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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에게 가는 길 V - 집에 돌아오다Our Journey 2026. 6. 18. 05:39
안트:
6월 14일 일요일, 우리는 거의 1년 만에 다시 집에 돌아왔다. 지난해 6월 26일에 출발했으니, 꼬박 1년에 가까운 여행을 마친 셈이다.
들국:
집으로 돌아온지 1주일이 되었다.
첫날 현관문을 열면서 살짝 긴장이 되었다. 내 집 같은 기분이 들까? 낯설게 느껴질까? 나는 깜짝 놀랐다. 내가 말렸건만 며칠 전에 내 친구 명주가 와서 청소해주고 간 우리 집은 먼지 하나 없이 깨끗했고, 식탁 위에는 커피, 달걀, 과일과 꽃도 놓여있었다. 고마운 마음과 너무 큰 폐를 끼쳤다는 미안한 마음이 교차했다.
집이 깨끗하니까 의욕이 솟아서 베란다 정리도 후딱 해치웠다. 일 년간 전력이 끊겼던 가전기구를 연결하고, 수리하고, 인터넷 회사를 알아보고 연락하는 소소한 일로 하루가 다 갔다. 이튿날 우리는 알디, 유기농 식품점, 마트, 빅투알리엔 시장에 다니면서 장을 봐왔다. 냉장고와 식료품장이 텅텅 빈 것이 너무 좋아서, 우리는 당장 꼭 필요한 것만 사지, 너무 많이 쓸어담지 않도록 노력했다.
내 부엌이 처음엔 낯설었다. 어디 뭐가 있는지 자동적으로 꺼내게 되지 않았다. 필요에 따라 몸이 자동으로 움직이는 신체적 기억력이 작동하지 않아서, 식칼이 필요하면 머리로 먼저 생각을 해봐야 했고, 여기저기 열어보기도 했다. 요리하는 게 신나지는 않았지만 나가서 사먹을 생각은 추호도 나지 않았다. 삶은 감자처럼 간단한 음식이라도 우리 손으로 만들어 먹는 게 제일 맛있었다.
옷장을 열어보니 옷가지가 너무 많아 가슴이 답답했다. 크지 않은 가방 하나에 전재산을 넣어 다니던 나그네 생활에서 옷장 크기만 내 가방의 열 배쯤 되는 정주생활로 돌아오니, 그것도 적응이 필요했다. 매일 아침 짐 싸서 떠나지 않아도 되는 것은 확실히 편했다. 밤에 화장실 가려고 잠에서 깨면, 이 호텔엔 화장실이 어디 있더라 잠깐 궁리해보는 습관은 아직 남아 있다. 내 침대에서 자니 확실히 잠은 더 잘 잤다.
돌아보니 우리의 지난 일년이 그다지 고생스러운 것은 아니었다. 우리가 평생 해오던 자전거여행에 비하면 호강이었다. 밤버스를 타고 먼 길을 가도 내 발로 페달을 밟는 것보다는 편했고, 어떤 호텔도 텐트를 치고 침낭으로 기어들어가는 것보다는 편했다. 늘 새로운 장소에 적응하는 일도, 미리 걱정하는 일에 에너지를 소모하지 않으면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그렇다고 쉬운 일도 아니었지만, 당장 닥치면 다 해결되곤 했다. 일년이 다 되어갈 무렵에는 몸과 마음이 좀 지친 느낌이 들기는 했다. 그것은 새로운 음식에 대한 호기심과 용기가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
길이나 마트에서 남의 실수를 지적하고 날선 말다툼을 벌이는 사람을 여행하는 일 년 내내 본 적이 없는데 독일에 돌아오자마자 이튿날 알디에서 보았다. 아니, 발리에서도 한번 본 적이 있다. 해변로를 산책하다가 피니가 고양이를 발견하고 그 자리에서 서서 고양이와 놀았더니, 맞은 편에서 오는 사람들이 "꼭 길 가운데서 길을 막고 서있어야 되는 거냐“고 큰 소리로 화를 냈다. 독일어였다. 나는 웃음이 터져나와서 "이 길이 이렇게 넓은데 너희는 불평이 나오냐?“고 물어보는 것도 잊어버렸다.
여행 초반에는 독일사람들이 무슨 역사적 결핍이나 상처가 있어서 그런 건가 생각했는데, 여행을 마치고 오니 내 생각이 변해 있었다. 독일 사람들이 철저한 성격이라 그런 건 아닐까? 그래서 독일사람들이 기계를 잘 만드는 게지. 그것으로 쉽게 용서가 되었고, 유머를 가지고 바라보게 되었다.
큰 경험을 하고 돌아온 나는 우리의 남은 인생이 여행 전과 똑같지 않기를 기대한다. 몇 가지 내가 꼭 지키고 싶은 것들이 있다.
친구들과 좀 더 자주 만나면서 놀아야지. 하고 싶은 일은 하고, 하기 싫은 일은 하지 말아야지. 하고 싶은 말은 그때 그때 따박따박 해야지. 듣는 사람이 거북하고 말하는 내가 불편하더라도 그렇게 해야지.
이 결심은 여행하면서 은연중에 쌓인 경험에 기인하기도 하고, 내가 한국에서 본 영화 <란 12.3> 의 한 장면에서 감화받은 것이기도 하다. 국회에 무장한 계엄군이 쳐들어오는데 이를 막기 위해 분투하는 국회관계들 속에 젊은 여성들의 목소리가 들린다. 이 장면은 설정이 아니라 실지로 있던 일이 누군가의 핸펀 영상에 남은 것이다.
"우리 오늘 마지막으로 보는 걸지도 몰라, 막내야.“
"이럴 줄 알았으면 막 살 걸 그랬어요.“
이 젊은 여성의 말이 내 가슴에 남았다. 나도 죽을 때 그런 생각을 할까? 막 사는 게 어때서? 나는 누구를 지켜주기 위해서 늘 조심하며 살까?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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