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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III 134-136 - 한국 출발 2025/11/6-8
    Our Journey 2025. 11. 11. 10:14

    안트:

    우리는 꽤 오랜 시간 한국에 머물렀다. 한국사람들을 늘 설래게 하는 단풍철을 꼭 경험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잎이 아주 고운 붉은빛으로 물드는 단풍나무, ‘단풍(丹楓)’에서 이름을 따서 이 시기를 단풍철이라고 부른다. 

     

    조금 단풍이 들기 시작한 걸 보긴 했지만, 완전히 물든 모습은 아쉽게도 보지 못했다. 올해는 날씨가 좀 이상했다. 오랫동안 따뜻했고, 또 가을치고 비도 많이 왔다. 한국에서 가을비가 이렇게 자주 오는 건 드문 일이라고 한다. 심지어 이미 잎이 갈색으로 변해버린 단풍나무들도 봤다. 올해는 단풍이 거의 없을지도 모르겠다. 신문에는 다음 주쯤 절정일 거라고 써 있었다.

     

    하지만 더 오래 머무를 순 없었다. 그럼 크리스마스 전에 호주에 도착하지 못할 테니까. 게다가 마지막 며칠은 꽤 춥기도 했는데, 그럴 날씨에 맞는 옷도 없었다. 이제는 다시 길을 떠날 때였다. 크리스마스 전에 멜버른에 도착하려면 이제 꽤 서둘러야 한다. 말레이시아까지의 기차표는 이미 예약해뒀다. 그래서 당분간은 특별히 쓸 이야기가 많진 않을 것 같다. 대부분 기차 안에서 시간을 보낼 테니까. 대신 돌아오는 길에 동남아시아를 천천히 여행할 생각이다. 그렇지만 이번에도 몇 가지는 꼭 보고 갈 계획이다.

     

    우리는 한국에 들어올 때처럼, 이번에도 배를 타고 청도로 떠난다. 배는 저녁에 출발하지만, 오후 3시 30분까지는 터미널에 와 있어야 한다. 그래서 여행 시작부터 느긋한 슬로우 트래블 모드다. 배에 오를 땐 이미 밖이 어두워서, 볼거리나 사진 찍을 기회는 많지 않았다.

     

    여객터미널에는 출국 심사 뒤쪽에 면세품 수령 장소가 있다. 우리는 사둔 게 없어서 그냥 지나쳤다. 하지만 배 안에는 커다란 무거운 가방을 든 승객들이 몇 명 있었다. 아마 한국에서 물건을 직접 사 가는 상인들인 것 같다.

     

    다음 날 아침 9시 30분쯤, 배가 30분 늦게 도착했다. 내려서 여권에 입국 도장을 받을 때는 이미 10시 30분이었다. 그 다음엔 인터넷 연결도 설정해야 했다. 나는 혹시 지연될까 싶어, 여유 있게 13시 15분 출발 기차를 예약해뒀다. 덕분에 천천히 역으로 가서 점심도 먹고, 너무 오래 기다리지 않고 기차에 탈 수 있었다.

     

    다행히 앱을 이용한 결제는 여전히 잘 됐다. 이제는 중국에서 어떻게 돌아다녀야 하는지도 꽤 익숙해져서, 뜻밖의 불편한 일은 생기지 않았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허페이로 갔다. 중국의 대도시 중 하나이지만, 우리는 그 이름조차 들어본 적이 없었다. 그곳에 도착했을 땐 이미 어둠이 내려 있었다. 다음 날 아침, 아침 식사를 마치고 우리는 다시 기차에 올라 구이린으로 향했다. 구이린은 이번 여행의 첫 번째 경유지다.

    구이린에는 전기 오토바이들이 더 많이 돌아다닌다. 호텔 앞에서 택시에서 내리자마자, 한 자동차 운전자가 오토바이 전용 차선을 막아버려서 순식간에 큰 교통체증이 생겼다.

     

    체크인을 마친 뒤 잠깐 시내를 둘러보기로 했다. 오래된 궁전이 있고, 그 주위에는 성벽이 둘러져 있었다. 하지만 그걸 보러 가기엔 남은 시간이 겨우 삼십 분뿐이었고, 곧 해도 질 참이었다. 그래서 그냥 그건 포기하고, 대신 번화한 거리로 가서 스트리트푸드를 저녁으로 조금 먹었다.

     

     

    들국:

    한국에서 보낸 두 달은 참 좋았고 뜻깊었다. 도착하자마자 예상치 못했던 일들이 일어나서 바쁘긴 했지만 기꺼운 마음으로 임했다. 내가 아직도 많은 사람들에게서 분에 넘치는 사랑을 받고 있다는 사실이 믿어지지 않았으나 기쁘고 감사했다. 

     

    오래간만에 직접 경험한 한국은 내가 밖에서 상상했던 것 이상으로 깨끗하고 모든 것들이 스마트하게 정비되어 있었다. 사람들은 공중도덕을 그 어느 나라보다 잘 지켰고 친절하고 따스했다. 많은 일들이 조용히 효율적으로 해결되곤 했다. 물론 불만스런 점도 있었지만 내가 여태까지 경험한 나라 중에서 내가 가장 살고 싶은 나라가 한국이란 점이 기뻤다.

     

    오늘 찍은 사진을 보니 내 얼굴이 동그랗게 변해 있었다. 그간 그리워했던 음식을 드디어 다 먹어서 살이 좀 붙은 것 같다. 팥빙수, 알탕, 고등어구이, 갈치조림, 잔치국수, 짜장면, 탕수육, 칼국수, 보쌈, 순대, 튀김, 만두, 김밥, 어묵, 된장찌개, 떡, 한국 치킨…

     

    그럼에도 한국을 떠나는 마음이 아주 싫지만은 않다. 이제 안트와 단둘이 여행을 떠나면서 설레는 마음도 든다. 한국에선 모든 것을 내가 다 계획하고 준비했으나 이제는 안트가 다시 운전대를 잡았다. 그래서 나는 이제 마음이 편히 즐기기만 하면 된다. 안트가 한국에서 좀 심심했겠으나 나를 위해 양보와 배려를 많이 해줬다. 이제 안트와 단둘이 노는 단촐한 생활이 시작되어 기대되는 마음이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footprint/690d97469435d0-64697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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