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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에게 가는 길 39일 - 부카라 근교 답사 2025/8/3Our Journey 2025. 8. 3. 18:36
들국:
어제 성곽을 안내해준 가이드가 오늘 부카라 근교에 있는 몇가지 유적지를 보여주기로 했다. 수고비는 80유로. 아침 9:30에 호텔로 픽업해줬다. 운전은 자기 사촌이라는 늙수구레한 아저씨가 하시고 가이드는 조수석에 앉아서 가는 길에도 열심히 설명해줬다. 내가 더위 먹은 걸 걱정하는 안트가 아침에 "혹시 차에 에어컨이 없으면 어떡하냐"고 걱정했는데 정말 에어컨 없이 창문을 열고 달렸다. 바람이 쌩쌩 들어오니 참을 만했다. (나중에 에어컨을 켤까 물어보셨는데 우리가 사양했다. 바람이 부니까 시원했다.)
처음 도착한 곳은 바후딘 나크스반디(Baha‑ud‑Din Naqshbandi) 기념 복합단지였다. 초기 이슬람의 신비주의 전통을 중시하는 수피교의 나크스반디 교단의 창시자를 기리는 장소로, 중앙아시아의 메카로 불리며, 순례자들이 많이 찾는 성지이다. 모스크, 수도원, 미나렛, 다용도로 쓰였던 연못과 박물관을 돌며 가이드의 설명을 들었다. 일요일이어서 그런지 예쁘게 차려입고 기도하러 오는 현지인들이 참 많았다. 나는 가끔씩 그들과 함께 사진을 찍으며 한국말로 인사도 나눴다. 대부분 젊은 여성들이 같이 사진 찍자고 했고, 한번은 아빠가 어린 아들 두 명이랑 함께 포즈를 취해 달라고 부탁하기도 했다. 지금 글 쓰면서 생각해보니, 안트에게는 안 물어보고 꼭 내게만 사진을 찍자고 했다. 서양인이 더 희귀할 것 같은데.
그 다음엔 다시 차를 타고 옛 국왕들이 쉬러 오던 여름 궁전을 구경하러 갔다. 마지막 국왕이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공부한 유학파라서 그런지 구 러시아풍의 건물들이 눈에 띄었다. 예나 지금이나 권력 가진 사람들은 돈잔치까지 하는지 건물의 내부가 금박으로 번쩍번쩍했다. 그 후에는 큰 규모의 Tschor-Bakr 묘소를 방문해서 설명을 듣고 사진도 찍었다.
우즈베키스탄 건물에서 신기했던 건 기둥이다. 날씬한 반석 위에 나무를 깎아 만든 기둥이 세워져 있었는데, 맨 아래는 마치 공처럼 둥글게 다듬어졌고, 그 위로 공을 감싸듯 기둥몸통이 올라가면서 섬세한 부조(릴리프) 장식이 새겨져 있었다. 기둥의 맨 위, 즉 주두는 뾰족뾰족한 무늬로 화려하게 꾸며져 있었다. 이 기둥은 문화재 건물에서만 보이는 게 아니고, 새로 짓는 주택건물에서도 가끔 눈에 띄었다.
가이드가 의미를 설명해줬다. 공처럼 둥근 것은 지구, 즉 땅을 의미한다고 한다. 맨 꼭대기에 뾰족뾰족 화려한 주두는 별, 즉 하늘을 의미한다. 기둥몸통은 땅 위에 살고 있는 신자들과 하늘에 있는 신을 연결하는 심볼이란다. 나는 그동안 왜 모양이 저럴까 하고 기능적인 이유가 있는지 생각했었는데 영적인 의미가 있었구나.
또 이번에 배운 것 하나. 이슬람 사원에 있는 탑 미나레트의 원어 뜻은 빛을 보내는 탑, 즉 등대라는 것이다. 사막을 횡단하는 대상들은 낮에는 살인적인 더위를 피해 쉬고 밤에 이동했다고 한다. 캄캄한 칠흑 속에서 길을 잃지 말라고 비춰주는 등대를 보며 전진했다는 것이다.
모슬렘들이 하루에 다섯 번 기도하는 이유는 나쁜 짓을 할 기회를 줄이기 위해서라고 한다. 살면서 속임수를 쓰거나 거짓말을 하려고 할 때 미나레트에서 기도시간을 알리는 아잔이 울리면 더 큰 죄를 짓기 전에 얼른 잘못을 돌이킬 수 있기 때문이란다. 나는 왜 그런지 그 말에 깊이 수긍이 되었다. 내 경우, 하루에 한 번만 수행해도 삶의 질이 달라지는데, 하루에 다섯번씩 잠깐씩이라도 돌이킨다면 정말로 마음의 평화를 얻고 죄를 짓지 않겠다 싶었다.
가이드 아저씨와 개인적인 대화도 나눴다. 대학에서 불어와 독어를 전공하셔서 영어, 불어, 독어가 다 가능한 전문 가이드였다. 올 초에 결혼한 큰 아들이 타쉬켄트에 있는 한국 인하공대에서 공부했다고 한다. 내가 인하대학이 공대로 유명하다고 말씀드렸더니 좋아하셨다. 우리는 손주를 보러 호주로 가는 길이라고 했더니, 너무 안 됐다는 표정으로 딸이 일 때문에 호주에서 살게 됐냐고 물으셨다. 사랑 때문에 갔다고 했더니 좀 딱해 하시는 것 같았다. 둘째 아들이 결혼하게 되면 결혼식에 오라고 하셨다.
혹시 부카라에서 영불독어 능하고 해박한 가이드가 필요한 사람은 부카라 성곽인 아르크 요새에 가서 Ulugbek씨를 찾으시기 바란다. 우리에게 연락하면 전화번호도 드릴 수 있다.
마지막으로 부카라 성문을 새로 보수한 곳에 들러 사진을 찍은 후에 12:30경에 호텔 앞에서 가이드 아저씨와 헤어졌다. 많은 배움에 감사드렸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trip/685d047694cb79-525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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