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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니에게 가는 길 59 - 자이위관으로 이동 2025/8/23Our Journey 2025. 8. 24. 01:08
안트:
오늘은 다시 기차 타고 이동하는 날이었다. 이번에는 360km 정도만 이동했지만, 느린 열차라 거의 다섯 시간이 걸렸다. 목적지는 자이위관(Jiayuguan)이라는 도시이다. 명나라 때 축조된 만리장성이 여기서 끝나며, 웅장한 성문이 서 있는 곳이다. 당시 보통 중국인들에게 이곳은 세상의 끝이었고, 그 너머는 사막뿐이었다. 참고로 ‘만리장성’은 단 하나가 아니라 2,500년에 걸쳐 여러 구간이 건설된 것이다. 위키백과를 보면 알 수 있다.
중국인들이 새치기를 잘 한다고 언젠가 얘기했던가? 역에서 우리가 맨왼쪽 줄에 서 있었는데, 바로 옆에 빈 공간이 있으니 곧바로 다른 줄이 하나 더 생겨났다. 거기 선 사람들은 순식간에 맨 앞으로 갈 수 있다. 결국 역무원인지 경찰인지 모를 직원이 와서 질서를 잡으려 애썼다. 표를 확인하면서 사람들을 제지해야 했으니 정말 스트레스가 심해 보였다. 아마 수년, 아니 수십 년간 이어져 온 풍경일 것이다. 그의 노력에도 별다른 효과는 없어 보였다.
중국 철도표는 정확히 14일 전부터 판매를 시작한다. 열차는 항상 만석이라 표는 금방 매진된다. 하지만 예약 취소도 쉽기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일단 사 두기도 한다. 표를 못 구했더라도 대기자 명단에 오르면 운 좋게 구할 수도 있다고 한다. 표는 역 창구에서도 살 수 있지만, 그러려면 역으로 직접 가야 한다. 역은 가까운 곳이 아니다. 중국 철도 앱으로도 살 수 있는데, 등록 과정에서 나는 실패했다. 결국 trip.com에서 샀는데, 수수료를 조금 내야 했다.
중국에 도착하자마자 표를 확인했는데, 전부 매진이라 속이 상했다. 아무리 기차가 좋아도 표를 못 사면 무슨 소용인가 싶었다. 대기자 명단은 불안해서 시도하지 않았다. 표를 못 구하면 여행 계획이 다 틀어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긴 구간이 아니라 짧은 구간으로 찾으니 자리가 있었다. 두 번은 1등석을 이용했고, 오늘은 오래된 느린 열차의 2등석 ‘하드 시트’였다. 좌석은 쿠션이 있긴 했지만 여전히 딱딱했다. 좌석 배열은 3+2로, 한쪽에 세 자리, 다른 쪽에 두 자리다. 유럽보다 가로 한 줄에 25% 더 많은 사람이 앉는다. 테이블이 있어 마주 보고 앉지만, 등받이는 거의 수직이라 불편하다. 다리를 뻗을 수도 없고, 테이블에 음식을 놓으면 맞은편 사람이 놓을 공간이 없다. 이렇게 좁게 앉아 본 적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다섯 시간 동안이나.
나는 여러 개의 스마트폰 지도를 사용하고 있다. 가장 좋아하는 오픈스트리트맵 기반 지도는 중국에서는 관리가 잘 안 되어 별로 쓸모가 없다. 그래도 참고할 만하다. 호텔 옆 지도에 ‘고속철도역행 버스 10번’이라는 표시가 있었다. 나는 중국에서 번호 있는 버스를 본 적이 없는데, 역을 나오니 정말 10번 버스가 있었다. 들국이 용감하게 타 보자고 했다.
문제는 요금이었다. 탑승구는 매우 붐벼서 사람들이 밀려들어가는 와중에도 한 젊은 중국인이 우리 스마트폰 결재를 도와줬지만 위쳇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그는 그냥 먼저 타더니 운전기사에게 대신 요금을 내 준 듯하다. 그 사이 다른 사람은 현금으로 내고 있었다. 요금은 1위안, 약 0.12유로. 잔돈만 맞게 준비하면 된다. 이렇게 해서 우리는 중국에서 처음으로 버스를 타 보았다.
호텔에 도착하니 아직 이른 시간이었다. 지도에서 호텔 근처에 큰 공원이 보여서 가 보기로 했다. 입구에는 식물로 조형한 초록빛 새 두 마리가 서 있었다. 뒤를 돌아보니 고층 아파트가 병풍처럼 빽빽하게 서 있었다.
공원 산책 후 저녁식사를 하려는데 문제가 생겼다. 사실 나는 중국 요리를 즐기려고 기대에 부풀었었는데, 우리가 있는 지역은 음식이 조금 다르다. 대부분 위구르식, 즉 무슬림 음식이다. 고기가 중심이고, 양고기나 당나귀, 힘줄이나 내장 같은 부위가 많다. 메뉴도 읽기 어려워서 뭐가 나올지 모르니까 쉽게 주문할 수도 없다.
오늘 아침에도 닭고기가 들어간 요리를 봤는데, 마치 누가 먹다 남긴 뼈처럼 보여 먹기가 꺼려졌다. 들국이는 조리 중에 살코기가 떨어져나갔을 거라고 했지만.
그래서 오늘은 간단히 캔터키 치킨 KFC로 갔다. 하지만 그것도 간단하지 않았다. 앱으로 주문해야 했고, 그러러면 중국 전화번호가 필요했다. 그냥 나가려던 순간 젊은 직원이 와서 자기 폰으로 주문을 대신 해줬다.
결국 우리는 아무거나 주문했고, 들국은 입맛에 맞지 않아 많이 먹지 못했다. 햄버거 안에 튀긴 치킨 고기가 들어 있었는데, 세 번째 한 입을 먹자마자 사천(쓰촨) 후추 맛이 났다. 나는 이 향신료를 중국에 와서 처음 알았다. 약간 맵지만, 혀끝이 얼얼하게 마비되는 특이한 느낌을 남겼다. 고유의 향이 강해서 바로 알아챌 수 있다. 이 후추를 들국은 전혀 좋아하지 않았지만, 나는 조금 익숙해질 수 있을 것 같다.
식사 후에는 쇼핑몰을 둘러보고 슈퍼마켓에서 과일을 샀다. 호텔로 돌아오는 길에 맞은편 간판에서 한글이 눈에 띄었다. 불고기 식당이었다. 한국식 불고기라면 아마 향이 강한 늙은 양고기는 아닐 테니 내일은 그곳에 가볼까 한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trip/685d047694cb79-525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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