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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33일 - 사마르칸트로 이동 2025/7/28
    Our Journey 2025. 7. 28. 20:45

    들국:

    아침을 일찍 먹고 역으로 가서 사마르칸트행 기차를 탔다. 지하철에서 내려서 어디로 가야할지 잘 모르겠어서 지나가는 청년에게 물어봤다. 말은 안 통했지만 우리가 원하는 것을 이해하고는 우리를 역까지 데려다줬다. 내 짐까지 들어줬다. 아이고 감사해라.

     

    안트는 이코노미석을 예약했다고 기억하는데 아무래도 비지니스석인 것 같다. 맨 앞에 있는 특별하게 생긴 차량에 아주 넓고 쾌적한 좌석이었다. 가운데 탁자마다 물과 클리넥스 통이 놓여 있었다. 처음엔 너무 더워서 에어컨이 없는 줄 알고 당황했지만 나중에는 점점 시원해졌다. 중간쯤에 하얀 가운을 입은 아저씨가 따끈한 빵을 팔았다. 안에다 감자와 양파를 볶아 넣고 오븐에 구운, 우리나라 옛날 고로케 맛이 나는 빵이어서 정말 맛있게 먹었다. 하나에 1,30유로였다.  

     

    타쉬켄트라는 오아시스에서 사마르칸트라는 오아시스로 여행한다고 생각하니 가슴이 설렜다. 바깥을 내다보니 정말로 누런 빛깔의 황량한 산들이 나무 한 그루 없이 끝없이 이어졌다. 그래도 철로변에는 개천이 흘러서 가끔 마을이나 소도시가 보였다. 강이나 개천이 있는지 없는지는 수목으로 이어진 초록색 띠로 알 수 있다. 

     

    밀린 여행기를 쓰느라고 바깥 풍경을 좀 더 많이 관찰하지 못한 것이 아쉽다. 다음에는 덜 쓰고 더 많이 봐야겠다. 

     

    역에 도착해서 시원한 대합실에 앉아서 교통편을 연구했다. 안트는 대중교통을, 나는 얀덱스 택시 부르는 방법을. 

     

    이번에 여행하면서 가만 보니까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이 있으면 안트를 설득시키려고 너무 많은 애를 쓰고 있었다. 내딴에는 민주적으로 대화로 해결하려고 한다지만 한편으론 내가 좀 게으르고 의존적인 것 같았다. 그래서 안트가 마음을 바꿔서 내가 원하는 것을 해주기를 바란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그냥 나 혼자서  얀덱스 택시 잡을 결심을 해버렸다. 

     

    마침 우리가 미리 설치해온 에어랄로 이심이 어제 박물관에 갔을 때 파워가 없어서 전혀 도움이 안 되는 경험을 했다. 그래서 그 김에 현지에서 많이 쓰는 회사의 이심을 현지번호와 함께 사자고 안트에게 얘기했더니 안트가 수긍하고 순순히 도와줬다. 현지번호를 받자마자 나는 얀덱스 앱을 깔았고, 안트는 나를 도와주긴 했지만 자기는 깔지 않았다. 그건 내가 원해서 하는 거니까 나보고 하라고 그랬다.

     

    버스를 타는 게 택시보다 친환경적이라는 그의 의견은 맞다. 그러나 이렇게 더운 날에 짐을 다 가지고 너무 많이 걸어야 한다면 내 체력으로는 이 여행을 감당하지 못하겠다는 나의 의견도 현명하다. 

     

    암튼 오늘은 처음으로 택시를 타고 호텔에 도착했다. 그런데 택시비가 아침에 기차에서 사먹은  빵 두 개 가격밖에 안 된다는 사실이 너무 이상하다. 이 세상이 뭔가 잘못된 것 같다. 아무튼 나는 지금 컨디션도 기분도 매우 좋다. 그 대신 짐 없이 관광하러 다닐 때는 절대 택시 타자고 하지 않고 안트가 하자는 대로 다 맞춰줘야지. 

     

     

    안트:

    우즈베키스탄에는 스페인에서 수입한, 현대적인 고속열차가 있다고 한다. 꽤 편안할 것이 분명하다. 하지만 우리는 구형 열차를 타기로 했다. 그 이유는 가격 때문은 아니었다. 여긴 기차 요금이 아주 저렴하다.

     

    고속열차는 아침 일찍 첫차로 출발하는데, 아마도 느린 열차들 때문에 지연되지 않기 위해서인 것 같다. 그런데 그걸 타려면 너무 일찍 일어나야 했고, 호텔 조식을 포기해야 했다. 게다가 그렇게 일찍 사마르칸트에 도착하면 호텔 체크인이 안 돼서 큰 짐을 끌고 돌아다녀야 하는 불편함이 있다.

     

    우리가 탄 열차는 좀 오래된 스타일이었지만 비즈니스석이 꽤 흥미로웠다. 좌석 배열은 2+1로 되어 있었고, 의자도 아주 넓었지만 특히 테이블이 정말 엄청나게 넓었다. 혜지가 내 맞은편에 앉았는데, 거리감이 너무 커서 대화할 때 서로 말이 잘 안 들릴 정도였다. 그렇다고 소리 지르기도 좀 그래서 조용히 있었다. 좌석 수가 많지 않아서 그런지 더 고급스럽게 느껴졌다. 이 모습은 내게 타슈켄트의 넓은 도로들을 떠올리게 했다. 왠지 이곳 사람들은 넓은 공간을 좋아하는 것 같다.

     

    타슈켄트를 지나자 처음엔 지형이 평평하고 제법 푸르렀다. 농사도 많이 짓고 있었다. 나중에는 산악 지대를 지나갔지만 그렇게 높은 산은 아니었다. 멀리 더 높은 산들이 보이긴 했다.

     

    호텔에 도착해서 잠깐 쉬었다가, 오후 더위가 좀 가셨다고 생각돼서 레기스탄으로 걸어갔다. 여긴 말 그대로 사마르칸트를 대표하는 장소다. 사실 나는 이 광장의 사진 외에는 이 도시에 대한 아무런 이미지가 없었다. 하지만 기차역에서 호텔까지 오는 길에 보니 사마르칸트도 꽤 평범하고 현대적인 도시였고, 다만 몇몇 역사적인 건축물들이 있는 정도였다. 인구는 약 60만 명 정도라고 한다.

     

    우리가 묵는 호텔은 구시가지에 있어서 레기스탄이랑 아주 가깝다. 구시가지는 낮은 건물들과 복잡하게 얽힌 골목들로 이루어져 있는데, 지금까지는 아름답다기보다는 좀 낡고 허름한 느낌이었다. 하지만 요즘은 건축에 돈을 들이고 있어서 어쩌면 바뀔지도 모르겠다. 우리가 묵는 호텔도 내부는 완전히 새로 리모델링되어 있었다.

     

    레기스탄까지는 걸어서 몇백 미터 정도밖에 안 된다. 건물 가까이 가거나 안으로 들어가려면 입장료를 내야 하고, 사진 촬영도 별도 요금이 있는 것 같다. 오늘 저녁엔 그래서 울타리 밖에서만 머물렀다. 기온도 아주 쾌적했고, 많은 사람들이 그곳에서 저녁 시간을 즐기고 있었다.

     

    그 뒤엔 우즈벡 음식을 먹으러 갔다. 몇 가지 새로운 요리를 시도해봤다. 만티라는 음식이 있었는데, 거의 우즈베키스탄식의 킨칼리 같았다. 그 외에도 소고기 국수 수프와 샤슬릭 꼬치 몇 개를 시켰다. 함께 나온 레몬 티도 아주 맛있었는데, 사실 맛은 귤에 더 가까운 것 같았다. 이렇게 먹고도 둘이 합쳐서 12유로밖에 안 들었다. 확실히 여기선 우리 생활비가 엄청 줄었다.

     

    욕실에 온도계가 있는데 지금 33도를 가리키고 있다. 에어컨이 없다면 온도도 정도일 것이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trip/685d047694cb79-525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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