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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III 159 - 마자파힛 호텔 2025/12/2
    Our Journey 2025. 12. 4. 10:31

    안트:

    발리로 가는 페리는 자바섬의 동쪽 끝에서 출발한다. 욕야카르타에서 거기까지 하루만에 갈 수 없기 때문에 우리는 수라바야에서 하룻밤 묵기로 했다. 오후 늦게 도착해서 다음 날 아침에 바로 떠나기에, 도시를 관광할 수도 없다. 대신 이번에는 호텔 자체를 볼거리로 삼았다.

     

    이번 여행을 준비하면서 seat61.com이라는 사이트를 자주 보게 됐다(‘The man in seat 61’). 어떤 영국인이 기차여행 관련 정보를 엄청나게 모아둔 사이트다. 한번 들어가 보길 권한다. 그가 수라바야 호텔에 대해 내린 결론은 아주 명확했다: 마자파힛(Majapahit) 가라. 이 호텔에 대한 배경 설명도 조금 적어놨다. 조금 아래로 스크롤해야 나온다.  https://www.seat61.com/Indonesia.htm#hotels 

     

    이 호텔은 우리가 평소에 묵는 가격대는 아니고, 유럽이었다면 아마 엄청난 금액을 냈을 것이다. 하지만 우리는 싱가포르에서는 거의 비슷한 가격을 냈고, 호주에서는 아마 비슷한 금액을 더 자주 내면서도 이 정도의 럭셔리를 기대하긴 어려울 것이다. 그렇다면, 왜 안 가겠는가?

     

    그리고 어차피 그곳에 있는 김에 호텔에서 저녁도 먹었다. 인도네시아 음식을 고급 다이닝으로 즐긴 건데, 정말 훌륭했다.

     

     

    들국:

    안트가 처음에 럭셔리 호텔 얘기를 꺼냈을 때, 남편이 하고 싶다는데 죄 짓는 거 아니면 반대할 이유가 없어서 조금 갸웃하다가 선선히 수락했다. 하지만 속으론 계속 의아했다. 내 남편이 여행하면서 점점 럭셔리에 물이 드는가? 안트가 다른 나라에선 이런 호텔 숙박비가 몇백 유로 줘야 하는데 100유로 정도면 수지 맞는 거라는 말을 했을 때 나는 무릎을 탁 쳤다. „아하, 그럼 그렇지. 자기 할머니가 바겐세일 좋아한다고 흉보더니 자기도 비슷하네.“ 

     

    마자파힛 호텔은 첫눈에 내 마음에 들었다. 휘황찬란하게 새로 지은 건물이 아니라 역사가 있는, 2층짜리 하얀색 건물이다. 호텔사업으로 유명한 이란 출신 사키에스 가문에서 1910년에 지었다. 아트 데코 양식으로, 절제된 미를 고상하면서도 자연스럽게 표현하는 건물이다. 현대식 필요에 맞게 리모델링을 안하지는 않았을 텐데 매우 세심하게 해서 100년 전의 오리지날 건물이 그대로 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게다가 인도네시아 독립운동의 중요한 사건이 이 호텔에서 이루어졌다니 그야말로 역사가 있는 곳이다. 

     

    건물을 돌아다니면 푸르게 잘 가꾼 중앙정원을 몇개나 지나가게 된다. 중앙정원은 웅장하면서도 동시에 아기자기했다. 우리는 그냥 지나치지 못해서 잠시 나가 벤치에 앉아서 분수대에서 졸졸 물 흐르는 소리를 들으며 하염없이 앉아있기도 했다. 교통소음이 가득한 시내에 새가 없을 것 같은데 중정에선 새소리가 유난히 크게 들려서, 안트와 나는 이게 정말 새소리인가, 녹음해서 틀어주는 건가 의심하기도 했다. 힐링이란 단어가 저절로 떠오르는 호텔이었다.

     

    오늘 여행기 쓰느라고 안트가 올린 링크를 따라가 보고 정말 이 호텔에 묵기를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인생에서 남는 건 추억뿐이라는데 하룻밤 자고 좋은 추억을 쌓았다. 안트에게 감사한 마음이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footprint/692edb4ce3c306-18078225?s=d10b9c5e66caab4c72253b0b867a793d28116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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