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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36일 - 아무르 티무르 묘지 2025/7/31
    Our Journey 2025. 8. 1. 03:26

    안트:

    사마르칸트에서의 마지막 날, 아미르 티무르의 묘소를 다시 찾았다.이 건물은 티무르가 가장 아끼던 손자를 위해 지은 것이었다. 손자는 전쟁터에서 전사했다고 한다. 티무르 자신은 고향 땅에 묻히고 싶어했지만, 결국 그도 이곳에 안장되었다.

     

    권력 승계는 이 지역에서 뚜렷한 규칙 없이 이어졌기 때문에, 항상 폭력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졌다. 결국 싸움에서 이겨 살아남은 자가 통치자가 되었고, 그 정통성을 인정받기 위해 전임자의 시신을 소유하는 것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 같다. 게다가 티무르가 죽었을 당시 그의 고향은 이미 다른 나라 땅이 되어 있었다. 그래서 그는 이 묘지건물에 묻힌 것이다.

     

    건물은 전체적으로 마드라사나 모스크와 비슷한 구조를 갖고 있다. 흔히 언급되는 디테일 중 하나는 돔의 곡선이다. 이 건물의 돔은 아래에서부터 조금 넓어졌다가 다시 오목하게 말려 올라가는데, 이런 구조를 건축학적으로는 ‘배흘림(Bauchung)’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이런 형태는 세계 여러 지역에서 발견되는 양식이라는데, 독일어 위키백과에서는 이 묘소와 함께 뮌헨 프라우엔 교회의 양파형 지붕도 예로 들고 있었다.

     

    양식 이야기 나온 김에 하나 더. 직선 벽에서 곡선 천장으로 이어지는 부분에, 이슬람 건축에서는 흔히 ‘무카르나스’라는 기법을 쓴다고 한다. 석회동굴의 종유석을 닮았다고 해서 ‘종유석 장식(Stalaktitendekoration)’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이 건물에는 티무르뿐 아니라 그의 손자이자 천문학자인 울루그 벡을 비롯해 여러 가까운 친척들과 저명한 인물들이 함께 묻혀 있다.
    바닥에 놓인 무덤 표시용 암석들을 ‘케노타프(Kenotaph)’라고 부르는데, 실제 유해는 지하에 있고, 이 암석들은 표식일 뿐이다.
    가운데에 놓인 검은 케노타프가 티무르의 것으로, 네프라이트라는 광물로 만들어졌다고 한다. 이 크기의 네프라이트는 매우 희귀하다고.

     

    이 묘소의 이름에 대해서도 조금 이야기해보고 싶다. 독일어 위키백과에서는 이 건물을 Gori Amir라고 쓰고, 영어 위키백과에서는 Gur-e-Amir라고 표기한다. 우즈베크어처럼 낯선 언어를 라틴 문자로 표기할 때는, 사람들이 발음을 최대한 정확히 할 수 있도록 각 언어에 맞게 적는 경우가 많다. 이 방식의 장점은 있지만, 문제는 일관된 표기법이 없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지도를 보고 이름으로 어떤 장소를 찾으려고 해도, 정확히 어떻게 써야 할지 몰라서 찾기 어려운 경우가 생긴다.

     

    다른 방식도 있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는 표준화된 로마자 표기법이 있다. 이건 라틴 문자로 한글을 적는 방식인데, 보통 미국인들이 그럭저럭 제대로 읽을 수 있도록 설계되어 있다. 반면 독일인들은 이 표기를 보면 종종 엉뚱하게 발음하게 된다. 예를 들어 한국의 수도 *서울(Seoul)*은 ‘소울’에 가까운 소리지만, 독일어식으로 읽으면 ‘제울’이나 ‘제우울’처럼 들릴 수 있다.

     

    이 묘소의 우즈베크어 이름은 Goʻri Amir이다. 이 표기에는 흥미로운 점이 몇 가지 있다. 우즈베키스탄은 1990년대 초반, 러시아 지배가 끝난 후 터키의 영향을 받아 자국어를 라틴 문자로 표기하기로 결정했다. 그 이전에는 오랜 시간 아랍 문자를 썼고, 1920년대에는 처음으로 우즈베크어가 표준어로 정립되며 라틴 문자를 도입했었다. 그런데 1930년대 후반에는 다시 소련의 영향을 받아 키릴 문자로 전환되었고, 소련이 무너지자 다시 라틴 문자로 돌아간 것이다.

     

    하지만 라틴 문자에는 우즈베크어의 모든 소리를 표현할 문자가 부족하다. 이를 해결하는 방법은 몇 가지가 있는데, 독일어의 ä, ö, ü처럼 기호(악상)를 붙이거나, 새로운 문자를 만들거나, 아니면 기존 문자를 조합하는 것이다. 우즈베크어는 이 중에서 문자 조합을 택했다. 왜냐하면 이 방식이 컴퓨터에서 입력하기 가장 간편하기 때문이다. Goʻri라는 표기에서 oʻ는 그런 문자 조합이다. 우즈베크 화폐 Soʻm에서도 같은 식으로 쓰인다. 그래서 미국식 키보드만 있어도 우즈베크어를 입력할 수 있게 된 것이다.

     

    하지만 최근에는 악상 기호 방식으로 바꾸려는 시도도 있다고 한다. 아직 확정된 건 아니고, 여러 가지가 공존하는 과도기 상태이다.
    특히 나이 든 세대는 학교에서 키릴 문자로 배웠기 때문에 쉽게 버릴 수 없다. 이미 출판된 자료들을 모두 새로 인쇄할 수도 없고. 그래서 앞으로도 한동안은 키릴 문자와 라틴 문자가 함께 사용되는 상태가 계속될 것 같고, 아이들은 학교에서 두 문자를 모두 배우고 있다고 한다.

     

    끝으로, 벽돌 아치 구조의 두 가지 방식, 그리고 점심으로 먹은 퓨전 메뉴: 아티초크 후무스, 비트-페타 소스, 검은 빵. 들국이 몸이 좀 안 좋아서 순하 식사로 주문했다. 호텔로 돌아와서 오후에는 펭귄들에게 먹이를 주었고, 저녁엔 맛있는 레몬차를 마셨다. 홍차는 아주 조금만 들어가고, 맛은 오히려 귤 향에 가까웠다. 참 좋았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trip/685d047694cb79-525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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