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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V - 호파
    Our Journey 2026. 6. 3. 18:52

    들국:

    바투미에서 택시를 타고 터키 국경으로 갔다. 사람이 엄청나게 많아서 오래 기다리긴 했지만 출입국 수속 자체는 간단하고 수월하게 끝났다. 우리는 다시 택시를 타고 호파로 갔다. 택시 대신 버스를 탈 수도 있었으나 거리가 멀지 않아 택시요금이 10유로 미만으로 나왔으므로 택시를 탔다. 버스는 승합차 형태의 미니버스인데, 승객이 다 차야 출발한다. 게다가 짐칸도 없다. 우리는 환경에 대한 일말의 미안함이 있었지만, 이동시간을 줄이는 것도 여행의 기술이라고 애써 위로했다. (쓰고 나서 보니, 비행기 안 타는 여행을 하면서 이동시간 운운하며 여행의 기술을 언급하는 것을 보고, 읽는 사람들이 배꼽을 잡을 것 같다.)

     

    호파는 조지아 국경에서 가장 가까운 터키 소도시다. 지중해안선을 따라 달리는 도로변에 길게 위치해 있다. 주로 음식점들이 많았고, 제법 큰 홍차 공장도 있어서 그 앞을 지나가면 상큼한 풀냄새가 진동했다. 바다 쪽으로 공원 비슷한 것을 조그맣게 조성해 놓았다. 바닷가에 물놀이를 할 수 있는 비치는 없었다. 

     

    우리는 시내로 걸어가 음식점과 찻집들이 줄지은 골목길을 걸어다녔다. 마치 시장 같이 어두운 골목길엔 바깥이 탁자를 놓고 거기서 차를 마시며 앉아있는, 나이 든 남성들로 바글바글했다. 거의가 다 현지인들이었다. 내가 1986년에 처음으로 터키에 갔을 때, 도시나 시골이나, 밤이나 낮이나, 길가에서 이런 모습을 많이 보았다. 이 나라 남자들은 일도 안하나? 여자들은 어디 있나? 지금 여자들만 일하고 있나? 

     

    그때 목이 말라 차 한잔 마시려고 들어가본 카페에는 남성들만 있어서 나는 여기가 남성전용 찻집인가 싶어서 황급히 나가려고 했었다. 그때 사람들이 손짓으로 괜찮다고 앉으라고 해서 차 한잔을 마시고 계산을 하려고 보니 누군가가 나를 위해 돈을 냈다고 했다. 일 안하고 대낮부터 찻집에서 시간 보내며 어쩜 여성들에게 노동을 떠넘길지도 모르는 남성들에 대한 반감과, 이방인을 대하는 따스하게 맞아주는 그들에 감사한 마음이 뒤섞여 그때 나는 감정이 복잡했던 기억이 난다. 

     

    터키에는 독일어를 잘 하는 사람들이 많다. 독일에는 터키 출신 노동자들과 그들이 자손들이 많이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터키 구석쟁이에 있는 소도시에 도착하자마자 독일어를 유창하게 하는 터키인을 만났다. 음식점 주인이어서 우리는 모처럼 독일어로 메뉴 설명을 들었고 아주 만족하게 점심을 먹었다. 

     

    길에서 커다란 개들이 어슬렁거리거나 한복판에 누워서 자는 것은 바투미와 비슷했다. 그러나 호파의 개들은 귀에 불임시술을 했다는 표식이 없었다. 영양상태도 별로 좋아보이지 않았고, 피부병이 있는 개들도 종종 보였다. 개는 많이 보이는데 길에 개똥은 별로 없는 것이 신기했다. 

     

    호텔 아침식사는 터키식-지중해식으로 신선한 야채와 올리브, 치즈가 많이 나와서 오래간만에 반가웠다. 요리적인 관점에서 보면, 터키는 유럽 문화와 가깝다. 적어도 방금 아시아에서 온 경우라면 더 그렇게 느껴진다. 옆자리에 앉았던 손님들이 뷔페에서 음식을 산더미처럼 가져와서 먹다가 대부분 그냥 남기고 갔다. 호텔 종업원들 보기에 내가 다 민망하고 미안했다. 다행히도 그들은 터키인들이었다. 호텔에서 보니 이곳을 다녀가는 관광객들은 거의가 다 터키인들인 것 같았다. 호텔 옆에 있는 버스터미널에서는 터키 곳곳을 연결하는 노선들이 꽤 많이 있다. 

     

    막 버스가 하나 떠났는지 호텔 식당에서 밥 먹던 사람들이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식당이 갑자기 조용하고 한적해졌다. 우리가 막 일어나려고 빈 접시를 포개고 정리하는데 호텔 종업원이 와서 터키전통식 커피를 마시지 않겠느냐고 물었다. 우리 말고도 손님이 한 테이블 더 있었는데, 한적해지니까 커피 서비스를 하는 것 같았다. 터키 커피는 긴 막대에 달린 작은 구리용기에 곱게 간 커피와 물을 넣고 끓여서 내오는, 진하면서도 맛은 순하고 구수한 커피다. 앙증맞게 작은 커피잔 아래쪽에는 커피 찌꺼기가 남기 때문에 실지로 입에 들어가는 건 몇 모금도 안 된다. 

     

    마시고 나서 나는 커피잔을 뒤집어 놓고 잠시 기다렸다. 옛날에 터키인들은 커피 찌꺼기가 안쪽에서 흘러내린 모양을 보고 점을 치곤 했다. 나는 맘대로 점을 쳤다. 맘대로 했으니 점괘가 환상적이었다: 안트랑 나는 건강하고 사이 좋게 오래 살고, 우리가 집에 돌아가면 칠하고 마룻마닥 기름 먹이는 일을 일사천리로 해치우고, 우리는 쾌적한 환경에 감사하며 오래 친구들을 초대할 것이라고 커피 찌꺼기 점괘가 얘기했다. 나는 증거를 사진으로 남겼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footprint/6a1ea1848a6a03-96520305?s=f4c9333be8fa6e02cbaaae83344da9d2f293bea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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