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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40&41일 - 타쉬켄트 휴식 2025/8/4-5
    Our Journey 2025. 8. 7. 00:35

    들국:

    우리는 새벽기차를 타고 수도 타쉬켄트로 다시 왔다. 다음 목적지인 카자흐스탄의 옛 수도 알마티로 가는 밤기차가 여기서 떠나기 때문이다. 좀 쉬면서 다음 여행 계획을 세우려고 호텔에 3박을 예약했다. 편안히 쉬고 싶어서 우리 기준으로 약간 비싸게 골랐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우리가 묵었던 여타 호텔보다 3유로더 비싼 하루 46유로짜리인데(조식 포함) 침실에 거실이 따로 있는 럭셔리 버전이라 황송했다. 편하게 글 쓸 수 있는 책상까지 있어서 나는 안트에게 "와! 여기서라면 박사논문도 쓰겠는데?“ 하면서 환호했다. 

     

    내가 나를 솔직히 돌아보니, 여행의 일수가 쌓일수록 먹고 자는 일이 중요해지는 것 같다. 돈을 좀 더 쓰더라도 맛있게 먹고 편안히 머물고 싶은 욕구가 자라나는 것을 느낀다. 몸이 힘들어서 그런가, 정신이 소비생활에 물들어서 그런가? 어느 정도 충족되면 멈추는 현상일까, 가만 두면 끝없이 자라는 욕망일까? 내가 그렇다는 것이지, 안트 속마음은 어떤지 잘 모르겠다. 이따가 물어봐야겠다. 

     

    호텔 근처에 있는 김삿갓 레스토랑에 두 번이나 연달아 갔다. 한국말은 못 하는데 자신을 한국인이라고 소개하는 아가씨가 서빙을 했다. 내가 옛날에 한국에서 먹던 음식맛이 나는 것을 보니 고려인 식당인 것 같다. 요즘 한국음식은 달고 짜게 자극적으로 변했는데 여기서는 구수한 본연의 맛이 났다. 냉면을 시켜도 반찬이 열 개나 나오는 인심도 옛날 한국식이다. 

     

    그간 더워서 그런지, 아니면 낯선 음식을 매일같이 연달아 먹는 일이 원래 쉬운 일은 아닌지, 난 입맛이 별로 없었다. 안트는 내가 곧 굶어 죽을 것처럼 걱정을 했는데, 이제 내가 한국음식을 맛있게  먹으니까 자기가 더 좋아했다. 

     

    선크림 같은 간단한 일용품도 사고 현지인들의 소비품목을 엿보고 싶어서 백화점, 잡화점에 가려고 버스, 전철 갈아타고 시내에 나갔다. 여기저기 다니다 보니 그것만으로도 만 보도 넘게 걸었다. 날씨가 더워서 시원한 카페에서 냉커피 마시고 한참 쉬다가 나오니 살 것 같았다. 타쉬켄트에 머무는 사흘 내내 섭씨 36도는 되었다.  

     

    사마르칸트와 부하라 구시가지를 다니느라고 진흙 먼지가 뽀얗게 묻은 샌들을 빨았다. 거기서는 샌들이 너무 더러워서 차마 욕실에서 빨 생각을 못했는데, 타쉬켄트 포장도로를 다니면서 먼지를 다 떨궈버렸는지 욕실에서 빨 수 있을 정도가 되었다. 호텔 바디워시 문질러서 빡빡 빨아놨더니 다음날 아침까지 뽀송하게 잘 말랐다. 내 친구 정미가 언젠가 펭귄 사이트 댓글에 우리가 일년 집 떠나는 사람들치고 옷을 참 깔끔하게 입는다고 쓴 말이 생각났다. 

     

    난 티셔쓰 두 장, 브라우스 두 장, 원피스 두 개, 바지 두 개, 팬티 두 개, 긴팔 셔쓰 하나, 얇은 패딩 하나를 넣어왔다. 40일 남짓 다니면서 보니까 훨씬 덜 가져왔어도 충분할 뻔했다. 매일 아침 텐트 걷고 이동하는 자전거여행이 아니라, 한 호텔에서 적어도 이삼일은 머무는 느긋한 여행이라 빨래하기가 참 쉽다. 더욱 여름이라 빨래가 잘 말라서 깨끗하게 입고 다니는 일이 어렵지 않다. 우리는 에너지절약을 위해 평생 다림질을 안하고 살았으므로, 옷을 빨아서 탈탈 잘 털어서 구김 없이 말리는 일에는 경험이 좀 쌓였다. 

     

    우리는 호텔 경험이 별로 없는 편이다. 그래도 이젠 독일에선 호텔에서도 에너지 절약, 소비품 절약 차원에서 수건과 비누를 매일 새로 갈아주지 않는다는 것쯤은 안다. 그런데 요즘 다니면서 보니까 청소부가 매일 수건과 비누를 새로 주는 호텔이 있었다. 난 처음엔, 하루 쓴 비누를 못 버리게 숨겨놓기까지 했다. 이제 나는 아침에 호텔을 나설 때, 우리 방은 청소하지 말라고 부탁한다. 우리는 집에서도 매일 수건과 비누를 갈아쓰는 사람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그런데 참 재미있는 것은, 그런 나를 안트가 좀 거북해한다는 것이다. 그까짓 수건과 비누가 뭐라고, 넌 왜 이렇게 까다롭고 번거롭게 사느냐고 한다. 내가 유난스럽게 구는 것이 좀 민망한가? 사돈 남 말 하시네. 자기 원칙을 고수하느라 번거롭게 살기로는 자기 따를 사람이 어디 있다고? 기껏 맞춰서 살았더니 되려 나 보고 뭐라 그런다. 하하하.

     

    댓글 얘기가 나온 김에 Kurtinella에게도 답장을 하련다. 얀덱스 택시가 어떻게 운영되고 있는지 정말 궁금했는데 상세히 조사해서 알려줘서 고마워. 그런데 택시기사 한 달 월급 150-200유로면 한 가정이 살 수 없지 않나? 기사분들은 그럼 투잡, 쓰리잡을 뛰는 분들이신가? 이런 착취 시스템을 거부해야 하나, 아니면 더 많이 타서 얀덱스 택시기사들 수입을 늘려줘야 하나? 지금은 나도 택시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 보이콧하지는 못하겠고, 팁이라도 많이 드리려고 한다. 앱에서 택시요금이 뜨고, 그 밑에 팁을 몇 퍼센트 줄 것인지 체크하게 되어 있는데, 팁은 100퍼센트 택시기사의 몫이라고 하니까.  

     

    Sepp이 우즈베키스탄인들이 왜 한국에게 친근감을 가지고 있는지 물었다. 안트가 스탈린의 강제이주 정책을 얘기했는데, 거기에 하나 더 덧붙이고 싶다. 우즈베키스탄인들이 한국에 관심을 가지는 이유는 요즘 한국과 경제적 문화적 교류가 많아서 그럴 것이다. 한국에는 우즈베키스탄 노동자들과 유학생들이 많이 거주하고 있다. 또 한류의 영향도 크다. 한국 대중음악과 드라마들이 아시아 지역으로 수출되어 사랑 받으면서 자연스럽게 한국말을 익히는 사람들도 많다고 들었다. 

     

    Klara가 이 여행기를 책으로 출판하는 얘기를 했다. 이 펭귄 사이트는 무료 이용이다. 그 대신 여기에 올린 여행기와 사진을 인쇄해서 개인적인 기록으로 남기는 서비스를 판매한다. 안트 짐작으론 아마 거기서 펭귄 회사가 수익을 올리지 않을까 한다. 안트 성격상 빚 갚는 마음으로 그 서비스를 구매할 것이 분명하다. 또한 안트는 나중에 더 늙은 후에 인쇄판 여행기를 들춰보면서 우리의 여행을 추억할 일을 미리 즐거워하는 것 같다. 

     

    이틀 동안 관광한 없어서, 그간 나누고 싶었던 잡담으로 화면을 채웠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trip/685d047694cb79-525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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