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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III 142 - 루앙프라방 2025/11/14
    Our Journey 2025. 11. 16. 10:46

    들국:

    새벽 5시쯤에 어디선가 문 여닫는 소리와 함께 닭이 우는 소리가  들렸다. 오늘은 새벽 탁발의식을 보러가기로 한 날이라 우리는 동이 트기 전에 호텔을 나섰다. 어두컴컴한 거리는 텅 비어있었다. 주요 탁발장소로 알려진 곳으로 걸어가는 도중에 가족으로 보이는 현지인 서너명이 길가에 경건하게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곧 주홍색 가사를 걸친 스님들이 열명쯤 줄지어 지나갔다. 이들은 스님들의 밥통에 밥을 한 주먹씩 넣었다. 탁발을 마친 스님들은 서너명의 보시자들을 위해 한줄로 서서 꽤 오래 염불을 합창했다. 주고 받는 양측 모두 정성스럽고 경건했다. 아무 준비도 없이 갑자기 유일한 구경꾼이 된 우리는 당황해서 멀찍이 물러서서 구경했다. (스님들의 염불이 마치 음악처럼 아름다워서 살짝 동영상을 찍었다. 그런데 날이 어두워서 카메라에서 자동으로 스폿라이트가 작동하는 것을 알아채고 당황해서 확 꺼버렸다. 그래서 동영상이 아주 짧다.)

     

    우리는 탁발장소로 알려진 거리를 향해 발걸음을 재촉했다. 갑자기 온 대로변이 도때기 시장처럼 붐볐다. 도보에는 파랗고 빨간 플라스틱 의자들의 끝도 없이 줄지어 세팅되어 있었고, 밥과 과자를 파는 상인들, 대형 그룹을 이끌고 온 패키지여행 가이드들, 정리 임무가 있어보이는 사람들이 매우 바쁘게 왔다갔다 하며 큰 소리로 관광객을 관리하고 있었다. 나도 잘못 서있다가 야단 맞았다. 밥과 과자를 구매한 관광객들은 줄 안쪽에 앉아 탁발의식에 참여할 수 있었고, 탁발거리를 구매하지 않은 관광객들은 줄 바깥으로 서있어야 했다. 

     

    드디어 주홍색 가사를 걸친 스님들이 길게 열지어 지나갔다. 도대체 어디서부터 행열이 시작되었는지 스님들의 밥통과 바랑은 이미 밥과 과자로 가득 차서 음식이 넘쳐났다. 스님들은 일정한 간격으로 놓인 통에다 방금 보시 받은 밥과 과자를 다시 쏟아버리며 나아갔다. 여기서는 염불 없이 그냥 지나가기만 했다. 

     

    스님들의 행열이 다 지나가자 관광객들은 썰물처럼 빠져나갔고, 상인들은 빠른 손길로 뒷정리를 했다. 관광객들이 빌렸다가 의자 위에 두고간 목도리들을 챙기고, 넘쳐나는 밥 봉투들과 과자 봉투들을 정리했다. 매일 아침마다 이렇게 남겨지는 음식들은 어떻게 처리되는지 나는 몹시 궁금했다. 

     

    본질이 변색된 이상한 퍼포먼스를 본 것 같아서 기분이 묘했다. 이리로 오는 길에 외진 골목에서 소수의 현지인들과 스님들 사이에 오고 간 본래의 탁발을 볼 수 있었던 게 내게 정말 큰 행운이었다. 

     

    루앙프라방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서양 관광객이 많다는 것이었다. 배낭족들도 많이 보였다. 중국에서는 별로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웬만한 음식점이나 가게에선 영어가 통하고, 영어가 안 통해도 현지인들은 스맛폰을 이용해서 외국인과 소통하는 방법을 알고 있어서 중국에서처럼 막막한 느낌은 들지 않았다. 

     

    이곳에 와서 관광객의 종류가 두 가지가 있다는 것을 생각하게 됐다. 낯선 곳에서 새로운 세계를 경험하고 배우려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과, 기후 좋고 물가 싸고 서비스 좋은 곳에서 편히 쉬면서 재충전하려고 여행을 떠나는 사람들. 루앙프라방은 분명히 두번째 카테고리에 들어가는 관광지다. 

     

    우리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박물관에 갔다. 우리가 모르는 라오스의 역사를 공부할 생각에 가슴이 뛰기까지 했다. 박물관은 라오스의 마지막 왕이 살던 궁전을 개조해서 만들었는데, 박물관이라고 하기엔 한 민족의 역사를 보여줄 내용이 빈약했다. 화려하게 반짝이는 옛 궁전 건물들과 조경을 즐기며 힐링하라는 박물관이지 머리 아프게 공부하라는 박물관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았다. 

     

    어제 올랐던 푸시산에 다시 입장료를 내고 올라갔다. 안트가 어제 다 보지 못한 것이 있다고 해서 다시 갔는데, 그러길 잘했다. 발품을 팔며 부지런히 찾아다니면 여기저기서 금박 부처님을 비롯하여 많은 조각상들이 화려하고 재미있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산에 올라가는 중에 상인들이 살아있는 참새를 작은 대바구니통에 담아 파는 것이 보였다. 부처님을 모신 신성한 산에 올라가서 방생하라는 의미겠다. 서양 관광객들이 그걸 많이 사는 것을 보고 나는 말리고 싶어졌다. 그걸 자꾸 사줄수록 참새 사냥은 계속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지의 풍습이라 여겨서 좋은 마음에서 사주는 마음을 알겠는데, 어느 나라건 악습은 근절되도록 좀 도와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녁에는 박물관에서 하는 공연을 보러 갔다. 낮에 미리 표를 사두었다. 동산에 올라가면 가끔씩 방울소리, 종소리 같은 음악이 들려와서 안트가 궁금해하던 곳이었다. 무대 한쪽에선 북과 실로폰처럼 생긴 전통악기를 연주하고, 거기에 맞춰 라오스 고전무용을 공연했다. 여성들은 가늘고 손가락을 신비하게 놀리며 정적인 춤을 췄다. 남자 무용수들은 아랍식 바지를 입었는데 나는 이것이 전통 무용복장인지 궁금해졌다. 라오스인들은 옛날부터 아랍과 교류가 있었을까?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footprint/691862e9252936-99421571?s=17fa4c724071078f9a033093e0486e4cba8ef52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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