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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30일 - 타쉬켄트 도착 2025/7/25
    Our Journey 2025. 7. 27. 02:17

    안트:

    이번 여행은 가능한 한 비행기를 타지 않고 가기로 계획했는데, 어쩔 수 없이 비행기를 타야 하는 구간이 두 곳 있다. 그 중 첫 번째가 바로 오늘이었다. 사실 카자흐스탄의 악타우까지 좀 더 짧은 구간만 비행기로 갈 수도 있었는데, 그건 표를 사고 나서야 알게 됐다. 우즈베키스탄의 사막을 횡단하는 기차여행은 꽤 힘들다고 들었는데, 아마 돌아올 때쯤엔 우리가 좀 더 단련되어 있을 테니 그때 한번 시도해볼까 싶다.

     

    타슈켄트에 도착했을 때 기온은 41도였다. 그렇지만 이곳의 공기는 중앙 터키나 조지아의 공기처럼 굉장히 건조해서 땀이 나도 금방 증발하면서 체온을 식혀준다. 그래서 그런지 그렇게까지 고통스럽진 않았다. 기상학자들이 말하는 '체감온도'라는 개념이 있는데, 예를 들면 오늘 서울의 체감온도는 42도였지만, 여긴 36도 정도로 느껴졌다. 실제 기온은 서울 37도, 타슈켄트 40도였는데도 말이다. 또 건조한 덕분인지 여행하는 내내 모기한테 거의 시달리지 않아서 그건 아주 좋았다.

     

    공항에서 호텔까지는 들국이가 택시를 타자고 했다. 여기에선 러시아판 우버라고 할 수 있는 얀덱스(Yandex)로 택시를 부르면 제일 편하다고 한다. 조지아에서 그걸 깔아보려고 정말 애썼는데, 인증 문자가 오지 않아서 결국 실패했다. 나중에 들국이 알아보니, 유럽에선 우크라이나 전쟁 때문에 얀덱스가 차단돼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이런 중요한 건 앱에서 미리 알려줘야 할 텐데 그런 말은 없다. 그 뒤로는 그냥 귀찮아져서 버스를 알아봤고, 버스를 타는 것도 어렵지 않았다. 호텔도 멀지 않았다.

     

    그런데 버스에서 내려 보니 길을 건너야 했는데, 그게 불가능했다. 길 가운데가 공사 중이었고, 끝이 안 보일 정도로 계속되어 있어서 건널 수가 없었다. 아마 지하철 공사인 것 같았다. 그래서 우리는 길을 따라 꽤 한참을 걸어 다음 교차로까지 간 다음에야 건널 수 있었고, 거기서 다시 원래 목적지 방향으로 돌아왔다. 총 800미터를 더 걸은 셈인데, 그때 기온은 41도였고, 들국이는 정말로 째려보는 눈빛이었다. 택시 탔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거라며.

     

    저녁엔 현금을 뽑으러 나갔다가, 근처에서 저녁도 먹었다. 이곳 ATM 기계는 대부분 1~2% 수수료를 붙이는데, 그 정도는 괜찮았다. 터키에서는 수수료 없이 뽑을 수 있는 은행도 있었지만, 여긴 그런 건 없는 듯하다. 카드 결제는 아직 그렇게 흔하지 않아서 앞으로 현금이 많이 필요할 것 같다. 그리고 우즈베키스탄의 통화인 솜(So’m)은 액면가가 정말 크다. 가장 큰 지폐가 200,000솜인데, 유로로 환산하면 13.5유로 정도. 숫자가 너무 커서 보다 보면 현기증이 날 지경이다.

     

    저녁 식사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다만 이곳 음식은 전반적으로 기름기가 많다는 확실히 느낄 있었고, 그건 들국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타일이라 조금 아쉬웠다.

     

     

     

    들국:

    오늘은 조지아를 떠나 우즈베키스탄으로 가는 날이다. 터키에서 중국 쪽으로 가는 유일한 통로인 아자바이스탄이 코로나 이후로 육로를 이용한 국경 진입을 막고 있으므로 우리는 부득이 비행기를 타고 이 나라를 패스하는 수밖에 없다. 전쟁과 분쟁으로 시리아, 이란, 아르메니아, 러시아를 육로로 경유하는 길이 다 막혀버렸다. 어쩌다가 여행하는 사람도 불편한데 그 안에서 전쟁에 내몰린 사람들은 얼마나 고통스러울까? 

     

    콩나물 시루처럼 만원인 시내버스를 타고 한 시간 걸려 트빌리시 공항에 도착했다. 시외버스 대합실보다 시원하고 넓고 깨끗한 공항 대합실에 들어오니 기분이 좋았다. 소파, 에어컨, 와이파이, 깨끗한 화장실이 있는 여행자의 쾌적한 집. 마치 오막살이에 살던 사람이 저택에 새로 이사온 뿌듯한 느낌으로 나 혼자서 여기저기 다 둘러보러 다녔다. 

     

    무척 오래간만에 함께 비행기를 타니까 재미있다. 우리는 기내식도 감사한 마음으로 맛있게 다 먹었다.  

     

    여기까지 쓰고 있는데 다음 얘기는 안트가 썼다고 해서 그날 일어난 일에 대해선 나는 생략하기로 한다. 내가 썼음 엄청 길고 자세하게 썼을 텐데 안트 너 심봤다!

     

    대신, 조지아에서 느낀 점을 써보기로 한다. 우리는 일주일간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에 머물렀다. 조지아는 경치가 아름다운 곳이라 여행사에서 제공하는 자연체험 투어를 살 수도 있었지만 우린 하지 않기로 했다. 하루종일 차 타고 나가서 잠깐씩 자연을 구경하고 오는 일이 마뜩치 않았기 때문이다. 그 대신 호주에서 돌아가는 길에 날씨가 너무 더워지기 전에 조지아에 도착해서 며칠 그곳에 묵으면서 트래킹을 하면 어떨까 한다.

     

    처음 트빌리시에 도착해서 지하철과 버스를 탈 때 사람들이 참 친절하다고 느꼈다. 그런데 레스토랑이나 카페에서, 또 슈퍼에서 늘 기분이 좋지 않았다. 즉, 돈이 오갈 때는 꼭 석연찮은 일이 일어나곤 했다. 이상하게 모욕감을 느꼈다. 또 속았다는 느낌이 들면서 늘 당하기만 하는 우리가 바보같이 느껴졌다. 이들이 모든 관광객을 다 속이는 게 아니라 사람 봐서 속인다는 느낌이 들고, 뭔가 이상하다는 걸 알면서도 강력하게 대처하지 못하게 되는 묘한 분위기에 휩쓸렸다. 돈이 문제가 아니라, 우리는 타고난 호구인가 하는 자괴감까지 들었다. 

     

    더구나 터키에서는 한번도 경험하지 못했던 일이었다. 사람은 특정한 상황에선 누구나 다 비슷하게 반응할 뿐, 원래 나쁜 민족성이란 건 없다고 믿는 나는 많이 혼란스러웠다. 

     

    문득 어린 시절의 한국이 떠올랐다. 아직 어린 나이였지만, 도덕이 무너지고 있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다. 서양식으로 변해가는 세상에서 한국 전통의 배려와 미덕은 서양식 비즈니스 마인드와 비교되어 경쟁력 없고 후진적이라는 의견이 사회를 지배하기 시작할 때였다. 얌체 짓이나 사기성 있는 행동조차 경쟁의 기술로 받아들여지면서,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부끄러운 일인지에 대한 기준이 크게 흔들리던 시기였다. 기존의 가치관이 신뢰를 잃고, 새로운 가치관이 제대로 자리잡지 못한 공백기간에, 사람들은 나중에 생각하면 부끄러울 일도 남이 다 하니까 그냥 따라했던 것 같다. 

     

    지금 트빌리시 시민들도 그런 과정을 겪고 있는 것일까? 그런데 3주나 머문 터키에선 왜 그런 일을 경험하지 못했을까? 조지아와 터키의 차이는 무엇일까? 종교와 역사에서 그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아님 경제력에서? (일인당 평균 월소득 조지아 517 유로, 터키 904 유로) 

     

    역사 박물관에 가서 나도 몰래 조지아와 화해를 했다. 지정학적 이유에서 조지아의 역사는 한반도 역사와 비슷하다. 강대국이 충돌하는 교차점에 위치하여 침략에 침략이 이어지는 수난의 역사였지만, 유럽 최초로 크리스트교를 받아들인 민족, 5세기때 고유한 문자를 만들어 썼던 민족이라는, 정신적 자긍심이 충만한 역사였다.

     

    이 나라는 이슬람 문화권에 둘러싸여 있으면서도 유일하게 크리스트교를 믿으며, 유럽적인 정체성을 고수하고 있다. 건축양식에서도 유럽적 성격이 강하게 드러난다. 이웃의 소개로 티빌리시에서 일하는 독일인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는 조지아 사람들과 일하는 것이 매우 편하다고 했다. 독일인들의 특성인, 금방 핵심으로 훅 들어가는 직설적인 대화가 가능한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남의 나라를 잠깐 보고서 이해한다는 것은 불가능한 일이라 조지아에 대한 복잡한 느낌은 그냥 놔두기로 했다. 대신 나를 한번 돌아보았다. 새로운 상황에서 내가 어떻게 대응하는지 보는 것 또한 여행의 순기능이 아닐까 한다. 우리는 왜 이렇게 당하는 걸까? 어쩌면 초보자의 실수일지도 모르겠다. 우리보다 못 사는 현지인들을 공손하고 후하게 대하고 싶다는 바램이 나에게도, 안트에게도 있어서 그런 것 같다. 그런 점이 관광객을 상대로 돈 버는 데 특화된 선수들 눈에 틈새로 보였을 것이다. 

     

    앞으로는 실수해서 실례가 될까 너무 겁내지 말고, 너무 잘 보이려 들지도 말고, 현지인과 나는 이익을 주고 받는 대등한 관계라는 마인드를 장착해봐야겠다. 저렇게 해봤다가 아니면 이렇게도 해보고, 또 그것도 아니면 그건 그때가서 다시 수정하면 되겠다. 

     

     

    아래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을 올렸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이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trip/685d047694cb79-525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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