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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V - 쿠알라람푸르
    Our Journey 2026. 4. 21. 10:31

    안트:

    싱가포르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버스를 타고 이동했다. 기차보다 훨씬 빠르고, 환승할 필요도 없어서 더 편하다. 이 구간에는 시간당 대략 20대 정도의 버스가 다니는데, 싱가포르의 출발 지점도 제각각이고 쿠알라룸푸르의 도착 지점도 서로 다르다. 나는 우리가 묵을 숙소 근처에서 바로 내릴 수 있는 버스를 골라서, 도착 후에는 걸어서 이동할 수 있었다.

    출발 터미널에서는 인터넷으로 예약한 티켓을 종이 티켓으로 바꿔야 했다. 창구에서는 처음에 떨어진 좌석 두 개를 주려고 했는데, 내가 좀 난감한 표정으로 다른 방법은 없는지 물어보니 그제야 나란히 앉을 수 있는 자리로 바꿔 주었다. 버스는 2층짜리였고 좌석도 아주 넓고 편안했다.

     

    싱가포르에서는 금방 국경에 도착한다. 거기서 버스에서 내려 출입국 심사를 받고, 다시 버스에 올라탄 다음 말레이시아 쪽에서도 똑같이 한 번 더 절차를 거친다. 약 3시간 정도 달린 뒤에는 화장실도 다녀오고 음식을 살 수 있는 휴식 시간이 있다. 그 외에는 올 때와 마찬가지로 특별한 일 없이 이동이 이어진다. 대부분의 시간은 기름야자 농장 사이를 달린다. 말레이시아는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에서 두 번째로 큰 팜유 수출국이며, 이 두 나라가 세계 시장의 거의 90%를 공급하고 있다.

     

    우리는 어쩔 수 없이 쿠알라룸푸르에 5일 동안 머물렀다. 방콕으로 가는 기차표를 더 일찍 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동안 드디어 여기 ‘펭귄 블로그’에 밀린 여행기를 정리할 수 있었다. 이번에는 최대한 편하게 지내고 싶어서 고민 끝에 시내의 아파트를 하나 빌렸다. 숙소는 30층에 있었고, 아래로 내려가면 식당이 많은 보행자 거리로 바로 이어졌다. 맞은편에는 식료품점과 빵집, 그리고 여러 식당이 있는 쇼핑몰도 있었다.

     

    35층에는 인피니티 풀이 있었는데, 가장자리가 그대로 낭떠러지로 이어지는 것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그 위에서는 전망도 아주 좋았다. 우리 방 창문에서도 경치는 괜찮았지만, 방향이 조금 덜 흥미로운 쪽이었다. 어느 날 카메라를 들고 돌아다니다 보니 이 수영장 한쪽에 둥근 유리 바닥이 있어서 아래에서 수영하는 사람을 볼 수 있다는 걸 알게 되었다. 그걸 알고 나니 수영장 안에서도 그 부분이 보였다.

     

    저녁이 되면 매일 밤 폭죽 소리가 들렸다. 한 번에 1~2분 정도 짧게 터지고, 잠시 후에는 또 다른 곳에서 다시 폭죽이 올라왔다. 이곳에서는 이런 게 연중 내내 허용되는 모양이다. 30층에서 내려다보니 위에서 보는 색다른 풍경이었다.

     

    마지막 날에는 시간이 조금 남아서 뭔가를 더 해보기로 했다. 올 때는 버드 파크에 갔었는데, 그 근처에 나비 공원도 있었다. 피니는 나비를 좋아한다. 들국이가 잠들기 전에 늘 한국어 노래를 불러줬는데, ‘헨스헨 클라인’ 멜로디에 나비 이야기가 들어간 노래였다. 피니는은 그 노래를 무척 좋아하고, 나비도 한국어 단어로만 알고 있다. 그래서 피니를 위해 사진이나 영상을 찍어 보내주려고 나비 공원에 가기로 했다.

     

    가는 길에는 이곳의 모노레일을 일부 구간 이용했다. 사람들은 이걸 미래적인 교통수단이라고 느끼는 것 같았다. 2층 높이 정도로 높게 설치된 선로를 따라 도시 사이를 굽이굽이 달렸다.

     

    하지만 사진을 찍는 건 쉽지 않았다. 나비들이 계속 날아다녀서 가만히 있는 경우가 거의 없었다. 잠깐 어딘가에 앉더라도 금세 날아가 버렸다. 특히 크고 아름다운 나비들은 대부분 위쪽에서 날고 있었는데, 그쪽은 그물이 쳐져 있어서 밖으로 나가지 못하게 되어 있었다. 그래도 결국 몇 장은 괜찮은 사진을 건질 수 있었다. 출구 근처에는 표본으로 만들어 놓은 곤충들도 전시되어 있었는데, 꽤 인상적인 것들도 있었다.

     

    점심은 버드 파크 쪽으로 걸어가서 먹었다. 거기에는 발코니에 앉아 공원을 내려다볼 수 있는 괜찮은 식당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올 때도 그곳에서 식사를 했는데, 그때는 식사 중에 폭우가 쏟아졌고 새 두 마리가 바로 옆 난간에 앉아 있었다. 이번에도 그중 한 마리가 다시 찾아왔다.

     

    버드 파크에서 국립박물관까지도 걸어서 갈 수 있었다. 말레이시아의 역사는 꽤 흥미로웠지만 사진은 많이 찍지 않았다. 대신 들국이 ‘전리품’을 하나 챙겼다. 초기 유럽의 아시아 지도 복제품이 몇 개 전시되어 있었는데, 1700년경 프랑스 지도에서는 한국이 매우 이상한 모양으로 그려져 있었다. 특히 한국과 일본 사이의 동해가 ‘Mer de Corée(한국의 바다)’라고 표시되어 있었다. 일본은 최근 이 바다를 ‘일본해’라고 주장하고, 오랫동안 한국에 속해 있던 섬까지 자기네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어서 한국인들이 당연히 좋지 않게 받아들이고 있다. 그래서 이 지도는 일종의 전리품이 된 셈이다.

     

     

    들국:

    쿠알라룸푸르에 5일이나 머뮬렀다. 우리는 건강도 안 좋았고 지쳐 있었기 때문에 좀 쉬는 계기로 삼기로 했다. 또한 여행 블로그가 엄청 밀려 있었다. 우리가 멜버른 아이들 집에 도착한 24.12.23일 이후로 많은 경험을 했지만 하나도 기록하지 않았다. 세상과 공유하고 싶은 사건보다 사생활이 주로 지배하던 시기였기도 하고, 이 여행의 목적인 피니를 만나니 그에게 집중하느라고 다른 일을 할 마음이 1도 일어나지 않았다. 

     

    멜버른을 떠나 다시 집으로 돌아가는 여행에 돌입해서도 여행기를 쓰고 싶지 않기는 마찬가지였다. 사랑하는 아이들과 이별하고 나는 기운이 빠져서 내 일상을 침착하게 돌아보며 글로 정리할 기분이 나지 않았다. 이제 그만 써도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안트는 그간 정성껏 찍어놓은 사진들을 틈틈이 정리하더니 계속 쓰겠다고 했다. 

     

    나는 발리에서 아이들과 함께 보낸 리조트 생활이 좋았어서 쿠알라름푸르에서도 리조트에 머물자고 제안했다. 복잡하고 시끄러운 시내를 피해 조용한 초록빛 정원속에서 생활하면 나도 다시 글 쓸 마음이 날 것 같았다. 쿠알라름푸르에 골프장과 연결된 리조트가 있기는 했지만 안트의 제안으로 시내에 있지만 무서운 찻길을 건너지 않고도 생활이 가능한 시내 고층호텔에 방을 얻었다. 옥상 풀도 있고, 사우나와 짐도 있었다. 결과적으로 만족스런 선택이었다. 

     

    안트는 무서운 속도로 펭귄 블로그에 밀린 글을 올리고 있고, 나는 그걸 한국어로 번역해 빨간치마 블로그에 올리기에도 힘겨워 헉헉대고 있다.  

     

     

     

     

    <팽귄을 찾아라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누르시면 돼요.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footprint/69c12f6fef3807-615226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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