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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64 - 역사박물관 2025/8/28
    Our Journey 2025. 8. 29. 22:24

    안트:

    경고하는 정보를 접했음에도 우리는 마음대로 해버렸다. 모든 여행 안내서에는 산시(陕西)성 역사박물관이 이곳에서 꼭 볼 만한 곳 중 하나라고 적혀 있었다. 그 때문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몰려서, 박물관에서는 하루 입장권 수를 14,000장으로 제한하고 있다. 불행히도 내가 시도했을 때는 이미 매진이었다. 그러나 이후 Trip.com에서 외국인을 위한 별도 배정이 있다는 것을 보고, 그곳에는 아직 입장권이 남아 있는 것을 확인하였다. 37유로, 원래 0유로였던 것과 비교하면 상당히 비쌌지만, 우리는 결국 입장했다.

     

    대부분의 중국인 관람객은 가이드와 함께 그룹지어 방문한다. 그들은 모두 이어폰을 착용하고, 가이드는 마이크를 사용한다. 그 결과 15명 정도가 전시대 바로 앞에 서있어서, 우리로선 가까이서 보기가 거의 불가능하다. 중요한 전시품 앞에서는 세 개의 그룹이 동시에 서 있는 경우도 있다.

     

    어찌 된 일인지 우리는 잘못된 방향으로 출발하여, 방 안을 잘못된 순서로 돌아다녔다. 모든 사람들이 우리와 마주 오고, 전시물들은 점점 더 오래된 것으로 바뀌었다. 우리는 어찌어찌 밀려 다니며, 시야가 확보되는 순간 즉시 사진을 찍었다. 그러나 들국은 곧 너무 지친 듯 카페로 가고 싶어 하였다. 이런 조건에서는 카페를 찾기 어려웠다. 우리는 자판기 음료를 사서 마당의 화단대에 앉아서 쉬었다.

     

    그후 먼저 건물 왼쪽의 부속 공간으로 들어갔다. 청동기 시대 전시실은 비교적 한산했는데, 중국인 관람객들에게는 큰 관심을 끌지 못하는 듯하였다. 그러나 우리에게는 흥미로웠다. 여행 중 이미 여러 번 문명 초기의 전시를 관람하였는데, 청동 제작 기술은 서쪽에서 중국으로 전해진 후 중국식으로 발전되었다. 전시물은 의례용 기물이나 무기류였고, 청동은 상당히 귀한 소재였던 듯하다. 이는 물론 실크로드를 통한 정기적 교역 이전의 일이었다. 실크로드 이전에도 여러 문명 사이에 교류가 있었다.

     

    이후 우리는 건물 오른쪽에 배열된 부속 공간을 방문하려 하였다. 그러나 그곳은 출입이 금지되어 있었다. 대신 그 아래층에 전시실이 있었다. 다시 한번 티켓 검사가 있었고, 양모 신발 커버를 착용한 후 지하로 내려가야 했다. 그곳에는 황실과 고위 관료의 무덤에 남아 있는 1,200년 된 벽화 전시가 있었다. 이 티켓을 중국인들은 별도로 구매해야 하는 것이었으나, 우리의 티켓에는 포함되어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특별한 보물을 볼 수 있는 기회를 얻은 것이다. 아쉽게도 사진 촬영은 금지되어 있었지만, 벽화는 매우 아름다웠다.

     

    처음에는 관련 영화 상영이 있었다. 다행히 영어 자막이 있었지만, 자막이 너무 빨리 지나가서 중국어가 그렇게 효율적이어서 실제로 저런 속도로 말할 수 있는 것인지, 인간의 뇌가 생각을 그 속도로 만들어 내거나 이해할 수 있는 것인지 의문이 들 정도였다.

     

    1,000점이 넘는 벽화와 일부 벽을 발굴하여 박물관으로 옮겨 보관하였다고 한다. 엄청난 작업이다. 벽화는 일부 손상되었고, 현재는 박물관에서 훨씬 안전하게 보관되고 있다. 다만 앞으로 1,200년 동안 보존이 가능할지는 의문이다. 그러나 중국인들은 아마 우리보다 장기적인 관점을 가지고 있을 것이다.

     

    전시실을 돌다보니 우리는 그곳에 우리만 남아 있음을 깨달았다. 영화 상영관에는 다른 관람객이 있었고 그들은 우리보다 먼저 전시실에 들어갔는데, 벌써 다 보고 나갔다니. 아무튼 놀라운 일이었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오전에 지나온 전시실을 다시 한 번 돌아보았다. 조금 한산해져서 몇 가지 전시물을 좀 더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박물관을 나왔을 때는 아직 그렇게 늦은 시간이 아니었다. 그래서 우리는 걸어서 그리 멀지 않은 큰 거안탑(大雁塔)으로 향하였다. 이 탑은 652년에 세워졌는데, 인도에서 돌아온 사신이 가져온 방대한 불경을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건립되었다. 거안탑은 불교 사찰 안에 자리하고 있으며, 그 사찰은 다시 여러 명소와 상점, 공원이 포함된 거대한 단지 안에 위치해 있다. 우리가 들어선 입구에는 거대한 규모의 분수 시설이 설치되어 있었다. 그 크기는 대략 300 x 50미터 정도로 추정된다. 다만 분수는 상시 가동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간대에만 운영되는 듯하였다.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수백 명의 사람들이 그곳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들국은 가는 길에 한 식당에서 고구마 요리 사진을 보고 한국 음식과 비슷하다고 생각하였다. 그래서 우리는 돌아가는 길에 반드시 그곳에 들러야 했다. 밖에서 사진으로 두 가지 요리를 골라 주문할 때 보여주기로 하였다. 그러나 상황은 완전히 엇나갔다. 종업원이 즉시 손짓으로 고구마 요리가 품절임을 알렸다. 그래서 다른 요리를 골랐다. 하지만 종업원은 그 이후에도 당황한 상태였다. 이 식당에서는 고객이 스마트폰 앱으로 주문하는 방식인데, 그녀는 우리 스마트폰에서 앱 실행까지는 도와줄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가 선택한 두 가지 요리가 어디 있는지 전혀 알지 못했다. 결국 우리는 그 음식점을 나왔다. 종업원은 크게 개의치 않는 듯했으며, 들국도 원래 고구마 요리를 먹고 싶어 했기 때문에 별로 실망하지 않았다.

     

     

     

    들국:

    어제 테라코타 군대 박물관에서 대량생산식 관광이라고 불평했는데, 오늘은 더 큰 게 왔다. 멀리서부터 길에 줄이 길게 늘어서 있는 걸 보고 안트가 일단 나보고 여기 줄에 서 있어보라고 하고 자기는 알아보러 갔다. 말도 안 통하고 숫기도 없는 사람이 이 너른 곳에서 뭘 알아보겠다고 하는지 걱정이 좀 됐다. 나는 나대로 새치기꾼들로부터 내 자리를 방어라느라 신경을 썼다. 나는 앞사람 뒤에 바짝 붙어서 있어서 괜찮았는데 내 앞에 있는 아가씨가 순둥이인 듯 자꾸 새치기를 당했다. 드디어 줄이 좀 앞으로 나가서 가드레일로 들어가려는 순간, 순식간에 우리 옆에 새 줄이 하나 생기더니 그들이 와르르 들어갔다. 나도 지지 않으려고 훅 밀고 들어갔다. 

     

    이렇게 암투를 벌이는데 안트가 왔다. 저기 멀리 보이는 저기에 가서 오른 쪽에 있는 안내원에게 내 여권을 보여주라고 했다. 안내원이 나를 기다리고 있으니 거기 있는 대기줄을 개의하지 말고 그냥 맨 앞으로 가라고 했다. 나는 울상이 되었다. 어떻게 나보고 대기줄을 다 무시하고 젤 앞으로 새치기를 하래? 그래도 죽기 아니면 살기란 각오로 그렇게 해봤더니 의외로 쉬웠다. 사람들이 쉽게 자리를 내줬고 안내원도 기다렸다는 듯이 내 사진을 찍어 여권과 대조해보더니 티켓을 줬다. 

     

    나는 듯이 안트에게로 돌아갔더니 안트는 나를 기다리느라 대기줄 사람들을 몇 명씩 자기 앞으로 내 보내면서 밀리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었다. 오늘은 정말 안트 덕분에 입장할 수 있었다. 나 혼자였다면 엄두가 안 나서 그냥 돌아갔을 것이다. 그러나 이 고맙고 기대되는 마음은 건물 내부로 들어가면서 다 사라져버렸다. 인산인해가 이런 것이로구나. 이리저리 밀리며 우왕좌왕하는 사이에 눈에 들어오는 것은 하나도 없고, 내 호흡이 얕고 가파짐을 느꼈다. 뭔지는 몰라도 압사 직전에 오는 현상인가 싶어서 안트를 재촉해서 일단 전시실 밖으로 나왔다. 음료수를 들고 마당으로 나오니 그제서야 숨이 제대로 쉬어졌다. 

     

    나는 그만 호텔로 돌아가고 싶었지만 안트가 덜 붐비는 전시관부터 보자는 아이디어를 내는 바람에 다시 관람할 마음을 냈다. 덜 붐비는 게 아니라 아주 한산한 곳도 있었다. 특히 묘지벽화 전시관은 아름답고도 한산해서 일품이었다. 서기 400년대에 이렇게 완성도가 높은 예술을 창조한 중국의 선조들이 위대하게 느껴졌다. 몸의 컨디션이 좀 안 좋으니까 괜히 심술이 나서 안트를 콕 찔러봤다. „유럽은 이 시대에 미개한 암흑시대였는데, 중국이 훨 났네“하고 시비를 걸었더니 안트는 „그때 유럽은 로마시대가 망하고 시기적으로 암흑기를 보냈던 건데 두 문명을 그렇게 비교하는 건 아니지.“하면서 버럭 화를 냈다. 나도 내가 먼저 시비 건 것을 알고 있었으므로 가만히 있었다. 좀 있다가 둘 다 잊어버렸다. 

     

    오늘은 그럭저럭 관람을 잘 했지만 다음에는 이런 관광은 하지 말자고 했다. 세상에 멋진 것, 아름다운 곳이 많지만 그런 걸 다 보고 죽어야 하는 건 아니니까. 

     

    안트의 제안으로 거안탑으로 걸어갔다. 알고 보니 내가 가보고 싶었던 불야성이 있는 광장이었다. 생각보다 활기찼다. 길에서 이것저것 사먹고 군것질하며 다니느라 즐거웠다. 떠나기 날인 내일 밤에 와보기로 했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trip/685d047694cb79-525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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