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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38일 - 부카라 성곽 2025/8/2
    Our Journey 2025. 8. 3. 18:26

    안트:

    어제 부하라가 사마르칸트보다 섭씨 4도 더 더웠다. 약간 충격이었다. 거기에 꽤 따뜻한 냉수, 그리고 실내 온도가 분명 36도는 넘는 욕실까지. 우린 꽤 지쳐 있었다. 그래서 오늘은 아침 7시에 일찍 나가 보기로 했다. 기온이 그나마 괜찮을 때 도시를 먼저 좀 둘러보자는 생각이었다.

     

    부하라 구시가지는 관광지다. 볼거리가 굉장히 많고, 오래된 바자르의 흔적들도 있었다. 남은 공간은 호텔, 레스토랑, 가게들로 가득 차 있다. 새로 지어진 건물들도 시각적으로 잘 어우러져 있고, 구시가지는 전체적으로 하나의 조화를 이루고 있다. 그리고 구시가지엔 자동차가 다니지 않는다. 작고 개방된 전기 택시들이 천천히 운행되고 있었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엔 아주 큰 공사장을 지나게 됐다. 관광 인프라가 앞으로 훨씬 더 확장될 것 같았다. 하지만 지금은 한여름, 즉 비수기다. 날씨가 너무 더우니까. 아마 봄이나 가을에는 꽤 붐빌 것이다.

     

    우리는 어제 호텔에 우리가 유일한 투숙객일지도 모른다고 짐작하고 있었다. 8시 조금 넘어서 아침 산책에서 돌아왔을 때, 정말로 우리만을 위해 풍성하게 차려진 아침 식탁이 준비되어 있었다. 정말 훌륭했다.

     

    아침을 먹고 이곳의 주요 명소 중 하나인 ‘아르크(Ark)’라는 성곽(요새)에 가보기로 했다. 1.5km 정도 되는 거리였지만 걷지 않고 버스를 타기로 했다. 이게 꽤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우리는 어떤 것들에 너무 익숙해져 있어서, 전혀 다르게 돌아가는 걸 보면 정말 놀라울 때가 있다.

     

    부하라에서도, 사마르칸트에서도, 버스는 앞이나 뒤로 탑승하고, 내릴 때는 앞문으로 내리며, 요금은 내릴 때 낸다. 우리가 탄 버스는 전자 결제 시스템이 꺼져 있었다. 나는 사마르칸트와 요금이 같을 거라고 짐작하고 4000숨(2인 기준 0.30유로)을 꺼냈다. 원래는 다른 사람들처럼 내릴 때 내려고 들고 있는데, 내 앞과 운전사 사이에 서 있던 여성이 내 손에서 돈을 쓱 가져가 운전사에게 건넸다. 운전사는 돈을 보지도 않고 그냥 주머니에 넣었다. 표도 없고, 전적으로 신뢰에 기반한 시스템인 것 같다. 뭐, 이 정도 요금이면 대부분 내긴 하겠지.

     

    우리는 앞문 바로 옆에 서 있었다. 다음 정류장에서 한 여성이 돈을 건네고는 바깥으로 다시 걸어 나갔다. 아마 뒷문 쪽에 앉아 있다가 사람들 사이를 뚫고 나오기 귀찮아서 그렇게 한 것 같다. 뒷문으로 내려서 앞문으로 와서 돈을 낸 거다.

     

    아르크는 큰 문을 지나 경사로를 따라 올라간다. 아르크는 인공적으로 쌓은 20미터 높이, 4헥타르 면적의 언덕 위에 벽으로 둘러싸여 있는 구조다. 모든 건물이 언덕 위에 있어서, 경사로를 따라 올라가게 되어 있다.

     

    한 가이드가 말을 걸어왔다. 보통 30-45분 동안 진행되고, 10-15유로 정도인데, 설명도 알차다. 그래서 우리는 거의 항상 가이드를 이용한다. 그는 먼저 영어로 우즈베키스탄, 혹은 중앙아시아의 역사를 간단히 설명해줬다. 그 후 우리는 다른 곳으로 이동하면서 내가 들국과 얘기하는 걸 듣고는 우리가 어디서 왔는지 물었다. 자기도 독일어 할 줄 안다고 했다. 그래서 참 좋았다.

     

    아르크가 정확히 얼마나 오래됐는지는 알 수 없지만, 가장 오래된 유물은 기원전 4세기 것으로 추정된다. 물론 그동안 여러 차례 파괴되고 재건되었다. 마지막으로 파괴된 건 1920년, 붉은 군대(소련군)에 의해서였다. 마지막 에미르가 그곳에 있다고 생각해서, 그들은 그냥 전부 파괴했다. 하지만 에미르는 이미 아프가니스탄으로 피신한 상태였다.

     

    그때 당시 대부분의 건물들은 나무로 되어 있어서, 지금은 남아 있는 것이 없다. 에미르의 궁전과 주변 건물 몇 곳은 복원되었고, 나머지는 그냥 달 표면처럼 황량하다. 하지만 그 덕에 많은 고고학 발굴이 이루어졌고, 건물이 남아 있었다면 불가능했을 더 깊은 층까지도 조사할 수 있었다.

     

    그 안에는 여러 개의 작은 박물관이 있었다. 가이드는 우리에게 옛 부하라의 지도를 보여주었다. 도시 구조는 매우 촘촘하고 복잡했는데, 러시아인들은 이런 걸 별로 좋아하지 않았던 것 같다. 타슈켄트에서도 느낀 점인데, 도시가 전체적으로 크고 도로가 넓은 게 특징이다. 이건 아마 러시아의 유산일 것이다.

     

    러시아는 예전의 물 공급 방식이었던 수많은 작은 저수지들도 없애버렸다. 부하라는 두 개의 큰 사막 사이에 있는 오아시스 도시였기 때문에 예전에는 그런 물웅덩이들이 필요했다. 대신 러시아는 아르크 옆에 급수탑을 세웠고, 지금은 전망대가 되어 있다. 여행책자에 따르면, 예전의 그 물웅덩이들에는 사람에게 기생하는, 아주 징그러운 벌레도 살았다고 한다.

     

    호텔로 돌아가는 길에 우리는 칼론 미나렛(Kalon Minaret)도 지나쳤다. 중앙아시아에서 가장 높은 미나렛 중 하나로, 1127년에 세워진 전몽골 시대의 건축물이다. 워낙 견고하게 지어져서 지금까지도 남아 있다. 아주 아름다운 구조였다. 그 옆의 칼론 모스크 모형과 함께 찍은 사진은 31일차에 있다.

     

    오후에는 호텔에 머물면서 더위를 피했고, 선선해지자 다시 나가서 저녁을 먹은 후에 아주 작은 마드라사(학당) 하나를 더 구경했다.

     

     

     

    들국:

    해박한 가이드의 역사 설명 덕분에 안트의 오랜 의문이 해소되었다. 사마르칸트 레기스탄에서 대학건물에 호랑이처럼 생긴 사자그림을 보고 그는 의아해 했었다. 이슬람에선 그림으로 형상화하는 걸 금지했는데 어떻게 이런 공적인 건물에 그림이 있을 수 있을까? 

     

    우즈베키스탄에 먼저 퍼져있던 조로아스터교의 영향이라는 것이다. 이슬람이 들어왔을 때 토속신앙의 요소들이 이슬람 문화와 융합되었다고 한다. 오늘 본 성곽 내 모스크도 원래는 조로아스터교, 힌두교의 예배당이었는데 이슬람교가 들어오자, 예배당 한편에 메카 방향으로 이슬람식 벽감을 조그맣게 만들어 놓고 모스크로 이용했다는 것이다. 

     

    가이드의 설명에 의하면 9-10세기에 이슬람이 처음 들어왔을 때 금요일에 모스크에 기도하러 오는 사람들에게 돈을 주었다고 한다. 우즈베키스탄 주민들은 금요일에 모스크에 나갔다가 집에 와서는 토속 신앙인 조로아스터식 예배를 드렸다고 한다. 

     

    인구 대부분이 독실한 모슬렘이지만 거리에서 만나는 사람들을 보면 유연하고 포용성 있는 종교관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머리수건을 한 여성들과 맨머리로 다니는 여성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공생한다는 느낌이 들었다. 여성들의 경우 대부분 옷을 예쁘게 입더라도 다리와 팔을 가리는 스타일이다.

     

    안트가 버스 얘기를 했으니 나도 한마디 보태고 싶다. 복잡한 시내버스는 현지인들을 관찰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이다. 매우 덜컹거리는 만원버스를 타고 어딘가 가는 사람들은, 어떤 목적이나 일로 인해 일상의 긴장감을 가진 사람들이겠다. 그런 와중에 노약자가 새로 탔는지 살펴서 자리를 양보하고, 외국인이 도움이 필요한지 알아채고 도와준다. 피곤해 보여도 얼굴에 짜증이 묻어나는 사람은 아직 못 본 것 같다. 안트는 버스에서 아무도 스맛폰을 보지 않는 것이 좋았다고 했다. 

     

    몸매가 매우 복스러운 젊은 여성 둘이 예쁘게 화장하고 반짝이가 달린 화려한 옷을 입고 앞에 섰다. 뭐가 그리 좋은지 노상 깔깔 웃으며 대화하는 표정이 너무 즐거워 보여서 나도 기분이 좋아졌다. 내가 자기네들을 보고 있다는 깨닫자 스스럼없이 나와 눈을 마추고 활짝 웃어주었다. 그새 정이 들었는지 우리가 먼저 내릴 때는 아쉬운 표정으로 서로 바이바이 손까지 흔들며 헤어졌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trip/685d047694cb79-525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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