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니에게 가는 길 III 146 - 방콕 2025/11/18Our Journey 2025. 11. 19. 19:33
안트:
방콕의 교통에 대해 인터넷에서 읽어보면, 이 도시는 아예 방문하고 싶지 않아질 것이다. 아침 7시 이전이나 점심시간, 혹은 늦은 밤에만 이동할 만하고, 그 외 시간에는 차나 버스를 타면 지구상에서 가장 큰 정체에 갇혀 목적지에 도착도 못 하거나, 지하철을 타면 정어리 통조림 신세가 된다. 오토바이만이 어디든 빠져나가며 자유를 누릴 수 있다. 자전거로 다니기엔 이 도시는 너무 크고, 솔직히 목숨을 걸어야 할 것 같다.
우리가 가려는 장소들에 도착하려면 지하철이나 고가철도를 타는 수밖에 없어서 나는 이 두 개의 노선 근처에 있는 호텔을 골랐다. 방콕의 전철망은 서로 다른 회사가 운영하는 두 개의 체계로 이루어져 있다. 환승을 하려면 새 표를 사야 하고, 같은 역에서 갈아탈 수도 없어서 좀 걸어야 한다. 게다가 노선도 많지 않아 도시의 상당 부분을 전철만으로는 갈 수 없다.
아침 6시에 역에서 호텔로 가는 전철은 이미 꽉 차 있어서 서서 가야 했다. 하지만 8시쯤 탄 전철에서는 몇 정거장 지나자 자리에 앉을 수도 있었다. 꼭 흑백논리처럼 맞아떨어지는 건 아닌가 보다.
우리가 밤기차로 너무 일찍 도착한 덕분에 일정을 일찍 시작할 수 있었고, 원래 이틀에 나눠서 보려고 했던 걸 하루 만에 다 해냈다.
우선 큰 불교 사원 두 곳을 방문했다. 하나는 거대한 금빛 와불이 있는 왓포였고, 다른 하나는 장식이 화려한 큰 스투파가 있는 왓아룬이었다. 왓아룬에 가려면 짜오프라야강을 건너야 해서 배를 탔는데, 편도 0.13유로짜리 페리가 있다.
그다음에는 태국 역사에 대해 좀 배울 수 있지 않을까 기대했던 박물관을 갔다. 비교적 새 박물관이었고, ‘현대적 전시 기법’이라는 걸 시도하는 곳이었다. 내용은 ‘태국인으로 산다는 게 무엇인가?’라는 질문을 중심에 두고 있었다. 태국인들에게 정체성 위기가 있는 걸까? 태국다움의 핵심은 국가, 왕, 종교라고 한다. 그래도 일상적인 소재들은 나름 괜찮았다.
그다음엔 장을 봤다. 네, 쇼핑이 아니라, 여행에 필요한 물건들을 샀다. 중국에서 압수당한 가위 같은 것들, 그리고 모기약도 필요했다. 그 쇼핑 구역에 가려고 우리는 지상철을 탔다.
이날 두 번째 박물관은 쇼핑 구역 안에 있는 방콕 예술문화센터(BACC)였다. 저녁은 들국 친구가 추천해 준 MK 샤부샤부 레스토랑에서 먹었다.
그럼 방콕이 마음에 들었냐고? 물론 문화적으로 볼 것 많고, 음식 문화는 헤아릴 수 없이 다양하며, 밤문화도 풍부하다고 한다. 젊은 여행자들에겐 정말 매력적인 도시일 거다. 하지만 내가 살고 싶을 만큼 매력적인지는 잘 모르겠다. 너무 시끄럽고, 길은 멀고, 교통은 불친절하다. 여기서 늙어가고 싶진 않다. 뭐, 수백만 인구가 사는 다른 초대형 도시들도 비슷하긴 하지만 말이다.
들국:
나는 방콕이 좋다. 사람들이 친절하고 조용하고 겸손하다. 그리고 어디서나 영어가 통한다. 길거리 누구나 다 영어를 유창하게 하는 건 아니지만 어디서 무엇을 해도 말이 안 통해서 안 되는 일은 없다. 아마 외국인이 독일에 가면 영어소통이 방콕보다는 좀 불편한 것 같다.
복잡한 지하철에서 노약자가 서 있으면 얼른 일어나 자리를 양보하는 일이 일상화 된 듯 자주 보였다. 내가 그런 면에선 한국 같다고 하니까 안트는 한국보다 좀 더 낫다고 한다. 태국 사람들은 요리에 천부적인 재주가 있는 것 같다. 뭐를 먹어도 음식이 참 맛깔나다. 또한 아름다운 문화재가 많아 눈이 즐겁다.
그러나 방콕에서 살고 싶지는 않을 것 같다. 거리에 차와 오토바이가 너무 많고, 전기차 보급이 덜 되어 많이 시끄럽고 공기가 나쁘다. 대중교통이 촘촘하지 않아 걸을 일은 많은데, 도보는 사람이 걸어다니기 힘들게 되어 있다.
옛날엔 서울도 그랬었다. 그래서 난 서울에선 살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지금의 서울은 달라졌다. 일단 길이 예전보다 조용하고 공기도 맑아졌다. 교통시스템도 옛날처럼 자동차만을 우선하지 않는 것이 피부로 느껴진다. 나는 지금이라면 서울에 살아도 좋을 것 같다.
그래서 나는 방콕의 거리도 어느 정도 발전의 질풍노도를 넘기고 나면 서울이나 중국의 거리처럼 조용하고 공기가 깨끗해지리라 믿는다. 그때가 되면 도로 구조와 시내 조경도 인간적으로 변하리라 믿는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Our Journe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니에게 가는 길 III 149 - 쿠알라룸푸르 2025/11/21 (0) 2025.11.25 피니에게 가는 길 III 147-148 - 쿠알라룸푸르 이동 2025/11/19-20 (0) 2025.11.22 피니에게 가는 길 III 145 - 태국 입국 2025/11/17 (0) 2025.11.17 피니에게 가는 길 III 143-144- 비엔티안 2025/11/15-16 (0) 2025.11.17 피니에게 가는 길 - 팽귄 사이트 사용법 (3) 2025.11.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