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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에게 가는 길 35일 - 레기스탄 2025/7/30Our Journey 2025. 8. 1. 01:23
안트:
레기스탄은 관광적인 관점에서 보면 우즈베키스탄의 얼굴 같은 곳이다. 전체 전경을 담은 사진은 여행 33일 차에 올렸다. 이곳은 세 개의 마드라사, 즉 당대의 고등 교육기관에 둘러싸인 광장이다. 그중 가장 먼저 세워진 것은 왼쪽에 있는 울루그 베그 마드라사다. 아미르 티무르의 손자이며 천문학자로 알려진 울루그 베그가 1417년부터 짓기 시작했다. 이 마드라사는 200년 동안 그 자리에서 홀로 서 있었다.
이후 티무르 왕조는 이미 역사 속으로 사라졌고, 1619년부터 맞은편인 오른쪽에 있는 셰르도르 마드라사가, 그리고 1646년부터 중앙에 위치한 틸랴 코리 마드라사가 지어졌다. 셰르도르 마드라사는 울루그 베그 마드라사의 구조를 거울처럼 반영해 지어졌다. 이런 배치는 우즈베키스탄에서 종종 볼 수 있는데, ‘코시(Kosch)’라고 부르며 눈썹이라는 뜻이란다.
마드라사는 고등 교육기관이었다. 이곳에서는 15세 이상의 소년들이 입학해 10년 동안 공부할 수 있었다. 학생들은 소형 2층 구조의 기숙사에 세 명씩 함께 살았고, 아래층에서는 공부하고 위층에서는 잠을 잤다고 한다. 울루그 베그 마드라사에서는 이 기숙사들이 2층에 걸쳐 배치되어 있었고, 입학 후 5년이 지나면 1층에서 2층으로 옮겨갈 수 있었다고 했다.
학생들은 전액 지원을 받았고, 약간의 돈까지 지급받았다. 그래서 집안 형편과 관계 없이 공부할 수 있었다. 처음 몇 년 동안은 언어, 문학, 수학, 천문학 등 여러 과목을 두루 배우고, 이후에는 자신이 원하는 분야를 정해 전문적으로 공부했다. 의사, 율사, 철학자, 종교 교사 또는 세속 교사 등으로 진출했다고 한다.
셰르도르 마드라사의 외관 장식은 꽤 독특하다. 단순한 무늬만이 아니라 세속적인 이미지도 함께 묘사되어 있는데, 사실 이슬람에서는 이런 표현이 금지되어 있다. 이 건축을 의뢰한 통치자는 사자 그림을 원했다고 하는데, 이 곳은 사자 서식지가 아니어서 지역 예술가들은 사자를 실제로 본 적이 없었다. 사자는 털이 길다는 것만 들어서 알고 있었다. 당시 우즈베키스탄에는 실제로 호랑이가 있었기 때문에, 일단 호랑이를 그리고 등털을 길게 묘사했다. 그런데 이런 일은 뮌헨에서도 비슷하게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중국식 건축물이라 불리는 영국정원 비어가든의 '중국탑'도 실제로는 중국 건축과는 거리가 멀다.
오늘도 우리는 현지 가이드의 서비스를 받았다. 설명이 끝난 후에는 미나레트(첨탑) 중 하나에 올라갈 수 있었는데, 매우 좁고 가파른 나선형 계단을 통해 올라갔다. 꼭대기에서는 몸을 반쯤만 내밀 수 있었고, 주변 풍경을 바라보고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내려오는 길에 창문 같은 것이 눈에 띄었는데, 마치 총안구처럼 생겼다. 그게 어떤 기능을 했는지는 잘 모르겠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장식 무늬의 여러가지 제작 기법도 설명해주었다. 먼저 모자이크는 다양한 색의 유약이 입혀진 타일 조각을 하나하나 맞춰 만든 것이고, 이에 비해 ‘마욜리카’ 기법은 여러 색을 칠해서 구운 것이라고 했다. 색마다 적정 온도가 다르기 때문에, 색을 한 번 칠할 때마다 굽는 작업을 반복해야 했다고 한다. 무척 손이 많이 가는 작업이다.
왼쪽 울루그 베그 마드라사에는 작은 모스크가 하나 있었는데, 그와 마주 보는 셰르도르 마드라사에는 모스크가 없었다. 모스크는 메카 방향으로 정렬되어야 하기 때문에 그 건물에서는 방향상 짓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대신 중앙에 위치한 틸랴 코리 마드라사에는 더 큰 모스크가 들어서 있었다. 모스크의 지붕 위에는 보통 외부가 청록색인 멜론 모양의 돔이 얹혀 있는데, 방향상 메카를 바라봐야 하므로 마드라사 건물의 왼쪽 부분에만 모스크가 있고, 그래서 돔도 왼편에만 하나 있는 것이다(여행 33일 차 사진 참고). 이 돔은 대개 이중 구조로 되어 있다. 틸랴 코리 마드라사의 경우, 내부 천정은 실제로는 평평하지만, 착시현상을 이용한 정교한 채색 덕분에 밑에서 올려다보면 위로 둥그렇게 올라간 진짜 돔처럼 보인다.
곳곳에는 ‘창문’처럼 보이는 통풍용 격자들이 있어서 바람이 통과하며 학생들의 방이나 중정을 시원하게 해준다. 요즘은 그 앞에 큰 의자들이 놓여 있어서 앉아 있으면 정말 시원하고 쾌적하다. 무엇보다 이런 중정 공간들은 무척 평화롭고 안정감을 준다. 다만 한편으로는, 이곳에서 무려 10년 동안 살았던 학생들이 어떤 기분이었을지 궁금해졌다. 그들에게 이곳은 세상의 전부였을 테니까.
마지막에는 마침 결혼식 사진 촬영을 하고 있는 커플도 보게 되었다. 신부는 정말 예뻤고(들국이 그렇게 말했다), 드레스도 거의 예술 작품처럼 길고 화려했다. 신랑은 다행히 서양식 정장이 아니라 전통 의상 비슷한 걸 입고 있어서 더 보기 좋았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trip/685d047694cb79-525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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