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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32일 - 타쉬켄트 2025/7/27
    Our Journey 2025. 7. 28. 16:12

    들국: 

    너무 더워지기 전에 호텔을 나섰다. 오늘은 서울공원(Seoul Park)을 보러 가기로 했다. 다행히 구름이 잔뜩 끼어서 살인햇볕을 막아줬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니까 중간중간에 걷는 구간이 제법 되는데, 길가에 무궁화꽃이 만발한 것이 반가웠다. 무궁화가 이렇게 무리지어 깨끗하게 핀만발한 모습을 한국에서보다 더 많이 보는 것 같다. 

     

    서울공원은 멀리서 봐도 금방 알아볼 수 있었다. 기와를 예쁘게 얹은, 나지막한 전통담장 너머로  한국 전통건축들이 몇 개 서 있었다. 이 사이를 아름답게 꾸미긴 했지만 공원 느낌은 나지 않았다. 아무 설명도 없이 입구가 굳게 닫혀 있어서 아쉬웠지만 밖에서도 잘 들여다 보였고 밖에서 찍는 사진도 괜찮았다. 

     

    서울공원은 2014년 9월 1일, 우즈베키스탄 독립기념일에 맞춰 한국이 선물했다. 그 앞에 세워진 커다란 석조 조형물은 2017년에 1937년 스탈린 정권의 강제이주 80주년을 기념하여 설치되었다. 조형물 아래에는 한국어·우즈벡어·러시아어로 ‘우즈베키스탄 국민들이 고려인들을 따뜻하게 환대해준 데 대해 깊은 감사드립니다’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다. 내가 한평생을 외국에 살아서 그런지 디아스포라의 역사에 자연스럽게 관심이 간다. 

     

    서울공원 자체가 더 큰 공원 안에 있어서 바로 옆에는 커다란 어린이 놀이터가 있었다. 아이들과 잘 놀아주는 젊은 부모들을 보면서 아이들을 소중하게 여긴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 공원은 수목이 우거져 오래간만에 몸도 눈도 시원했다. 

     

    조지아에서부터 들은 생각인데 옛소련 국가에선 공원길이나 계단을 무지막지하게 너르게 만드는 것 같았다. 가뜩이나 더운데 아스팔트나 시멘트로 포장된 도로를 걸으면 마치 난로 위를 걷는 것 같다. 후끈한 더위가 위아래로 기승을 부린다. 그래서 녹색으로 조경된 공간을 보기만 해도 반갑다. 

     

    거기서 멀지 않은 역사 박물관으로 걸어갔다. 거기도 문이 닫혀 있었다. 아쉬웠지만 밖에서 보기에도 무척 아름다운 건물이어서 용서가 됐다. 이 나라에선 잔잔한 전통문양의 현대식 건물에 넣는 것이 일상화된 건 같다. 이방인인 내 눈엔 좋아보였다. 

     

    바로 옆에 있는 전통시장 초르수 바자르에 갔다. 현지인들이 다니는 시장인 것 같았다. 날씨가 받쳐주는 농업국 전통시장답게 벼라별 야채, 과일과 향신료와 차, 음식들이 차고 넘치는 게 장관이었다. 자기네 물건 사라고 말을 붙이긴 했지만 극성으로 붙잡지 않아서 구경하며 다니기 편했다. 

     

    무화과가 현지에선 어떤 맛인지 보고 싶어서 한번 사봤다. (저녁에 호텔에 가서 먹었는데 정말 거짓말 하나도 안 보태고 꿀보다 조금 더 단 것 같았다.) 과일 파는 아주머니가 친절했는데 안트왈, 바가지를 씌웠으니 안 친절하실라구? 바가지를 썼는지 아닌지는 모르겠는데 (이 나라 돈 숨은 하도 동그라미가 많이 붙어서 도무지 감이 잡히지 않는다.) 이런 바가지는 기분이 나쁘지 않다. 사람 봐가면서 말 바꾸어 점점 가격이 올라가는 바가지가 아니라서. 

     

    그리고 다음번 홀에서는 이 무더운 날씨에 갖은 육고기를 실온에 진열해서 팔았다. 우리는 숨을 참고 가장 가까운 출구를 향해 부지런히 걸음을 놀렸다. 점심을 시장에서 먹으려던 계획이었는데 오늘은 정말 채식을 하리라 다짐했다. 

     

    시장은 무지하게 컸다. 저 멀리서 연기가 자옥하게 올라오는 게 보였다. 안트가 저기가 먹자골목인 것 같다고 했다. 가봤더니 정말 먹음직스런 음식을 길가에서 직접 조리해 진열해놓은 가게들이 줄을 지었다. 우즈벡 볶음밥인 플롭이 궁굼했던 차라 커다란 가마솥에서 밥을 볶는 가게로 들어갔다. 이곳 음식이 양이 많다고 들어서 일인분만 주문했다. 조금 미안해서 샐러드라도 더 시키고 싶었지만, 시장에선 위생상태가 별로 안 좋을 것 같아서 뜨겁게 조리한 음식만 먹기로 했다. 

     

    플롭은 야채를 밥만큼 많이 넣고, 삶은 양고기를 잘게 찢어 올린 볶음밥이다. 병아리콩도 조금 보였다. 기름졌지만 그러려니 하고 맛있게 먹었다. 양은 둘이 먹기 충분했다. 종업원이 가마솥을 담당하는 어머니에게 가서 계산하라고 그래서 그때 보니까 가마솥 아래쪽엔 기름이 흥건하고 한쪽에는 삶은 양고기 덩어리와 기름 덩어리가 얹혀 있었다. 빨간 고추 말린 것도 몇 개나 보였는데 음식은 하나도 맵지 않았다. 이 지방에서 전통적으로 이렇게 기름지게 먹는 데는 분명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사진전시회에 가려고 또 한참을 걸어갔다. 가는 길에 다양한 건축물을 보는 재미가 쏠쏠했다. 아마도 구소련의 영향인 듯, 권력을 과시하고 위압감을 주는 파시스트 양식이 많이 보였다. 사람들은 건물 양식을 따지거나 어떤 건물이 주는 느낌을 관찰하며 사는 것이 아니라서, 그런 양식에 오래 노출되면 거기에 길들어 편안하게 느끼게 된다. 그래서 파시스트가 물러간 이후에도 비슷한 양식의 건물들이 새로 지어지는 것이다. 특히 돈이나 권력을 강조하려는 숨은 의도가 있을 때에는 십중팔구 그런 건물들이 생겨난다. 

     

    안트도 거리를 관찰하면서 하고 싶은 말이 많았다. 내가 빼먹은 것은 안트의 관찰력이 보충해줄 것으로 기대해본다. 

     

     

     

    안트:

    내가 보충해서 쓸 말이 그렇게 많지가 않다. 그래서 이번엔 내가 세상을 바라보는 한 가지 시각, 경제적인 관점에 대해 써보기로 한다. 나는 경제학을 전공한 건 아니지만, 물리학자로서 수학적인 관계에는 익숙하니까 경제라는 분야도 어느 정도는 이해할 수 있다.

     

    시장에 갔을 때 나는 주로 상인들을 유심히 바라봤다. 가끔 손님이 오기도 했지만, 대부분의 시간은 그냥 가게 앞에 앉아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다시 말해, 실제로는 대부분의 시간을 아무 일도 하지 않으면서 보내고 있는 셈이었다. 그 모습은 비효율적이고 비생산적으로 보였다. 그에 비해 아마존의 물류창고에서 일하는 포장부 직원은 하루 종일 바쁘게 손 하나 쉴 틈이 없다고 들었다.

     

    관광객 입장에서는 이런 시장의 풍경이 이국적이고 흥미롭게 느껴진다. 다채로운 색감과 강한 향취가 오감을 자극하고, 물건을 살 때는 상인과의 짧은 대화도 생긴다. 그런 경험은 분명 삶의 질을 높여준다. 하지만 생산성이 낮다는 것은 곧 소득이 낮다는 뜻이고, 그것은 빈곤으로 이어진다. 그렇다고 해서 아마존에서처럼 생산성이 높다고 해서 소득이 높은 것도 아니다. 그 이익은 결국 기업이 가져가고, 직원들에게는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다.

     

    이번 여행 동안 생산성이 낮은 장면들을 자주 마주쳤다. 트빌리시나 타슈켄트의 지하철 에스컬레이터 아래에 있는 작은 부스에서 일하는 여성들, 그 외에도 과잉 공급된 일자리들이 많았다. 터키 도시들에서는 50미터마다 하나씩 작은 식료품점이 있었는데, 밤 10시에 과자가 필요해도 바로 길 건너면 살 수 있었다. 편리하긴 했지만, 대부분의 가게에서는 하루 종일 점원이 혼자서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 나라들에 더 많은 좋은 일자리가 생긴다면, 이런 모습은 점차 사라질 것이다.

     

    그리고 역시 교통 상황도 자세히 살펴봤다. 타슈켄트는 도시 구조가 여유롭게 설계되어 도로가 아주 넓었다. 그래서 그런지 걸어다니기에는 거리가 멀어서 불편했다. 자전거는 이런 넓은 도시에선 지역 단위로만 가능할 것 같았다. 다행히 대중교통은 나름 잘 갖춰져 있었고, 지하철도 계속 확장 중이었다. 하지만 넓은 공간은 결국 자동차만 이득을 보게 마련이라, 이곳도 점점 그 방향으로 가고 있었다.

     

    타슈켄트 거리에는 꽤나 화려한 자동차들이 많았는데, 그중에서도 중국 브랜드 차량이 자주 보였다. 중국차도 충분히 ‘과시용’이 된다는 걸 느꼈다. 평균 소득은 조지아보다 약간 낮다고 들었고, 그래서인지 자동차는 아직까지 상류층의 전유물처럼 보였다. 그래서 아직은 도로에 여유가 있지만, 언젠가 대부분의 주민이 자동차를 소유하게 되면 이 넓은 도로도 감당하기 어려워지고, 교통체증은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도시라는 공간에 자동차는 효율적이지 않은 존재다.

     

    하지만 넓은 도로의 장점도 있었다. 바로 많은 녹지 공간이었다. 그늘을 만들어주는 나무들도 많았고, 장식용 초록 식물도 자주 보였다. 독일에서는 기후 변화 때문에 도시 녹지 확보의 필요성이 자주 언급되는데, 이곳에서는 이미 모습을 현실에서 있었고, 보기에도 좋았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trip/685d047694cb79-525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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