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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66 - 베이징으로 이동 2025/8/30
    Our Journey 2025. 11. 6. 08:51

    안트:

    오늘은 다시 이동하는 날이라 교통 이야기가 중심이다. 이번 여정의 마지막 중간 목적지인 베이징으로 간다. 거기서 4일 정도 더 머물다가 드디어 한국으로 향할 예정이다.

     

    중국에서 기차는 대부분 아침 일찍이나 밤에 출발한다. 아침 기차가 가장 빠르지만, 그러면 아침식사를 거르게 되고 (그건 절대 안 되지!) 도착도 너무 일러서 호텔에 체크인할 수도 없다. 짐을 들고 그 시간 동안 버티는 것도 썩 유쾌하지 않다. 그래서 우리는 오전 늦게 출발하는 기차를 골랐다. 그러면 오후에 도착하고, 하루를 거의 다 허비하게 되지만 훨씬 편하다. 어차피 시간은 많으니까. 밤기차를 타면 시간을 절약하긴 하지만, 도착 후엔 너무 피곤하고 대부분의 호텔이 이른 아침 체크인을 허락하지 않는다.

     

    시안에서는 택시를 한 번도 타지 않았다. 지하철이 간편하고 빠르기 때문이다. 시안역까지는 14km 정도였는데 지하철로 약 30분 걸렸다. 지금까지 여행한 도시 중 시안이 가장 큰 도시라 역도 엄청 클 거라고 생각하고 여유 있게 일찍 갔다. 처음 가보니 방향을 익혀야 하니까.

    게이트 앞에 서 있었는데, 갑자기 역무원이 우리를 포함한 모든 승객을 다시 다른 쪽으로 돌려보냈다. 한 번 더 수하물 검사를 한다는 거였다. 이번엔 훨씬 꼼꼼했다. 예를 들어, 내 카메라 가방을 엑스레이로 보고 나서 안을 확인하고 싶다고 했다. 카메라를 보여주자 금방 만족했다.

    기차는 제시간에 출발했다. 시 외곽쯤 되자 시속 300km에 도달했고, 도착할 때까지 그 속도를 거의 유지했다. 오늘의 이동 거리는 직선으로 약 900km, 실제 주행거리는 약 1100km였다. 가장 빠른 노선은 아니었다. 새벽에 출발하는 기차 두 대만이 최단 거리로 달리며, 그건 4시간 20분 걸린다고 한다. 우리는 5시간 40분 걸렸다.

     

    그런데 이게 아직 최고 속도급의 기차는 아니다. 올해 안에 시속 400km로 달리는 열차를 정규 운행에 투입할 예정이라고 한다. 현재는 전 세계에서 몇몇 열차만이 최고 350km/h로 달린다. 독일의 쾰른–프랑크푸르트 구간 ICE3도 그중 하나다. 중국은 인구 50만 명 이상 도시를 전부 고속철망에 연결하려는 중인데, 여기서 고속이라 하면 시속 200km 이상을 말한다. 완공되면 총 길이가 6만km가 넘는다고 한다.

     

    독일에도 고속열차는 있지만, 고속철 ‘망’은 없다. 몇개의 구간만 있을 뿐이다. 그 사이에서는, 특히 바이에른 지역에선 거의 일반열차 속도로 느리게 달린다. 10년에 한 번쯤 새 구간 하나를 짓고, 그 사이엔 건설사들이 기술을 잊어버린다. 유럽에는 이런 기차를 만드는 회사가 4~5곳밖에 없고, 생산량도 적어서 대량생산으로 가격을 낮추는 게 불가능하다. 이런 사실을 중요하게 여기는 사람은 별로 없다. 1000km를 갈 수 있는 3톤짜리 대형자동차를 만들어서 1년에 두 번 장거리 운전에 쓰고 있는 데 만족하니까.

     

    중국의 선로를 보면, 평지에서도 종종 고가다리처럼 높이 올려서 만든 구간이 많다. 비용은 훨씬 더 들겠지만, 그 아래로 농부들이 자유롭게 오갈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사진에는 기차 내부 모습이 조금 담겨 있다. 지금까지 탄 중국의 모든 기차는 플래폼 바닥과 기차바닥과 동일한 높이여서 기차 탈 때 몇 계단 올라갈 필요가 없었다. 이건  플랫폼이 높게 설계된 덕분이다. 독일에서는 그렇지 않다. 플랫폼 높이가 제각각이라서 혼란스럽다. 게다가 화물열차가 승객역차와 같은 선로를 쓰기 때문에 폭이 넓은 화물열차가 플랫폼을 통과하지도 못할 것이다. 

     

    나는 예전부터 궁금했다 — 어떻게 모든 좌석이 진행 방향을 향하게 할까? 객차를 통째로 돌리면 되겠지만, 그건 너무 번거롭다. 이번엔 좌석 아래쪽에 발판 같은 게 있는 걸 봤다. 그걸 밟으면 좌석을 돌릴 수 있다. 이건 예전 한국 열차에서도 봤던 방식이다. 한국에서는 좌석을 마주보게 해서 4인석으로 쓸 수도 있었는데, 여행객들이 자주 그렇게 하곤 했다. 중국에서는 그런 기능이 있지만 아무도 쓰지 않는다. 대신 창틀이 있어서 음료 같은 걸 놓을 수 있다. 그리고 변기 뚜껑에는 교체 가능한 고무 손잡이가 달려 있어서 손에 닿지 않고 위아래로 내릴 수 있다. 정말 기발하다! 그리고, 거의 전 구간에서 인터넷이 잘 됐다. 기차는 또다시 2분 일찍 도착했다.

     

    다만 한 가지 이상한 점이 있었다. “맞은편 플랫폼에서 같은 노선으로 환승”하는 구조를 한 번도 못 봤다. 중국에서는 아마 한 번 나갔다가 다시 입장 절차를 밟아야 하는 것 같다. 한 번은 우리가 플랫폼에 서 있을 때 반대쪽에 다른 기차가 들어왔는데, 우리가 출발하기 전에 그쪽 사람들은 전혀 탈 수 없었다.

     

    베이징에 도착해서는 다시 지하철을 탔다. 시안 지하철은 비교적 새로 지은 듯해서 현대적이고 잘 설계된 느낌이었다. 베이징 지하철은 일부 노선이 꽤 오래되어 보였다. 짐을 들고 계단을 오르내려야 하는 곳도 있었다. 그래도 잘 작동한다. 이제는 스마트폰으로 게이트를 통과할 수 있어서 표를 살 필요도 없다.

     

    베이징은 인구가 거의 2,200만 명에 이르는 거대한 도시다. 지하철망도 엄청나다. 두 번 환승했지만 이동은 꽤 순조로웠다. 우리는 호텔도 지하철역에서 멀지 않은 곳으로 골랐다. 호텔은 하루 55유로 고급에 속하는 가격이지만 방은 꽤 작다. 그래도 위치가 좋다. 후퉁 골목 한가운데 있어서 분위기가 아주 독특하다. 그건 다음에 자세히 써야겠다.

     

    저녁에는 근처에서 중국식 만두 요리, 샐러드, 그리고 매실주스를 먹었다. 아주 맛있었다.

     

    들국:

    터키, 조지아, 우즈베키스탄, 카자흐스탄을 거쳐 중국으로 들어와서 궁금한 점이 하나 있었다. 왜 중국에서만 영어가 전혀 통하지 않는지. 다른 나라에선 어디를 가나 간단한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꼭 있었지만 중국에선 국경이나 역, 호텔에서도 영어를 전혀 못하는 사람들 투성이었다. 우리가 거쳐온 나라들에 비해서 훨씬 잘 살고, 교육열도 높아 보이는 중국에서 의외라는 생각이 들었다. 검색해보니 초등학교 3학년부터 영어를 배운다고 한다. 우리는 중국에서 매우 명민해 보이는 젊은이들을 많이 보았다. 

     

    우리가 거쳐온 도시가 중국에선 너무 변방이라그런 걸까 싶었다. 그래서 대도시 시안에 오면서 기대를 좀 했었다. 그러나 기대는 어긋났다. 우리가 묵은 프랑스 브랜드 Ibis Styles 호텔 데스크에서도 영어를 할 줄 아는 직원이 딱 한 사람 있을 뿐이었다. 역, 식당, 가게 등 어디서도 번역앱이 없으면 소통이 거의 불가능했다.

     

    호텔 와이파이로는 구글과 유튜브에 접속할 수 없어서 늘 이심 데이타로 인터넷을 썼다. 그러다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 혹시 영어권 문화에 완전히 차단되어 있기 때문일까? 일상에서 최소한의 영어를 접할 기회가 없다면, 그 언어를 듣고 말하는 감각을 기르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한국말로 인사하는 사람들은 한국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었다. 꼭 외국에 나가지 않더라도 드라마든 음악이든 뉴스든 영어권 문화와 최소한의 접촉이 있다면 영어 한두마디는 귀에 익을 것이다. 다른 나라에서 우리를 도와준 사람들의 영어 수준도 딱 그 정도면 충분했다. 

     

    오늘 더욱 도시, 국제도시 베이징으로 왔다. 여기서는 영어가 어떨지 궁금하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trip/685d047694cb79-525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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