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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에게 가는 길 43일 - 알마티행 밤기차 2025/8/7Our Journey 2025. 8. 8. 21:29
안트:
카자흐스탄의 알마티로 이동했다. 안락하고 현대적인 기차를 타고 가는 여행이었다. 선로 상태가 좋지 않아서인지 기차는 대부분 시속 60km 정도로 달렸고, 그래서 1000km에 달하는 거리를 이동하는 데 17시간이나 걸렸다. 우리는 1등석 침대칸을 이용했고, 기차 식당에서 두 번 식사를 했다. 그렇게 하니 17시간도 금방, 그리고 꽤 편안하게 지나갔다.
사진은 기차 맨 뒤쪽을 찍은 것이다. 그곳에는 디젤 엔진이 달린 차량이 한 칸 있는데, 역에 정차해 있는 동안 기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역할을 한다. 기차를 끄는 기관차는 전기로 움직이는데, 국경 근처인 타슈켄트에서 20km 떨어진 지점에서 다른 기관차로 교체된다. 역에는 다른 플랫폼으로 가는 지하도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승객들은 그냥 철로를 건너서 반대편 승강장으로 가는 쪽을 택했다. 어차피 다음 기차가 4시간 뒤에나 오기 때문에, 그렇게 해도 안전상 전혀 문제가 되지 않는다.
유치원 광고는 우리가 아직 타슈켄트에 있을 때 찍은 것이다.
들국:
우즈베키스탄에서 카작스탄으로 넘어가는 밤기차를 탔다. 한 칸에 2층 침대가 있는 최상급이다. (가격 1인당 유로) 작지만 책상도 있고, 그걸 들치면 세면대도 나오고, 쓰레기통도 있어서 더할나위 없이 풍족하다. 이불, 베게, 이불보, 수건까지 깨끗하게 구비되어 있다. 옆 칸으로 통하는 문 하나가 있어서 그걸 열면 4인가족이 두 칸을 이어서 쓸 수도 있을 것이다.
복도 끝에는 정수기가 있는데 얼음처럼 시원한 물과 뜨거운 물을 받을 수 있다. 안트가 뜨거운 물이 나온다는 정보를 미리 알아서 우리는 만약의 경우에 대비해서 한국 컵라면을 두 개나 사서 넣었다. 지난번에 한국 음식점에 갔을 때 사용했던 나무젓가락도 잘 씻어서 챙겼다.
국경을 통과 하기 전에 약간 불안했다. 카자흐스탄 국경이 매우 까다롭다는 소문을 들어서이다. 특히 약품의 경우, 이것이 우리가 일상으로 복용하는 약이란 증명서를 소련어로 적어서 가져가란 정보도 있었다. 나이 먹은 우리는 자잘한 약품을 매일 복욕하고 있는데, 이게 1년치나 되고 또 오리지날 포장에 담아야 한다니 부피가 꽤 컸다.
기차가 국경에서 우즈베키스탄 영토에 섰다. 군인들이 와서 여권과 우즈베키스탄에서 거주한 증명서를 보자고 했다. 안트가 미리 알아서 호텔마다 다 챙겨서 온 서류를 한번 쓱 훑어보고 나갔다. 그리고 군견을 데리고 또 한 차례 다녀가고, 또 누가 와서 여권을 가져가더니, 또 군복 입은 사람들이 와서 여행 목적을 물었다. 그리고 짐을 검사하는 차례에 우리가 역무원 아가씨의 조언대로 짐을 미리 다 내려서 지퍼를 열어 놓은 것을 보고는 고개를 끄덕이며 나갔다. 아이고, 나가는 데도 이렇게 까다로우니 카자흐스탄 들어갈 때는 더하겠네.
기차가 조금 더 달려 아주 조그만 강을 하나 건너서 이번에는 카자흐스탄 역에 섰다. 우즈베키스탄에서와 같이 군인과 군견들이 몇 차례 다녀가며 질문하고 여권을 수거해간 후에 위엄이 가득한 중년의 군인 아저씨가 들어왔다. 큼직한 기계로 우리 여권을 검토하고 우리 얼굴 사진을 차례로 찍어 비교했다. 그 후에 짐을 검사했다. 우리 보고 하나씩 다 꺼내라고 했다. 우리가 가방에서 가지런히 정리된 파우치들을 거의 다 꺼내자, 그 아래에 다른 물건이 없다는 것을 본 그는 손짓으로 괜찮다는 신호를 보냈다 — 파우치 안의 내용물까지 보자고 하지 않았다. 그는 미소를 지으며 거수경례를 하고 떠났다. 우즈베키스탄에서부터 느낀 건데 사람들은 아시아 여자와 서양 남자가 같이 다니는 게 신기한 것 같았다. 우리가 정말로 결혼한 부부인지 궁금해서 몇번이나 반복해서 질문하는 사람도 보았다.
무사히 국경을 통화하니 이제야 마음이 놓였다. 창 밖을 보니 매우 낡은 가옥들이 드문드문 나오기는 했지만 대부분 황토색 초원이었다. 멀리 보이는 산들도 황토색이었다. 누렇게 말라버린 짧은 풀들이 나있는 걸 보니 모래사막은 아닌 것 같았다.
말이나 소가 크게 무리지어 있는 것도 봤는데 야생인지, 사람이 관리하는 건지는 모르겠다. 이런 허허벌판에서 어떻게 통제할 수 있는지? (안트는 목동이 말 타고 다니면서 통제할 수 있을 거라고 한다. 노르웨이에서 거대한 순록 무리를 스노우카를 탄 목동이 관리하는 것 처럼.) 신기한 것은, 소들도 달리고 뛰어다니는 걸 보았다. 집채만한 소 한마리가 껑충껑충 뛰어오르는 걸 보고, 얘네들이 원래는 뛰는 성격이었는데 땅이 좁은 한국이나 유럽에서 자라면 뛰는 능력을 잃어버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기차에서 나오는 뜨거운 물로 컵라면을 먹어도 좋았겠지만, 안트는 식당칸으로 가자고 했다. 사실 우리는 기차 레스토랑을 좋아하는 편이니까. 사람이 꽤 많았지만 빈 테이블이 하나 있어서 무사히 저녁을 먹을 수 있었다. 감자를 넣은 만두와 닭고기 야채 요리를 둘이서 맛있게 먹었다. 홍차를 한 주전자 시켜서 같이 마셨다. 가격이 11유로쯤 나왔다.
물티슈로 얼굴과 팔에서 선크림을 대강 닦아내고, 세면대에서 물세수로 마무리했다. 세면대에서 나오는 물로 이를 닦으려니 안트가 기겁을 했다. 자기는 여태 생수로 이를 닦았다는 것이다. 물 한 모금으로 이를 닦아 헹구고, 물 반 모금으로 치솔을 씻는 시범을 보여줬다. 이를 다 닦은 후 칫솔에 묻은 치약거품을 후루룩 빨아들이고나서 물로 입을 헹구는 게 관건이었다. 그리고는 손바닥에 물을 담아 치솔을 씻으니까 제법 깨끗해졌다. 그러나 나는 숙소에 가서는 수돗물로 이를 닦아야지 생각했다. 찜찜하면 그 후에 생수 한 모금으로 헹구든가.
쾌적한 온도, 깨끗하고 편안한 침대에 누우니 만사 행복했다. 안트가 이 기차는 스페인제 모델이라 바퀴가 어디어디에 달려서 규칙적으로 덜컹인다는 얘기를 했는데 정말 그랬다. 그래서 잠을 설쳤다는 사람도 있는 모양이지만, 내게는 마치 자장가처럼 들려서 순식간에 잠에 빠져들었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trip/685d047694cb79-525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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