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피니에게 가는 길 III 152 - 싱가폴 2025/11/24Our Journey 2025. 11. 28. 20:18
안트:
날씨 예보가 바뀌어서, 오늘도 비가 안 온다고 한다. 그래도 우리는 계획대로 하기로 하고 우선 1인당 30유로를 내고 가든스 바이 더 베이의 두 온실에 들어가 보기로 했다. 안내판에 보니까 공룡과 관련된 전시도 있는 것 같았다.
그쪽으로 가는 길에 지하철역을 지나게 되었는데, 넓은 거울 통로가 있었다. 오른쪽과 왼쪽 벽 일부가 거울로 되어 있어서, 내 모습이 여러 번 겹쳐 비쳤다. 거기서 몇몇 젊은 친구들이 모여 춤 연습을 하고 있었다.
온실들은 정말 거대했고, 특이한 형태의 건물에 현대적인 기술로 지어진 곳이었다. 나는 안이 밖보다 더 덥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첫 번째 온실에 들어서는 순간 바로 알게 됐다. 안이 훨씬 시원했다. 생각보다 훨씬 시원해서, 우리 옷이 너무 얇은 거 아닌가 걱정될 정도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싱가포르 사람들도 이국적인 식물을 보고 싶어 하니까. 그런데 그들은 적도에 살고 있으니, 그들에게 ‘이국적’인 식물은 오히려 온화한 기후에서 자라는 것들이고, 그 식물들은 시원한 온도를 필요로 하는 거다. 어딘가에 적혀 있었는데, 냉방을 친환경적인 방식으로 하려고 노력 중이라고 한다.
첫 번째 온실에는 이국적인 식물들이 가득했다. 그곳 정원사들은 바오밥나무를 좋아하는 듯했다. 독일어로는 ‘Affenbrotbaum(원숭이빵나무)’라고도 한다. 나는 그게 아프리카에만 있는 줄 알았는데, 여기에는 다른 지역, 예를 들어 호주에서 온 바오밥도 있었다.
두 번째 온실에는 ‘구름숲(클라우드 포레스트)’이 있었고, 그 안에는 사람 크기만 한 공룡 모형들이 놓여 있었다. 아마 어른 속의 어린아이 취향을 겨냥한 듯하다. 입구에 들어서자마자 거대한 폭포 아래에 서게 되었는데, 위층의 식물들이 안개의 수분을 흡수한다는 걸 보여주려는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꼭대기부터 아래까지 이어지는 공중 산책로를 따라 걸어 내려가야 했다. 내려갈수록 안개는 점점 더 짙어졌다. 두 온실 모두 정말 인상적이었고, 우리는 꽤 오랫동안 둘러보았다.
오늘의 두 번째 목표는 ‘아시아 문명 박물관’이라는 흥미로운 이름의 박물관이었다. 우리는 먼저 지하철을 조금 탔다. 지도에서 출구 B로 나가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런데 출구 B는 지하 쇼핑몰 안에 있었고, 그곳에서 완전히 길을 잃는 바람에 전혀 엉뚱한 곳으로 나오게 되었다. 그러다 세인트 앤드루 성당 근처로 가게 되었는데, 색감이 흥미로운 건물이었다.
박물관에서는 당연히 동남아시아의 관점이 중심이었다. 이 지역에는 두 번째 실크로드인 ‘해상 실크로드’가 있었다. 우리가 싱가포르에서 자카르타로 갈 때 지나게 될 그 항로에서 8세기 배의 난파선이 발견되었다고 한다. 인양된 화물을 통해 당시의 장거리 무역에 대해 많은 걸 알 수 있었다. 그 무역은 중국—인도—아랍권을 이어주었고, 그곳에서 또 유럽까지 이어졌다. 모든 것이 지나가던 동남아시아에는 자연스럽게 무역 중심지가 형성되었다.
우리는 박물관의 특별전 도슨트 투어에 참여할 수 있었다. 주제는 ‘놀이/게임’이었다. 전 세계적으로 널리 퍼진 유명한 게임들이 원래 어디서 왔는지, 초창기 모습은 어땠는지 알 수 있어서 흥미로웠다. 독일에서 ‘Mensch ärgere dich nicht(사람아, 화내지 마라)’라는 게임이 있는데, 이는 사실 전 세계적으로 퍼져 있는 인도의 ‘Chaupar(차우파르)’라는 오래된 게임을 단순화한 것이라고 한다.
차우파르의 게임판은 보통 천으로 만들어졌고, 십자가처럼 서로 교차하는 두 줄 모양이었다. 게임이 끝나면 말들을 그 안에 말아 넣어서 작게 보관할 수 있었다.
주사위 대신에는 카우리 조개 7개를 사용했다. 던지면 각 조개가 두 면 중 한 면으로 떨어지는데, 열린 쪽이 위로 올 수도 있고, 닫힌 쪽이 위로 올 수도 있다. 열린 면이 위로 나온 개수를 세어서 말을 얼마나 움직일지 정했다. 규칙은 꽤 복잡했다고 한다.
체스에서는 현대 체스의 기원이 된 인도식 체스와 중국식 체스를 나란히 전시해 두었는데, 결국 인도식이 전 세계적으로 퍼진 이유를 ‘중국식 체스는 중국 문자를 읽을 줄 알아야 해서’라고 설명하고 있었다.
저녁에는 들국이 드디어 싱가포르식 크랩을 먹을 수 있었다. 인터넷에서 찾아본 곳인데, 아마 또 챗지피티가 추천해준 걸 거다. 이것도 관광객용 메뉴라 꽤 비싸다. 우리는 여러 식당에서 이 메뉴를 봤는데, 베이프런트처럼 아마 싱가포르에서 가장 비싼 지역에도 있고, 차이나타운에도 있었다. 그래서 우리는 차이나타운으로 갔고, 들국은 그 메뉴가 있는 첫 번째 식당으로 뛰어 들어갔다. 그런데 그곳이 인도 음식점이었다. 싱가포르는 정말 다문화적이다. 그래도 그녀는 중국식당보다 이쪽이 낫다고 했다. 중국 음식점이었다면 혹시 쓰촨 후추가 들어 있을지도 모르니까.
들국:
나는 싱가폴이 잘 사는 나라인 줄은 알았지만 2025년 PPP (구매력 평가 기준 1인당 GDP) 기준으로 세계 2위인 줄은 몰랐다. (1위는 룩셈부르크) 거리를 돌아다녀보면 고층건물보다도 빅토리안 양식의 2층짜리 작은 서민주택들이 더 많이 눈에 뜨여 부티가 나기보다는 서민적 향수를 자극하는 면이 있다.
옛 주택건물들은 아마 문화재로 지정된 듯, 동화책에나 나올 듯 예쁘게 채색되어 쓰여지고 있었다. 색상은 다양해도 형태는 마치 기계로 찍은 듯 거의 다 비슷했다. 단지 도로가 넓은 곳의 주택은 이층에 발코니를 있어, 좁은 도로변에 위치한 주택과 차별성을 두었다.
나는 영국 식민지 이전에 존재했던 싱가폴 전통가옥이 궁금했지만 발견하지 못했다. 싱가폴은 늘 말레이시아의 낙후된 변방으로, 권력과 문화의 중심지에서 먼 역사를 가진 까닭에 딱이 문화재로 남길 만한 전통가옥이 없었던 것일까? 1965년 말레이시아에서 분리되어 새 국가를 건립할 때까지 싱가폴은 말라리아가 창궐하던 가난한 섬이었다고 한다.
불과 몇십년 사이에 이런 발전을 이루다니. 돈도 돈이지만, 지나가는 나그네의 눈에는 이 사회의 좋은 점이 많이 눈에 띄였다. 청소년들이 지하철 역 거울 앞에서 스스럼 없이 춤을 추며 노는 것, 공용공간에 놓인 피아노를 지나가던 누군가가 연주하는 것, 무척 다양한 민족과 인종과 종교가 공존하는 것도 좋아보였다.
내가 싱가폴에서 가장 감탄한 것은 지하철에서의 시민의식이었다. 인구밀도가 매우 높다더니, 지하철은 종종 미어터지게 사람이 많았다. 그러나 어떤 경우에도 먼저 내린 후에 타는 룰은 꼭 지켜졌고, 문 앞에 선 사람들이 함께 내려서 하차하는 승객들의 길을 터주는 일이 당연하게 실천되었다. 무엇보다도 사람들이 만원열차에서 짜증을 내거나 부정적인 감정표현을 하지 않고 침착하게 행동하는 것이 인상 깊었다. 어린이, 노인, 장애인, 임산부에 대한 자리 양보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다.
영어가 공식언어인가 싶게 어디서나 영어를 잘하는 젊은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의 영어 발음을 이해하는 데 애를 좀 먹었다. 독특한 억양으로 빠른 속도로 말하니까 노년의 청력을 가진 우리는 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현명하고 청렴한 독재자를 만나서 이렇게 윤택하게 살게 되었으니 국민들은 자유 민주주의에 대한 열망이 별로 없을지도 모르겠다. 단지 현재 총통이 이전 총통의 아들이라고 하니, 국가권력의 세습을 21세기의 국민들이 언제까지 받아들일지는 모르겠다. 사회적 불공평이 어느 정도 해소된 사회라면 가능할지도 모르지만, 국제적으로 심화되는 빈부격차를 이 나라에선 어떻게 해결할지 궁금하고 기대되는 마음이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Our Journey' 카테고리의 다른 글
피니에게 가는 길 III 156 - 자카르타 2025/11/28 (0) 2025.11.29 피니에게 가는 길 III 154-155 - 자카르타 가는 배 2025/11/26-27 (0) 2025.11.28 피니에게 가는 길 III 151 - 싱가폴 2025/11/23 (0) 2025.11.25 피니에게 가는 길 III 150 - 싱가폴 이동 2025/11/22 (0) 2025.11.25 피니에게 가는 길 III 149 - 쿠알라룸푸르 버드 파크 2025/11/21 (0) 2025.1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