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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V - 이스탄불
    Our Journey 2026. 6. 9. 02:43

     

    안트:

    다시 이스탄불에 왔다. 작년애 왔을 때는 우리의 여행이 이곳에서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된다는 느낌이 들었다. 처음으로 조금 다른 문화권에 들어선 나라였기 때문이다. 그때 이곳에 꽤 오래 머물렀기 때문에, 이번에는 새롭게 둘러볼 만한 곳이 그리 많이 떠오르지 않았다.

     

    앙카라에서 이스탄불까지는 터키의 고속철도를 이용했다. 독일의 기차와 어느 정도 비슷한 느낌이 있었다. 일부 구간에서는 속도가 빨랐지만, 다른 구간에서는 매우 느렸고, 특히 이스탄불로 진입하는 구간은 속도가 많이 떨어졌다. 느린 구간만도 50km가 넘게 이어졌다.

     

    도착한 날은 휴식을 취한 뒤 저녁에 술탄아흐메트 광장에 가서 사람들의 모습을 구경하며 시간을 보냈다.

     

    다음 날에는 오랜만에 박물관에 갔다. 현대미술관 두 곳을 찾아두었는데, 이날은 아침에 더 일찍 문을 여는 이스탄불 모던(Istanbul Modern)에 가기로 했다.

     

    터키에서는 박물관에 들어갈 때도 엑스레이 수하물 검색을 포함한 보안 검색을 통과해야 한다. 늘 그렇듯 형식적으로 이루어져서, 테러리스트가 본다면 웃을 만한 수준이었다. 그 뒤로는 넓은 광장을 지나갔는데, 마침 스포츠 행사가 열리고 있었다. 종목은 아마 파쿠르인 것 같았다. 경주 형식으로 진행되었으며, 다양한 장애물을 최대한 빠르게 넘는 것이 목표였다. 젊은 남성들에게 어울리는 스포츠였다. 상당히 인상적이었다.

     

    박물관에서는 실제로 20세기 후반부터 최근에 이르는 작가들의 작품을 매우 폭넓게 전시하고 있었다. 우리 마음에 드는 작품도 몇 점 있었다.

     

    그 후에는 마지막 오스만 술탄들이 사용했던 마지막 궁전을 방문할 생각이었다. 또다시 보안 검색을 거쳐 매표소에 갔는데, 입장료가 1인당 40유로였다. 19세기의 화려한 궁정 생활을 보기 위해 그 정도 비용을 지불할 만큼 관심이 있지는 않았다.

     

    그래서 플랜B로 근처의 시민공원에 갔다. 들국은 그늘에 있는 벤치에 앉고 싶어 했다. 벤치는 많았고 테이블이 딸린 곳도 있었지만, 이미 곳곳에 가족이나 단체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들은 테이블보를 펼쳐 놓고 다가오는 주말을 즐기고 있었다.

     

    공원은 언덕에 자리 잡고 있어서 위쪽으로 빠져나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곳에는 또 다른 궁전이 있었고, 높은 담장으로 둘러싸여 있었다. 안타깝게도 정상에 도착한 뒤에야 큰 우회를 해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결국 도로를 따라 한참을 돌아 걸어야 했고, 다시 우리가 들어왔던 같은 입구로 내려와야 했다.

     

    다음 계획은 배를 타고 돌아가는 것이었다. 배를 기다리는 데 25분이 걸렸지만, 막상 타고 나니 꽤 괜찮았다.

     

    둘째 날.

     

    오늘은 다른 현대미술관에 가기로 했다. 하지만 먼저 정오 직전까지 호텔에 최대한 오래 머문 뒤 출발했다. 우선 탁심 광장으로 갔다. 작년에 왔을 때 되너 케밥 꼬치들이 줄지어 있는 모습을 사진으로 찍었던 곳이다. 이번에는 직접 맛보았다. 결론은 독일의 되너가 더 맛있다!

     

    ARTER 미술관은 건물 자체가 매우 인상적이었다. 이곳에서는 동시대 작가들의 전시가 열리고 있었다.

     

    첫 번째 전시는 큰 전면 유리문이 닫혀 있는 공간이었다. 그 뒤에는 방 전체를 가득 채운 흰색 공기주머니가 있었고, 한 영상에서는 작가가 그것을 입으로 직접 부풀리는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두 번째 전시는 또 다른 작가의 개인전이었는데, 우리는 그 작품들을 이해할 수 없었다.

     

    지하에도 몇몇 전시물이 있었지만, 우리에게 의미 있게 다가온 작품들은 주로 1층에 있었다. 특히 흰색 축음기 작품들이 인상적이었다.

     

    그 후에는 좁은 도로를 따라 길게 이어진 일요시장을 산책했다. 그리고 다시 이스티클랄 거리(İstiklal Caddesi)를 걸었다. 이곳은 서유럽의 번화가 같은 분위기를 풍기는 쇼핑 거리다.

     

    마지막으로 다시 술탄아흐메트 광장에 가서 쉬었다. 루마니아 부쿠레슈티행 버스가 밤 10시에 출발하기 때문에 우리는 시간을 보내야 했다.

     

    광장에서 한 아버지와 아들이 우리에게 다가와 어디에서 왔는지 물었다. 이어서 아들의 영어 숙제를 도와줄 수 있겠느냐고 했다. 숙제는 관광객에게 영어로 다섯 가지 질문을 하는 것이었다. 아버지는 그 모습을 촬영하고 있었는데, 인터뷰 자체보다 영상 촬영이 훨씬 더 중요한 것처럼 보였다.

     

    일주일 뒤였다면 부쿠레슈티까지 가는 침대칸 열차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지금은 버스가 사실상 유일한 방법이였다.

     

    우리는 일찍 거대한 버스터미널로 이동해 저녁을 먹고, 그다음 우리 버스가 출발하는 승강장을 찾았다. 승강장은 번호가 매겨져 있었는데, 번호가 무려 120번까지 있었다. 각 승강장에는 기다릴 수 있는 좌석 공간과 매표·안내용 카운터가 있었고, 카운터 뒤에는 직원 세 명이 앉아 있었다. 그리고 그 위에는 고양이 한 마리가 자리 잡고 있었다.

     

     

    들국:

    이스탄불에 다시 오니 안트는 많은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길도 잘 찾고, 복잡한 대중교통도 척척 탔다. 나는 마치 처음 본 듯 이스탄불의 풍경을 신기해하고 감탄했다. 특히 예쁜 골목길에 위치한 호텔이 깨끗하고 편리하고, 주인이 친절해서 기분이 좋았다. 이렇게 좋은 곳에 이틀만 머물고 가는 게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호텔 방에서 내려다 보이는 예쁜 레스토랑에 생선과 케밥이라는 간판이 보여서 그곳으로 저녁을 먹으러 갔다. 주인 아저씨가 유머러스하게 지나가는 손님을 잡아끄는 모습이 유쾌했다. 생선도 신선하고, 구운 모둠야채도 맛있었다. 식후에 맛있는 티와 과자가 서비스로 나왔다. 대단한 고급요리는 아니었는데도 가격이 꽤 비쌌다.  

     

    이틀 머물면서 몇끼를 더 먹고 나니 이 지역 대부분의 레스토랑들이 거의 똑같은 음식을 팔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요리 모습 맛도 다 비슷해서 혹시 공장형 반조리 음식은 아닐까 하는 의심까지 들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한 집에서 다 만들어 내기엔 너무 많고 다양한 음식들이 메뉴에 올라 있었다. 어디를 가나 비슷한 음식을 비싼 가격에 사먹으니 슬슬 식상해졌다. 

     

    안트는 한국 식당이 훨씬 맛있고 가격도 타키보다 저렴하다고 했다. 한국에는 저마다 잘 하는 요리 몇 가지만 하는 전문 식당이 많아서 그런 것 같다. 소수의 요리 재료만 준비해뒀다가  그때그때 신선하게 조리해내니 맛도 좋고, 가격도 저렴한 것 같다. 앙카라에선 큰 오븐에 구워내는 라흐마준만 파는 식당이 있어서 좋았는데, 우리가 머무는 이 핫한 관광지에는 그런 음식점을 찾을 수 없었다. 

     

    이스탄불 사람들도 고양이를 사랑하는 것 같다. 불임의 표시로 귀끝이 잘린 길고양이가 많았고, 정성스럽게 먹이를 주는 사람들도 많이 보였다. 첫날 저녁에도 고양이 한 마리가 내 발 밑에서 모습으로 기댜렸다. 나는 고양이에게 생선대가리를 줘도 되는지 몰라서 안 줬다. 

     

    지하철에는 노인이나 아기 엄마에게 자리를 양보하는 젊은이들을 거의 볼 수 없었다. 독일에서도 이랬던가? 안트에게 말했더니 잘 사는 나라에 온 증거라고 했다. 나는 그게 아니라 우리가 서양쪽으로 가고 있는 증거라고 말했다. 한국이나 싱가폴은 더 잘 사는데도 양보만 잘 하구만. 

     

    박물관의 경로우대는 터키에도 있었다. 어떤 곳에서는 물어보지도 않고 우리 얼굴만 보고도 할인티켓을 주기도 했다. 

     

    아마도 우리가 집에 돌아갈 때가 되어 새로운 곳에 대한 호기심이 줄고 여행 에너지가 줄은 같다. 이틀 이스탄불을 떠날 아쉬운 마음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나는 알고 있다. 터키는 내가 살고 싶은 나라 중 하나라는 것을.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footprint/6a2510f8d71887-5303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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