5. 25. 18:54
들국:
중국으로 떠나는 선편 2인실을 일찌감치 예약했음에도 안트는 혹시 또 서로 다른 방을 배치받을까봐 조바심을 냈다. 예약만 했지, 돈을 내거나 방을 배정받은 것이 아니어서 그럴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오라는 시간보다 두 시간이나 이른 오후 1시에 송도 국제여객터미널로 갔다. 무사히 같은 방 2인실 티켓을 받았다. 그리고 한국에서의 마지막 식사로 편의점에서 크림 파스타와 돼지고기 고추 볶음을 얹은 밥을 사서 그 곳 전자레인지에 데워 먹었다. 터미널에는 음식점이 없었기 때문이다.
매우 긴 시간을 터미널 대합실에 앉아서 보냈다.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대합실은 많은 사람들로 꽉 찼다. 대부분 중국인 여성들이었는데 짐이 무척 많았다. 빨깐 테를 두른 금빛 정사각형 가방이 자주 눈에 띄었다. 자세히 보니 해녀김이라고 쓰여 있었다. 한국에서 김을 사가는 도매상인들인 것 같았다. 커다란 올리브영 가방을 든 사람들도 있고 송가네인지 빨간 가방도 많이 보였다.
배를 타기 전부터 벌써 중국에 와있는 기분이었다. 누구나 다 시끄럽고, 누구나 다 새치기를 했다. 어떤 사람은 나와 내가 끌고 있는 가방 사이에 몸을 끼워넣었다. 내가 가방을 버리고 가지 않는 한, 둘 다 꼼짝도 못하는 상황이 되었다. 내가 그 사람을 가방으로 가볍게 밀어내자 그는 아무 저항 없이 다시 나갔다. 복잡하고 시끄러워도 짜증스럽거나 격앙된 분위기는 아니었다. 중국사람들이 순둥순둥 한가? 이에 비하면 한국 사람들은 혈기가 왕성하다.
아마 만석인지 시간이 꽤 오래 걸려 탑승할 수 있었다. 탑승하니 창가에 다탁까지 있는 예쁜 방에 우리끼리 있으니 기분이 좋았다. 승무원들 중에 한국말을 잘 하는 사람이 하나 있기는 하지만 모든 방송이 중국어로만 되어 우리는 저녁식사 안내방송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냥 감으로 식당에 갔더니 이미 줄이 길게 늘어섰다. 그런데 승무원이 와서 우리 표를 보더니 VIP석으로 안내했다. 그래서 대학 식당 같은 식탁이 아닌 보통 식탁에 앉아서 저녁을 먹었다. 식단은 이코노미와 똑같았지만 뷔페처럼 차려놓아 각자 먹을 만큼 덜어갈 수 있었다. 음식은 한국사람 입맛에 그럭저럭 먹을 만했다. 단지 이튿날 조식은 완전 중국식이었다. 세 종류의 만두가 나왔고 차나 물 대신 숭늉 같은 것이 나왔다. 나는 숭늉을 좋아해서 괜찮았지만 안트는 마실 것이 없어서 좀 고역이었을 것이다.
저녁에 중국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서 노는 모습이 참 좋아보였다. 복도 같은 데서 카드와 중국식 보드게임을 많이 했다. 스맛폰 시대를 맞아 독일에서도 한국에서도 이미 사라져버린 풍경 같다.
인터넷도 안되는 망망대해에서 안트와 둘이 나란히 앉아서 바다 위에 파도 치는 모습을 한참 바라봤다. 파도 위에 하얀 포말이 있고 바다의 표면은 크고 작은 파도로 울퉁불퉁한 것이 팥죽 끓는 것 같았다. 파도가 제법 있는 날인데도 배는 조용하고 안정적이었다. 그래서 랩톱으로 글쓰는 작업을 한참 해도 멀미가 나지 않았다.
인천에서 떠날 때 두 시간 이상 늦어져서 혹시 연태에 늦게 도착하지는 않을까 걱정을 좀 했다. 오후 3시에 타이유안으로 가는 기차를 타야하기 때문이었다. 그러나 배는 도리어 일찍 도착했다. 일찍 도착했어도 사람이 원체 많으니 내리는 데 시간이 많이 걸려 정시에 내릴 수 있었다.
이번에는 입국심사가 좀 까다로웠다. 왜 중국에 네번이나 오느냐, 어디를 거쳐 어디로 가느냐고, 언어도 잘 안 통하는데 꼬치꼬치 캐물었다. 안트와 나는 따로따로 심문을 받았다. 안트가 다음 목적지 타이유안을 자꾸 타이완이라고 발음해서 그런 것 아닐까 생각이 든다. 안트에게 네 발음이 타이완으로 들린다고 했더니 자기도 그런지 몰랐다고 한다. 안그래도 시진핑이랑 트럼프가 만나서 예민하게 다뤘던 테마인데, 누가 타이완에 가려고 중국에 네 번이나 들락거리니 수상했나 보다. 그리고 중국에서의 마지막 목적지가 신장의 우루무치인 것도 의심을 샀던 것 같다. 호텔과 교통편을 거기까지만 예약했기 때문이다. 담당자들은 우리가 우루무치에서 잠적하는 게 아니라는 증서, 예를 들면 항공표 같은 것을 보고 싶어했다. 결국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떠나는 티켓을 보여주니 이해했다.
그리고는 우리가 왜 이런 여행을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왜 하필이면 중국을 통해서 한국을 가고 또 호주에는 왜 가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그리고 비행기를 안 탄다는 말을 비행기를 못 탄다는 말로 이해했기 때문에 우리가 호주에 들어가고 나올 때 비행기를 탔다는 말에 모든 그토리가 다시 꼬여버렸다. 결국 너희는 자녀가 있느냐, 어디 사느냐 이런 질문을 하다가 딸이 호주에 산다고 하니까 그제서야 동정의 눈빛을 보내줬다. 젊은 입국심사관들은 궁금증이 가실 때까지 꼬치꼬치 캐물었지만 예의 바르고 친절했다. 우리도 설명하느라 피곤했지만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footprint/6a105535ee8336-7974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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