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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에게 가는 길 V - 카르스Our Journey 2026. 6. 4. 17:37
들국:
호파에서 버스로 6시간을 달려 카르스에 도착했다. 카르스에서 앙카라까지 가는 기차길 주변 경치가 아름답기로 소문났다고 해서 안트는 순전히 이 기차를 타기 위해서 카르스를 다음 목적지로 정했다. 그래서 우리는 카르스라는 도시 자체에 대해서 어떤 기대나 사전 지식 없이 왔다. 그런데 알고보니 매우 유서 깊은 고도였다. 고대부터 코카서스와 아나톨리아를 잇는 교통 요충지로서 아르메니아 왕국과 이슬람 왕조의 지배를 받았다. 몽골과 아미르 티무르 역시 이곳을 지나가며 약탈과 파괴를 저질렀다. 19세기 말에 러시아에 공식 편입되었다가 1921년에 평화협정에 의해 터키에 최종 귀속되었다.
우리가 이 도시의 역사에 관심을 가지고 미리 계획을 짜서 왔더라면 40 km 떨어진 곳에 있는 유네스코 문화유산도 볼 수 있었으련만, 우리는 관광할 마음보다 쉬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그냥 가까운 곳을 슬슬 돌아다니다가 음식점이나 카페에 들어가서 맛있는 것을 사먹는 것으로 만족했다.
거리에 나가자마자 예상치 못했던 환영을 받았다. 예닐곱살 짜리 소년 넷이 뒤에서 우리를 부르며 달려왔다. 영어로 웟츠 유어 네임? 하고 묻는 것이 학교에서 배운 영어를 연습하려는 것 같았다. 나는 아이들에게 우리 이름을 가르쳐주고 하나씩 네 이름은 뭐냐고 물어봤다. 아이들이 이번에는 웨어 아 유 프롬?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나는 한국에서 왔고, 이 사람은... 내 대답이 끝나기도 전에 아이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뭐? 한국? 정말 한국이라고? 와아, 아이 러브 코리아! 그러면서 끊임없이 두 손을 마주붙여 손하트를 그려보였다. 그리고 핸드폰 어쩌고 하는데 그건 무슨 말인지 나도 이해하지 못했다. 진짜 한국 사람을 보았다고 한참을 흥분해서 떠들던 아이들이 사라지자 안트가 내게 물었다. 사람들은 왜 한국을 이렇게 좋아하는 거지? 나는 나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카르스는 옛부터 돌이 많은 지방인가 보다. 유서깊은 석조 건축물과 주택들이 많았고, 우리가 머문 호텔도 벽이 무척 두터운 석조건물이었다. 길가에는 러시아식 건물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호텔 뒷산 위에 커다란 성벽 폐허가 있어서 올라갔다. 주변 풍경이 내려다 보이는 것 외에는 별 설명이 없어서 역사에 대해서는 알 수 없었다. 성벽 바로 아래 온전하게 보존된 아담한 석조건물이 있었다. 문에는 신발을 벗고 들어가라는 영어 팻말이 있었다. 그것은 서기 940년에 지어진 아르메니아의 ‘카르스 대성당’이었다. 대성당치고 규모가 아담하다. 이후 여러 차례 지배권이 바뀌면서 교회와 모스크 사이를 오가며 용도가 변경되었고, 20세기에는 한때 박물관과 석유 저장소로도 사용되었다. 오늘날에는 모스크로 사용되고 있다. 한쪽 벽에는 기독교식 설교단이 남아 있었고, 정면의 아치는 이슬람 예배를 위해 나중에 만든 것 같았다. 바닥에는 이슬람식 문양이 있는 베이지색 카페트가 두텁게 깔려 있었다.
성벽에서 내려오는 길에 현대식 카페가 있어서 들어가 봤다. 커피 로스팅도 하고 예쁜 디저트들이 진열된 고급 카페였다. 커피 마시기에 늦은 시간이라 우리는 허브티를 주문했다. 안트는 과일 티를, 나는 페퍼민트 티를 시켰는데, 게피 스틱으로 고급스럽게 장식한 수제 티백이 나왔다. 허브티와 게피 스틱의 조합은 처음 먹어보는데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들어서 우리도 집에 가면 이렇게 해보기로 했다. 우리는 티와 함께 치즈케익과 티라미수를 먹었다. 웬만한 레스토랑 한끼 식사 가격이었다.
터키 물가가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다. 호텔도, 음식점도 그다지 싼 값이 아니었다. 물론 독일 물가에 비해서는 싸지만, 터키의 보통 사람들은 이 가격으로 어떻게 사먹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안트는 터키의 인플레이션이 현재 30퍼센트에 달하는데, 에르도한 정부가 종교적 이유로 금리인상을 막은 탓이라고 말했다. 많은 호텔과 레스토랑, 치즈 전문점들은 대부분 비어 있었다. 우리가 갔던 안네 소프라 음식점은 티비에 나온 맛집인 모양이다. 벽에는 티비에 방영된 장면이 무한반복되고 있었다. 그러나 손님들도 우리 말고 거의 없었고, 메뉴를 길게 장식했던 음식 종류도 서너 개로 한정되어 있었다.
여행 떠난지 일 년이 되어가는 지금, 우리의 소비습관은 여행 초반에 비해 조금 넉넉해졌다. 여행 중에 자원과 돈을 너무 절약하다가는 소중한 추억의 기회를 놓칠 수 있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footprint/6a20273ae1eff8-157215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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