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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피니에게 가는 길 60 - 자이위관 요새 2025/8/24
    Our Journey 2025. 8. 25. 17:09

    안트:

    오늘 묵을 호텔은 예약사이트 trip.com에서 ‘서양식’ 조식을 제공한다고 되어 있었는데, 실제로 커피가 있었고 맛도 제법 괜찮았다. 나머지는 지난 호텔과 비슷하게 작은 케이크와 토스트가 전부였다. 토스트 위에 올릴 수 있는 것은 달걀 프라이뿐이었지만, 그래도 만족스러웠다. 두 번째로는 중국식 야채요리를 선택했다. 사실 맛도 괜찮고 건강에도 좋으니 나쁘지 않았다. 내겐 아마 커피가 핵심이었던 듯하다. 커피 대신 차가 있었대도 괜찮았을 것이다. 

     

    오늘의 목적지는 명나라 만리장성의 끝에 위치한 요새이다. 이에 대한 실질적인 정보가 거의 없었다. 미리 표를 사지도 않았고, 입구가 어디인지도 알지 못했다. 모가오 석굴처럼 입구가 관광지에서 10km 떨어져 있는 경우도 있다.

     

    길을 잘못 들지 않기 위해 디디(Didi) 앱이나 택시기사의 지혜에 기대할 수밖에 없었다. 디디에서는 ‘Jiayuguan castle’을 입력하면 여러 가지 제안을 해주는데, 그중 하나에 ‘Entrance’라고 표시되면 대체로 맞는 곳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통하지 않았다. 결국 내가 지도에 직접 목적지를 지정했고, 택시기사는 정확히 그곳까지 데려다주었다. 알고 보니 그곳이 입구는 아니었다. 조금 후에야 다른 관광객들이 전동 미니버스를 타고 들어오는 모습을 보았다. 우리는 조금 걸어가야 했고, 나는 입장이 가능할지 몰라서 긴장되었다. 

     

    정문에는 자동 발권기가 있었지만, 중국말을 못하는 나로서는 어려운 일이었다. 들국이 그곳을 지키던 젊은 여성에게 말을 걸었고, 그녀는 온라인으로 표를 구매할 수 있도록 친절히 도와주었다. 중국 휴대전화 번호가 필요했는데, 그녀가 자신의 번호를 입력해 주었다. 덕분에 모든 것이 순조롭게 해결되었다.

     

    관광객은 많았지만 심하게 붐비지는 않았다. 입구 근처에서는 전자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할 수 있었으나, 결제 과정에서 또다시 전용 앱이 필요해 포기했다. 결과적으로는 잘한 선택이었다. 오디어 가이드 없어도 관광을 충분히 즐길 수 있었다. 

     

    요새는 중국 본토에서 들어오는 서문을 지나 큰 앞마당과 중정을 거쳐 성벽으로 올라가 사각형으로 된 성벽을 한 바퀴 돌 수 있게 되어 있었다. 마지막 문은 과거에 캐러밴이 중국을 떠나 사막으로 첫 발을 딛던 곳이라 한다. 그곳에서는 낙타 타기 체험도 제공되었지만, 우리는 구경만 했다. 나는 사진을 많이 찍었는데, 희미한 안개 너머로 톈산 산맥이 보였다. 8월임에도 여전히 눈이 덮여 있었다. 사진에서는 조금 보정해서 더 잘 보이도록 했다.

     

    요새를 둘러보느라고 또다시 점심시간을 넘겨버렸다. 이럴 때마다 점심을 어떻게 해결할지가 늘 고민이다. 들국이 슬슬 배가 고프다고 했다. 다행히 옥수수를 파는 노점을 발견했고, 들국은 그걸로 만족했다. 아마도 어린 시절의 추억이 작용하는 듯하다.

     

    옥수수로 요기하고 박물관에 들렀다. 거기서 큰 성벽에 관한 전시를 보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중국 사람들이 그렇게 열심히 성벽을 쌓았던 이유는 북쪽의 유목 기마 민족들이 끊임없이 침입했기 때문이다. 그들은 급습을 반복하며 중국을 약탈하고 파괴했다. 북유럽 사람들은 아마 바이킹족을 떠올릴지도 모른다.

     

    중국은 이에 대한 대응으로 성벽을 쌓았고, 군사 기술을 개발했다. 수백 년 동안 이런 상황이 이어졌기 때문에 중국의 군사 기술은 점점 정교해졌다. 하지만 13세기 칭기즈칸이 이끄는 몽골 기마 민족이 왔을 때는 그마저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중국 북부 절반이 몽골의 손에 넘어가고 말았다. 최신식 군사 기술과 함께. 아이러니하게도 몽골이 그토록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었다. 북방 기마 민족들은 그 기술 발전의 씨앗을 뿌렸고, 결국 그 열매를 거둔 셈이었다.

     

    저녁에는 걸어서 ‘불고기 식당’으로 향했다. 가는 도중에 인도 위에 남자들이 텐트를 치고 카드놀이를 하고 있어서 우리는 낮은 자전거 도로로 내려가야 했다. 막상 식당에는 불고기는 없었지만 LA갈비가 있었다. 갈비는 뼈에 붙은 소갈비살로, 한국에서는 귀하게 여기지만 서양에서는 그다지 가치 있게 보지 않는다. 나는 한국에서 먹을 때마다 맛있다고 느꼈다.

     

    예전에 비싼 메뉴를 주문했다가 양이 너무 많이 나왔던 경험이 있어 들국은 조심스러워했다. 그래서 한 접시만 주문하고 작은 것을 곁들이려 했지만, 주문을 받으러 온 사장이 왠지 아쉬운 표정을 지어 결국 두 접시를 주문했다. 양은 적당했지만, 맛은 기대에 못 미쳤다. 고기가 너무 적었고 약간 질겼다.

     

    테이블에는 숯불그릴이 있었고 처음에는 직원이 직접 고기를 올려주고 한 번 뒤집어주었다. 하지만 한국과 달리 마지막에 와서 가위로 먹기 좋게 잘라주지는 않았다. 우리가 그걸 기다리는 동안 고기가 조금 더 익어버렸고, 그래서 질겨졌던 듯하다.

     

     

     

    들국:

    오늘 아침에 안트는 드디어 고대하던 커피를 마실 수 있었다. 접시에 꼴랑 토스트와 계란 후라이만 얹어 놓고도 커피가 있다고 보름달처럼 환히 웃었다. 나는 지나가는 꼬마의 접시에서 힌트를 얻어 안트에게 상치, 오이, 토마토를 갖다주었다. 안트는 토스트를 다 먹고나서 중국 요리를 한 접시 더 갖다 먹었다. 그는 커피만 있어도 이렇게 만족하는구나. 

     

    오늘의 관광을 위해 만리장성의 끝문인 자이위관 요새로 택시를 타고 갔다. 안트는 오늘 표를 못 살까봐 걱정이 태산이었다. 나는 이 곳에 중국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있는 한, 그의 도움을 받아 표를 살 수 있으리란 믿음이 있었다. 중국에선, 아니 이번 여행에선 늘 그랬으니까. 관료주의 나라 독일에서라면 나는 그런 믿음이 없었을 것이다. 아니나 다를까 우리는 안내하는 젊은 여성의 헌신적인 도움으로 무사히 입장할 수 있었다. 

     

    햇볕은 강하고 많이 오르내려야 했지만 시원한 바람이 불어 다니기에 쾌적했다. 이 곳은 해발 1600 미터의 고지대다. 

     

    요새의 관문은 웅장했다. 아래쪽 두께 6 미터, 위쪽 2미터의 거대한 흙벽을 어떤 방식으로 쌓았나 유심히 보았다. 처음엔 얇은 벽을 쌓고, 거기에 다시 얇은 벽을 덧대어 두께를 늘이는 방식이었다. 여기서는 토담이 험준한 산을 타고 구불구불 끝도 없이 이어지는 것이 잘 보였다. 서양에서는 산성을 별로 보지 못한 것 같다. 

     

    이 요새에 오니 정말 세상의 끝임이 느껴졌다. 초록빛으로 촉촉한 대지가 갑자기 황토빛 사막으로 바뀌는 경계에 흙으로 쌓은 담장이 길게 이어졌다. 이 곳 관문을 통해 실크로드의 여정을 시작하는 대상들은 어떤 느낌으로 사막에 첫 발을 디디곤 했을까? 아마도 그걸 체험하라고 낙타 타기 이벤트가 제공되는 것 같다. 낙타를 이렇게 가까이서 보는 건 처음이다. 낙타는 참 귀엽고 예쁘게 생겼다. 힘도 세고 지구력도 좋은데 성격이 순둥하기까지 하니 당시 대상들에겐 아마도 보배였을 것이다. 

     

    오후 두 시가 넘어 배가 고파서 관광을 그만 끝내고 가려다가 옥수수 파는 곳을 발견했다. 매우 커다랗고 탐스러운 옥수수를 하나 사서 둘이서 나눠 먹었다. 독일에서 사먹는 옥수수와는 종류가 다른 옥수수다. 독일에선 야채 옥수수라고 불리는데, 걸맞는 명칭인 것 같다. 유럽에서 먹는 옥수수는 야채처럼 물과 섬유질이 많고 달콤하다. 중국 옥수수는 덜 달지만 속이 찰진 것이 쌀이나 밀처럼 고탄수화물 음식이다. 씹으면 이빨 사이에서 짝짝 들러붙는 소리가 난다. 내가 어린 시절 한국에서 먹던 옥수수와 같은 종류일 것이다. 

     

    안트와 번갈아서 옥수수를 뜯으며 나는 드디어 안트에게 옥수수를 깨끗하게 먹는 법을 전수했다. 안트는 앞니로 옥수수알을 마구 터뜨려서 아까운 옥수수살이 옥수수대에 반쯤 붙어있게 먹는다. 나는 옥수수알을 한 줄씩 앞니로 넘어뜨려 뿌리까지 깨끗하게 먹는 법을 시범해줬다. 둘이서 주거니 받거니 옥수수를 다 먹고 나니, 우리 뒤에 앉아서 구경하던 사람들이 옥수수를 사와서 나눠먹었다. 안트가 저 사람들이 우리 먹는 거 보고 사오는 것 같다고 했다. 그럴 만도 하게 우리는 옥수수를 맛있게 먹었다. 배 부르고 만족스러우니 그만 생략하고 싶었던 박물관에 갈 마음도 생겼다. 

     

    저녁에는 불고기를 먹으러 갔다. 펭귄을 따라다니며 우리와 함께 여행하는 친구들이 어제 불고기를 먹으라고 메시지를 보내왔다. 불고기집에서도 말이 통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번역기로 메뉴판을 보니까 대체 뭐가 불고기인지 없었다. 친절하고 인내심 많은 현지인이라야  번역기로 소통이 가능한데 여기 직원들은 사무적이어서 제대로 된 소통을 기대할 없었다. LA 갈비라면 안전할 같아서 버섯과 함께 시켰다. 여기 기준으로 비싼 음식인데도 양이 너무 적고 질겼다. 반찬으로 나온 김치는 달콤하고 물렁한 것이 김치의 사촌도 되지 못했다. 맛있는 불고기는 한국에 가서 사먹기로 했다. 한국은 소고기가 비싸다고 했더니 안트가 전문점에서 구워먹는 불고기는 맛있어서 돈이 아깝지 않다고 했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trip/685d047694cb79-52588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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