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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 피니에게 가는 길 II 87-112 - 26일 시골살이 (1) 2025/2025/9/20-10/15Our Journey 2025. 11. 8. 16:53
들국:
내겐 오랜 꿈이 있었다. 안트와 함께 시골살이를 해보고 싶다는. 이 말을 들은 둘째 올케 윤재가 지인의 지인을 통해 창녕 우포늪 근처에 한 달 살 집을 하나 찾아주었다. 한달동안 집 한채 다 쓰는 데 40만원이면 가격도 쌌지만, 유명한 우포늪 근처라니 더욱 좋았다.
그렇게 우리는 한 20가구쯤 되는 작은 마을에서 4주 가까이 지냈다. 윤재 친구, 귀촌한 젊은 부부 악이&묵이씨가 근처에 살면서 불편한 점은 없는지 잘 살펴주어서 우리는 평화로운 시골생활을 만끽할 수 있었다. 동네분들과 마주치면 공손히 인사하며 다녔고, 윗집 아랫집 할머니들과 말도 섞었다.
생필품을 사려면 하루에 대여섯 번쯤 다니는 버스를 타거나 자전거로 다녀왔다. 생전 처음 가보는 읍내 오일장에 가서 맛있고 신기한 먹거리들을 바리바리 싸오기도 했다. 읍내 쌀집에서 쌀을 사면서 간장과 된장은 어디서 파는지 물어봤더니 주인 아주머니가 난감한 표정을 지었다. 그런 건 파는 게 아니라 다 집에서 만들어 먹는다고. 그래서 마트에서 팔지 않는냐고 물었더니, 공장에서 만든 건 진짜 장이 아니니 사지 말라고 했다. 그러더니 손수 만든 된장과 간장을 덜어주었다. 너무 놀라웠다. 그런 상황에서 돈을 드리면 실례될 것 같아서 다음에 꽈배기를 사다드렸다.
그곳에선 모든 일들이 느리게 돌아갔다. 산보 한번 다녀오고나면, 하루 일용할 양식을 준비하고 먹는 일에 하루가 금방 갔다. 모기가 많아서 문단속을 부지런히 하고 물린 곳을 치료하는 일도 시간을 많이 잡아먹었다. 모기 애벌레가 바글거리는, 빗물 받아놓은 통에서 물을 길어 텃밭에 물을 주었다. 며칠에 한번씩은 화장실에서 나오는 휴지를 뒷마당 아궁이에서 태웠다. 방에는 가끔 거미나 지네가 들어왔다. 거미는 이로운 곤충이니 그냥 놔두고, 작은 지네는 너무 빨리 도망가서 어쩔 수 없이 그냥 놔두고, 아주 크고 무섭게 생긴 지네는 안트가 컵과 종이를 이용해 산 채로 잡아서 밖으로 내보냈다. 아침에는 늘 신선한 시골 공기를 마시며 처마 밑에서 아침을 먹었다. 완만한 산자락에 구름이 잠겼다 퍼지는 것을 보다가, 감나무에 까치가 후두둑 들으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다. 느리고 헐렁하게 흐르는 시간을 마당 감나무 보듯이 편안하게 바라봤다. (안트는 좀 심심했던 것 같다. 나중에 뭐라고 쓸지 궁금하다.)
아름다운 우포늪은 암만 많이 다녀도 물리지 않았다. 워낙 커서 한번에 일부분만 보고 올 수 있었거니와, 날씨에 따라 경치가 달라지고, 계절 따라 변화하는 수목들과 함께 변했기 때문이다. 경치만 보러 다닌 게 아니라 우포 박물관에 가서 공부도 하고 따오기 복원센터도 견학했다. 전래동요로 알려진 따오기가 멸종되었다가 복원되는 과정도 아름답고 슬펐다.
우포늪은 경상남도 창녕군에 있는 한국 최대의 내륙 습지로, 약 1,500만 년 전에 형성된 것으로 추정된다. 면적은 약 2.3㎢로, 천연기념물과 멸종위기 야생동식물이 서식하는 생태의 보고와 철새 도래지로 유명하다. 1998년 람사르습지(Ramsar Wetland)로 지정되어 국제적으로 보호받고 있다.
추석에 경기도에 사는 연희 언니네 가려고 새벽 버스를 타느라 택시를 부른 적이 있다. 택시 기사분이 은퇴 전에는 우포늪을 정비하고 계획한 공무원이셨던 듯, 우리가 모르는 사실을 몇 가지 알려주셨다. 원래 우포늪은 현재 크기의 7배나 되었다고 한다. 일제 강점기에 관로를 파서 물을 빼고 농지로 만들었다. 나중에 논에서 나오는 생산성과 늪이었을 때 나오는 생산성을 비교해서 계산해본 결과, 늪이었을 때 훨씬 더 많은 가치를 창출했다고 한다. 쌀은 일년에 한 번만 수확할 수 있지만, 늪에서는 일년 내내 물고기와 우렁 등을 잡을 수 있어서 그렇다고 한다.
<팽귄을 찾아라> 사이트에 많은 사진들과 이 글의 독어 버전이 있습니다. 그냥 아래 링크를 꾹 누르시면 돼요. 그 사이트에서 타언어 자동번역을 지원하는데, 한국어는 없어서 제가 이 블로그 빨간치마네집에 번역해서 올립니다.
https://findpenguins.com/0nbjbfkjcfwpc/footprint/690dc7350a64a9-92919445'Our Journey'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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