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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에게 가는 길 62 - 시안 도시 산책 2025/8/26Our Journey 2025. 8. 29. 22:07
들국:
조식에 커피가 있는지 나도 안트 따라 덩달아 설렜다. 한국식 인스탄트 커피믹스처럼 프림과 약간 설탕이 가미된 커피가 보온병에 들어 있었다. 그 옆에는 토스트와 봉지에 들은 잼, 작은 케잌도 있었다. 또 붉은 소세지를 구슬처럼 만들어 구운 것도 있는데 보기는 독일에서 먹던 비엔나 소세지 같은데 맛은 달착지근해서 안트는 한번 먹어보고는 손을 대지 않는다. 그래도 나는 비주얼에 속아서 또 한번 집어왔다가 억지로 먹었다.
중국식 아침식사는 정말 근사했다. 다채로운 요리들이 보온용기에 줄지어 진열되어 있는데, 고기는 조금만 들어가 있었고 야채 위주여서 아침에 먹기 좋았다. 죽도 두 가지가 준비되어 있었고, 온면도 있었다. 요리사에게 주문하면 면을 금방 삶아서 국수그릇에 담아준다. 국물은 네 가지가 따로 준비되어 있고, 고명과 야채도 다채롭게 있어서 원하는 걸 골라서 넣으면 된다. 이 호텔에서 나가기 전에 꼭 한번 먹어보리라 다짐해본다. 내 배에 비해 양이 많아서 조금 부담스럽긴 하지만 안트 꼬셔서 같이 먹어보자고 해야지.
첫 관광으로 성벽에 올라가기로 했다. 하필이면 날씨가 너무 더운 날이라 이런 날엔 박물관에 가는 게 어떨까 했지만, 박물관에 가려면 미리 예약을 해야하는데 그게 갑자기 될지 몰라서 그냥 시내관광을 먼저 하기로 했다. 호텔이 시안 성안 완전 중심부에 있어서 걸어서 남대문으로 갔다. 시안 중심가 분위기는 완전 서구적이긴 한데, 현대적인 건축물에 전통 지붕을 올린 건물이 많아 재미있었다. 우리가 독일이나 한국에서 보던 진짜 고택 지역을 혹시 고도 시안에선 볼 수 있을까 싶어 두리번거렸다.
남대문에서 입장료를 내고14세기에 지은, 12m 높이의 성벽에 올랐다. 12-14m 너비의 성벽길은 옛날엔 말이나 마차가 다니기도 했다고 한다. 성벽 위에서 자전거를 탈 수 있다고 해서 기대하고 갔는데 자전거 대여점이 전부 문을 닫아서 한편으로 아쉬웠고, 한편으론 더운데 잘됐다 싶기도 했다. 자전거로 성벽 도로를 타고 직사각형의 시안성을 쭉 돌면 한 시간쯤 걸릴 것이다.
중국에서 느낀 건데 고도에서도 성곽이나 도로가 직선, 직사각형으로 배치되다는 점이다. 유럽과 한국에서는 옛날에 도시가 형성될 때 지형에 맞춰 길이 나고 성벽이 조성되었기 때문에 둥그스름하고 선이 자연스럽다. 시안은 허허벌판에 지어진 수도였을까? 중국은 땅이 넓으니까 허허벌판이 많아서 그 옛날에도 자로 그은 듯한 도로와 도시를 만들 수 있었을까? 중국은 사람이 많으니까 인력으로 지형을 극복하는 공사를 하며 도시를 건설했을까? 곧 북경을 가게되면 거기는 어떤지 유심히 봐야겠다.
이곳은 우리가 여행한 서부지방보다 습도가 높아서 같은 온도에서도 더 지쳤다. 정오쯤에 성벽에서 내려와 비림 박물관으로 가기 전에 카페에 들어가 쉬기로 했다. 길가에 근사한 전통찻집과 카페가 보였다. 날씨가 더워서 찬 게 마시고 싶어서 카페에 들어가 아이스라테와 케익을 주문했다. 가격이 중국에선 파격적인, 뮌헨 도심 가격이었지만 맛도 매우 좋았다.
비림 박물관은 성벽에 붙어 있었다. 성벽에서 보면 고색창연한 회색빛 기와지붕이 운집한 구역이 내려다보인다. 역사적인 비석과 묘비 4000 여점이 1000년에 걸쳐 수집되어, 정말로 비석으로 숲을 이룬 느낌이었다. 문명의 근거가 되는 중요한 서적들을 파괴와 화재로부터 보호하기 위해 커다란 돌에다 새겨놓자는 아이디어가 참 대륙적으로 거대했다. 머리와 기술만으로 되는 일이 아니라 맨파워가 충분한 거대국가에서나 가능한 일이었겠다.
내게 특별히 관심 있었던 건 논어를 망라한 비석실이었다. 내가 십대 초반에 독일에 와서 인생관을 세우느라 방황할 때 매우 심취해서 읽었던 책이었다. 유교라고 하면 대부분 가부장적 도덕성을 강조하는, 기득권에 이익되는 교리라고 생각할 것이다. 그러나 논어를 남이 아닌 나에게 적용해하면, 세상의 평화와 내 마음의 평화를 동시에 이루는 규칙을 나열한 철학서였다고 기억한다. (읽은지 오래되어 나의 기억력에 자신은 없다.)
또 나는 네스토리우스 비석(대진경교유행중국비)을 찾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들였다. 번역기를 들이대며 여기저기 물어보며 다닌 결과 신관 지하 2층에 전시된 역사적인 비석과 조우했다. 기독교가 이미 당나라 시대 7세기에 시리아 선교사를 통해 중국에 전파되어 교회가 온 성에 가득했다는 내용과, 기독교 핵심교리를 설명하는 내용이라고 한다. 맨 위에 있는 십자가 문양은 비석에서는 너무 흐려서 잘 안 보였으나 탁본에서는 또렷하게 보였다. 한자로 쓰여진 본문 아래 쪽에 시리아어도 보였다. 당태종의 허락으로 8세기에 제작된 이 비석은 9세기 외래종교 탄압 때 땅속에 묻혔다가 17세기에 발견되었다.
세계에서 가장 튼실한 도서관에 다녀온 기쁨을 안고 비림 박물관을 나와서 뒤늦은 점심겸 저녁을 먹었다. 영어로 된 메뉴도 거의 없고 영어를 조금이라도 하는 직원이 없는 음식점이 태반이라서 아직도 음식을 사먹는 일은 어렵다. 그나마 음식 사진이 진열되어 있고 조금 한산한 음식점을 찾아서 번역기의 도움과 대략 짐작으로 식사를 주문했다. 배도 고팠지만 기대에 어긋나지 않은 음식이 나와서 둘 다 맛있게 먹었다.
안트:
이곳에는 실제로 자전거를 타는 사람들이 있다. 그러나 극히 소수이며, 모두 도로변에 대량으로 놓여 있는 대여용 자전거를 이용한다. 이 자전거들은 마치 플라스틱으로 만들어진 것처럼 보이고, 기어가 없고 통고무 타이어는 굴리기가 굉장히 무겁다. 이런 점들은 이동 수단에는 반드시 모터가 필요하다는 것을 사람들에게 보여주기 위한 일종의 시위 같이 보인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trip/685d047694cb79-525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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