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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에게 가는 길 III 157 - 욕야카르타 이동 2025/11/29Our Journey 2025. 11. 29. 14:58
들국:
오늘 대합실에서 기차를 기다리고 있는데, 10시가 되자 장엄한 음악이 울리고 많은 사람들이 의자에서 일어났다. 나도 덩달아 일어나서 음악이 끝날 때까지 서있었다. 인도차이나 반도에 위치한 나라를 여행할 때 자주 겪는 일이다.
나도 한국에서 자랄 때 경험한 일이다. 하루 몇시에, 몇번인지는 기억 안나지만 정시에 애국가가 울리면 하던 일을 모두 놓고 꼿꼿이 서서 오른 손을 왼쪽 가슴에 얹었다. 철이 들면서부터 이런 애국의식에 대해 반감이 들었다. 군사독재 정권이 국민을 길들이려고 만든 의식이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국가와 정부가 동일어로 통했기 때문에, 애국이 곧 독재 정부에 대한 충성심이었다.
그러나 지금 나는 인도차이나 반도를 여행하면서 이 의식에 기꺼이 동참하고 있다. 아무런 잘못도 없이 서방 강대국들의 희생양이 되었던 이들이, 식민지로서의 가슴 아픈 역사를 가까스로 극복하고, 존엄한 주권국가로 다시 서기 위해선 국민들의 확고한 정체성이 절실히 필요할 것 같기 때문이다. 이들의 보다 나은 앞날을 기원하고 연대하는 마음으로 나는 그들의 애국의식에 동참하고 있다.
안트:
인도네시아의 철도 시스템은 나를 정말 기쁘게 했다. 인도네시아는 부유한 나라가 아니라서 사실 고속철도를 지을 필요는 없을 텐데, 짧은 구간에 하나 건설했다. 하지만 여기서 우리는 전통적인 열차를 타고 다녔다.
자바섬에는 철도망이 구축되어 있고, 수마트라섬에도 짧은 노선이 있다고 한다. 자카르타의 역은 도시 한가운데에 있었는데, 내가 상상하는 역처럼 정말 활기가 넘쳤다. 여행에 필요한 물건을 살 수 있는 상점도 많았다. 기차표를 구하는 건 문제도 아니었고 자리도 충분했지만, 기차는 꽤 꽉 차 있었다.
우리가 온라인으로 산 티켓은 먼저 역에서 종이 티켓으로 바꿔야 했다. 그걸 위한 발권기가 있었고, 아주 잘, 간단하게, 그리고 빠르게 처리됐다.
우리가 탄 열차는 꽤 빠른 등급에 속한다고 하는데, 시속 110km로 달렸다. 중요한 건 그 속도를 계속 유지했다는 것이다. 독일처럼 어떤 구간에서는 엄청 빨리 달리다가, 선로 상태가 엉망이라 다시 기어가듯 느려지는 그런 패턴이 없었다. 선로망이 잘 관리되는 것 같았다. 단 한 번, 산을 400m 정도 올라가야 하는 구간에서만 속도가 느려졌는데, 그건 기관차의 힘이 충분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열차 자체도 단정하고 상태가 좋았다.
나는 이런 걸 ‘미들 테크(Middle Tech)’라고 부르고 싶다. 하이테크도 아니고 로우테크도 아닌, 중간 단계의 기술이다. 잘 작동하고,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에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스쿠터가 주요 개인 교통수단인 점도 그렇다. 전신주에 전선을 설치하는 방식도 여기에 해당한다. 이런 기술은 위기 상황에서 복구하기 쉬워서 회복력이 좋을 것이다. 다만 폭풍우가 몰아칠 때만 빼고는.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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