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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37일 - 부카라로 이동 2025/8/1
    Our Journey 2025. 8. 2. 02:30

    들국:

    아침에 일어나 느긋하게 아침을 먹고 천천히 준비해서 얀덱스 택시를 불러 사마르칸트 역으로 갔다. 역에서 조금 기다려 시원한 기차에 올랐다. 2+2석 좌석배열인데도 널찍하고 편안했다. 안트는 이 기차가 최신형임을 감안해서 일반석을 예약했다고 한다. 만약 기차가 구형 모델이었다면 일반석에 에어컨이 작동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염려에 비지니스석을 예약했을 거라고. 우리 신랑 좋은 머리는 참 바쁘구나. 

     

    오아시스에서 다음 오아시스로 건너간다는 느낌을 만끽하기 위해 나는 창밖만 내다봤다. 사마르칸트 오아시스는 참 너른 듯했다. 푸른 숲과 잘 가꿔진 밭을 지나 한참을 달렸다. 언제부터인가 푸른 벌판 저 뒤편으로 황토빛 구릉이 보이기 시작했고 조금 더 가니 황토벌판 지평선이 이어졌다. 기차길 주변에만 여전히 좁은 폭이나마 수목이 푸르렀다. 아마도 기차길은 물길을 따라가며 놓였을 것이다. 그래야 크고 작은 부락의 주민들이 기차로 이동할 수 있을 테니까. 강이나 개천은 요즘 날씨에 바짝 말랐는지 보이지는 않았다. 

     

    언제부터인가 기차길 옆 수목들도 사라지고 진짜 사막이 나타났다. 벌판이고 산이고 전부 황토빛으로 바짝 말라 있었다. 멀리서 가끔씩 모래바람이 굵은 굴뚝처럼 하늘을 향해 회오리쳐 치솟는 것이 보였다. 쾌적한 기차 안에서 구경만 하는데도 목이 마를 정도로 척박해 보였다. 낙타에 짐을 싣고 이 곳을 지나가던 대상들의 행렬이 떠오르며, 낙타도 사람도 참 힘들었겠다 싶었다. 

     

    부카라(Bukhara)는 사막에 둘러쌓여 고립된 전통적인 오아시스다. 도착하기 직전까지도 사막이었는데 갑자기 건물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기차역은 부카라가 아니라 코곤(Kogon)이라는 작은 마을에 위치해 있다. 거기서 얀덱스 택시로 30분을 달려 부카라 구시가지에 위치한 호텔에 편안하게 도착했다. 

     

    호텔은 전통적 구조와 양식으로 새로 지은 듯했다. 마치 동화에 나오는 집처럼 예쁘고 아기자기한데 편리하게 설비되어 있었다. 짐만 놔두고 다시 호텔을 나섰다. 오후 2시, 햇볕이 한창 기세를 떨칠 때라 시원한 호텔을 나서기 싫었지만 점심도 먹어야 하고, 새 도시에 대한 호기심도 나서 밖으로 나왔다.

     

    내가 좋아하는 주택가 골목길을 꼬불꼬불 걸어서 시내로 나왔다. 말이 주택가지 대다수가 호텔로 개조한 것 같았다. 가는 곳마다 유적들이 보였다. 부카라는 실크로드의 보석이라 불릴 만큼 역사와 문화가 깊은 도시다. 오랜 세월 동안 이슬람 학문, 건축, 무역의 중심지였고, 지금도 많은 유적들이 잘 보존되어 있다.

     

    점심을 먹었다. 참 예쁘고 분위기가 좋아서 그냥 앉긴 했지만 실외라서 다 먹고 나니 너무 더웠다. 그러고도 호텔로 직진하지 않고 이것저것 살펴보느라고 길에서 시간을 보내고 호텔로 들어오니 머리도 아프고 속도 메스꺼웠다. 아마 더위 먹은 듯했다. 욕실로 들어가 찬물을 틀었는데 뜨거웠다. 수도꼭지가 거꾸로 되어 있나 싶어서 반대로 돌렸더니 끓는 물이 나왔다. 물탱크가 옥상에 있나 보다. 더운데 따끈한 물로 샤워하고 침대에 누웠더니 토할 것 같았다. 안트에게 나 더위 먹었다고 퉁명스럽게 말했다. 아까 50m만 돌아가자고 해놓고 400m나 돌아서 간 것이 원망스러웠다. 

     

    잠깐 잠 들었다 깨어나니 좀 살 것 같았다. 안트도 그제야 심각함을 깨닫고 오늘은 밖에 나가지 말자고 했다. 저 혼자 나가서 슈퍼에서 저녁거리를 사왔다. 입맛이 없어서 반갑지도 않았는데 한국산 컵라면을 꺼내는 게 아닌가? 갑자기 입맛이 확 돌고 모든 일이 다 용서되었다. 

     

     

    안트:

    택시비에 대한 짧은 분석을 해본다. 이동한 거리는 13km였고, 요금은 31,600숨, 유로로는 약 2.15유로였다. 그렇게 계산해 보니, 1km당 약 0.16유로가 든 셈이다. 독일에서 비슷한 차로 1km를 달렸을 때 드는 비용(감가상각, 세금, 보험, 연료 등 포함)의 절반도 안 되는 금액이다.

     

    게다가 운전사도 돈을 벌어야 하니, 그 몫까지 생각하면 정말 적은 금액이다. 만약 운전사가 이 돈을 고스란히 다 가져간다고 해도, 시간당 임금은 약 4유로 정도밖에 안 된다. 이 모든 시스템은 Yandex라는 러시아판 우버 같은 플랫폼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이런 회사들은 보통 큰 수익을 목표로 하니, 운전사한테 떨어지는 몫이 그리 크진 않을 것 같다.

     

    차들은 대부분 현지에서 생산된 것들이다. 겉으로는 쉐보레(Chevrolet) 브랜드를 달고 있지만, 사실은 미국 브랜드의 라이선스를 받아 만든 차들이다. 요즘은 BYD 같은 중국 차들도 점점 많아지는 추세다. 자동차를 수리해야 경우, 인건비가 독일보다 훨씬 싸고, 세금도 그리 높지 않으니 운전자의  부담이 그리 크지는 않을 것이다. 그런데도 모든 어떻게 가능한지는, 솔직히 아직도 모르겠다. 뭔가 여전히 미스터리처럼 느껴진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trip/685d047694cb79-525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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