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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에게 가는 길 III 151 - 싱가폴 2025/11/23Our Journey 2025. 11. 25. 22:34
안트:
일기예보에 따르면, 싱가포르에서의 첫째 날은 비가 오지 않고 둘째 날엔 비가 온다고 했다. 그래서 우리는 우선 싱가포르 관광객이라면 꼭 들러야 한다는 가든스 바이 더 베이로 향했다. 공원 자체는 무료로 들어갈 수 있지만, 몇 가지 특별한 시설들은 요금을 내야 한다. 그중에서도 가장 유명한 건 두 개의 거대한 온실이었다. 우리는 그건 비 온다는 둘째 날로 미루었다. 오늘은 인공적으로 만든 나무 구조물 중 하나인 전망대를 선택했고, 거기서 꽤 멋진 사진들을 찍을 수 있었다.
한쪽에는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이 있었다. 위에 다리가 얹힌 세 개의 타워로 된 건물이다. 관광객이라면 한 번쯤 올라가야 할 곳이라지만 우리는 생략했다. 공원을 나온 뒤에는 호텔을 한 바퀴 돌아 베이 쪽으로 걸어가서 ‘더 헬릭스’라는 이름의 다리를 건넜다. 그러다 보니 점심시간이 되었다.
우리가 이번에 보려고 했던 또 다른 주제는 신개념 녹색 건축물이었다. 싱가포르가 언론에서 자주 소개될 때는 도시녹화가 매우 앞서 있다는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들국이 이에 대해 챗지피티에 물어봤고, 아주 구체적인 몇 건물을 추천받았다. 우리는 그것들을 지도에서 찾아보고 여러 건물을 한 번에 둘러볼 수 있는 경로를 계획했다.
첫 번째 목적지는 완전한 실패였다. 그저 안쪽에 녹지가 있는 어두컴컴한 고층 건물 하나였기 때문이다. 그곳은 다운타운에 있었다. 싱가포르의 다운타운은 금융기관들의 빌딩이 모여 있는 곳이다. 그런데 일요일이라 사람이 거의 없었고, 식당도 대부분 문을 닫았다.
요즘 나는 호텔을 고를 때 조식도 중요한 기준으로 삼는다. 보통 매우 다양한 음식을 제공한다. 나는 든든히 먹으면 저녁까지 배가 고프지 않지만, 들국은 점심에 한 번은 꼭 먹어줘야 한다.
들국이 배가 고파 점점 힘들어하자 우리는 재빠르게 그곳을 벗어나 지도를 봤을 때 식당이 많아 보였던 지역으로 향했다. 그곳은 차이나타운이었다. 겨우 식당을 찾아 밥을 먹은 뒤, 다시 녹색 건축물을 찾아 나섰다. 두 번째 후보지는 외벽에 좀 더 많은 녹지가 있긴 했지만, 딱히 눈을 사로잡을 정도는 아니어서 역시 실망했고, 결국 이런 건물들을 찾아다니는 계획은 중단했다.
대신 우리는 도시를 조금 더 걸어다니다가 강가에 자리한 아기자기한 동네를 발견했다. 그렇다, 싱가포르에는 강이 있고 그 위에서 배까지 다닌다! 싱가포르는 그렇게 큰 섬이 아닌데도 말이다. 이 동네에는 거리 위로 커다란 파라솔들이 줄지어 있었고, 그 아래에는 멋지게 디자인된 송풍 장치들이 달려 있어 미세한 물안개를 뿌려 주변 공간을 시원하게 만들어주고 있었다. 과열되는 도시에서 앞으로는 이런 시설을 더 자주 보게 될지도 모르겠다.
저녁에는 다시 베이로 갔다. 그곳에서는 매일 꽤 화려한 물과 조명의 쇼가 펼쳐진다. 쇼의 배경을 이루는 베이 저쪽엔 고층건물들이 하늘을 향해 치솟아 있다. 건물 꼭대기에는 은행 이름이 쓰여 있었다. 이 나라는 무역과 금융업으로 부자가 되었다. 작은 나라들은 낮은 세금을 미끼로 세계 시장에서 금융산업을 끌어들인다. 나는 은행이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는 존재였으면 좋겠고, 이렇게 앞에 나서서 존재감을 과시하는 건 별로라고 느꼈다.
들국:
싱가폴 첫날에 대해선 내가 특별히 쓸 말이 없으리라 여겼는데 안트의 글을 읽어보니 쓰고 싶은 말이 생각났다. 관점의 다름! „나는 이렇게 보았다!“
나는 이렇게 보았다!:
여행 떠난 이후로 안트 배가 좀 동그래진 것 같아서 가끔 만져봤다. 안트도 신경이 쓰였는지 갑자기 내 탓을 했다. 내가 음식을 자꾸 남겨 자기에게 권해서 자기가 많이 먹어서 배가 나온다고 했다. 그러더니 오늘부터는 점심을 먹지 말자고 했다. 나는 얼떨결에 그러자고 했다. 남편의 건강을 위해서라면.
시간이 조금 지나자 나는 살살 배가 고프고 혈당이 떨어지니 기분이 나빠지기 시작했다. 나는 점심을 꼭 먹어야 되는 사람이 아니라, 아침과 점심 사이에 간식도 먹어줘야 기분이 좋은 사람이다. 그런데 예전부터 여행 중에는 나의 간식이 생략되기 일쑤였다. 안트는 한꺼번에 많이 먹는 사람이니까 나처럼 찔끔찔끔 자주 먹는 사람 사정을 이해하지 못했다. 그저 나쁜 버릇이라고 생각하는지, 여행 중에 내가 배가 고프다고 하면, 조금만 참으면 점심시간이니 그때 많이 먹으라고 했다. 그렇게 자주 쉬면 구경은 언제 하느냐는 식이었다.
사실 우리는 너무나 달라서 다투자고 들면 다툴 일이 많은 커플이다. 늘 다투는 것도 행복한 일이 아니어서 우리는 죽고 살 일 아니면, 끝까지 따지지 않고 대략 맞춰주며 사는 습관이 들었다. 아무튼 이날 갑자기 점심까지 생략하자는 통고에 한편으론 남편의 건강을 위해서 맞춰주고 싶은 마음도 들었지만, 다른 한편으론 억울한 마음이 들었다. 억울한 마음은 가만 두면 분노로 발전한다.
내가 정토회에서 마음공부하면서 배운 것은, 사실을 있는 그대로 보는 것과, 분노로 발전하기 전에 내 감정을 알아차리는 일이다. 그래서 나는 재빨리 머릿속으로 사안을 정리했다. „안트는 자기 건강을 위해서 점심을 안 먹고 싶어한다. 굿! 나는 나의 건강을 위해서 점심을 먹고 싶어한다. 굿! 그는 점심을 안 먹을 자유, 나는 먹을 자유가 있다. 굿! 나는 지금 상대가 나의 편의대로 사고하지 않는 것을 시비하고 있다. 이것은 독재다. 나는 지금 화낼 이유가 없다. 단지 명확하게 소통할 필요만 있다.“
나는 안트에게 „나 지금 배 고파서 금방 뭐 먹지 않으면 기분이 엄청 나빠질 것 같다“고 말했다. 안트는 곧 알아듣고 식당을 찾아 헤매기 시작했다. 겨우 찾아서 식당에 들어가니 안트도 뭔가를 주문해야 할 것 같아서 결국 그도 점심을 먹게 되었다. 둘 다 조금씩 손해본 느낌이 들었다.
길가에서 군것질 할 수 있는 스트리트 푸트나, 대형 몰 지하층에서 간식 코너를 발견했다면, 나 혼자 먹을 수 있으니까 보다 나은 해결책이 되었을 것이다. 다음부터는 내가 먹을 군것질거리를 미리 준비해서 다니기로 했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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