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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에게 가는 길 V - 설악산 1Our Journey 2026. 5. 17. 17:24
들국:
친구가 우리를 설악산 울산바위가 보이는 델피노 리조트에 2박3일 초대했다. 나는 한국에서 럭셔리한 콘도가 사용되는 시스템을 몰라서 그냥 우리끼리 가서 놀다 오라는 걸로 이해하고 고속버스 표를 예약했다가 친구 차로 같이 가는 것을 알게되었다. 그 친구는 바쁜 사람인데 우리가 이렇게 폐를 끼쳐도 되나? 친구는 늘 그랬듯이 나의 소심한 걱정을 가볍게 묵살하고 우리를 데리고 설악산으로 떠났다.
가는 길에 원주에 들러 타다오 안도가 지은 뮤지엄 산에 갔다. 건물은 섬세하고 단순하고 아름다웠다. 아마도 건축주가 건축가에게 많은 자유를 준 것 같았고, 안도 역시 마음껏 상상력과 능력을 휘두른 것 같았다. 이걸 지으면서 안도는 얼마나 재미있었을까?
프랑스에서 주로 작품활동을 하는 한국인 예술가 이배의 전시회가 열리고 있었다. 이 건물 못지않게 대범하고도 정교한 대형작품이었다. 이번 세계여행에서 만났던 모든 전시회의 하이라이트란 생각이 들 정도로 관람객을 몰입시키는 흡인력이 있었다. 친구가 찍어준 덕분에 우리 부부는 둘이 같이 나온 인생샷을 몇개씩이나 건졌다.
델피노 리조트는 내가 상상했던 것보다 크고 부대시설이 다양했다. 리조트를 둘러싼 경치가 멋있었다. 호텔 방의 창문을 울산바위가 정면으로 꽉 채웠다. 거실에서도 보이고 침대에 누워서도 보였다. 바위는 해가 뜨거나 질 때 색깔이 살짝 변했다.
저녁때 리조트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두부마을로 갔다. 두부 음식점들이 줄을 이어 선 곳에서 친구는 용하게 맛집을 찾아냈고, 덕분에 우리는 맛있는 초당순두부를 먹었다. 독일에서 늘 유통기한이 몇달이나 되는 포장두부를 먹다가 그날 아침에 만든 신선한 두부를 먹어보니 정말 고소했다.
다음 날 아침에는 속초를 둘러보기 위해 길을 나섰다. 바닷가에 언덕 위에 지어진 낙산사를 둘러보았다. 무겁게 가라앉은 잿빛 지붕 아래 단청이 흐드러지는 전통 절 건축은 언제 보아도 아름다웠다. 옛날에 왕궁과 절에서만 화려한 단청을 쓰는 것이 허락되었다 한다. 낙산사 경내에는 바다에서 솟아오른 기암절벽 위에 날렵하게 걸려있는 정자들이 몇 개나 있었다. 경치가 아름다운 곳에 정자를 세워 그 아름다움의 정점을 찍는 한국 건축의 원리가 낙산사에선 자주 응용되었다.
호텔 옥상에는 인피니티 풀장이 있었다. 날씨가 선선했지만 물이 천연 온천수라는 말에 우리는 올라갔다. 수영을 하면 켜켜이 겹친 설악산 봉우리를 향해 헤엄치는 것처럼 느껴졌다. 풀장의 물은 미지근해서 수영하기에 춥지 않았다. 그 옆에는 따끈한 온천수가 보글보글 거품을 내며 몸을 간지럽히는 자쿠치가 있었다. 추운날 야외에서 따스한 온천수에 몸 담근 기억은 아마 안 잊혀질 것 같다.
안트는 아마도 이 호텔 조식이 젤 기뻤을 것 같다. 한국에선 주로 내가 호텔을 골랐고, 나는 철저히 가성비 위주로 선택했다. 한국 싼 호텔이나 모텔에는 조식이 되게 간단하거나 아예 없다. 그래서 안트는 오랫동안 한국사람들은 조식에 관심이 없는 줄 알았었다. 그러다가 문득 좋은 호텔에선 좋은 조식을 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 무렵 제주도에서 잘 차려진 조식을 만났고, 이 콘도에서 일등급 조식을 만났다. 이번 세계여행에서 일이위 다툴 정도로 고급스러운 조식이었다. 안트: 그럼 그렇지. 요리 잘하는 한국사람들이 조식을 못할 리가 없지. 구두쇠 마누라야, 오늘부터 호텔은 내가 정한다!
친구는 하루 먼저 떠났다. 같이 놀다 없어지니까 금방 허전했다. 난 친구가 우리를 위해 여러모로 수고하는 게 무척 미안했는데, 그래도 그 덕분에 도란도란 얘기할 수 있는 기회가 되어서 좋았다. 나는 남에게 폐 끼치지 않으려고 조심하느라 많이 안 어울리는 편인데, 폐 끼치고 엉기면서 정이 붙는다는 걸 이번 여행에서 배웠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footprint/6a067f062d2227-939161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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